재난·사고 '업무상과실치사' 공무원 책임 어디까지
입력: 2024.07.15 00:04 / 수정: 2024.07.15 00:04

업무상 과실-사고 사이 인과관계 증명 관건
고 채상병 사망·이태원 참사 등 '현재진형행'


사회적 재난 이후 사회적 비판 여론으로 인해 공무원들이 업무상과실치사로 입건·송치되지만,이른바 장(長)인 고위직의 경우 줄줄이 무죄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아 법망을 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10·29 이태원참사 시민분향소 사진. /이새롬 기자
사회적 재난 이후 사회적 비판 여론으로 인해 공무원들이 업무상과실치사로 입건·송치되지만,이른바 '장(長)'인 고위직의 경우 줄줄이 무죄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아 법망을 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10·29 이태원참사 시민분향소 사진.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159명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 1심 재판이 한창이고 '채상병 사망 사건'에서도 군 지휘관의 책임을 어느 선까지 인정할지 논란이 치열한 가운데 재난·사고에서 고위 공무원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 판결이 또 나와 주목을 끌고있다.

시민 3명의 생명을 앗아간 부산 초량지하차도 사고 재판이 마무리됐다. 지난달 27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부산 동구 전 부구청장 A 씨 등 공무원에게 무죄를 선고하거나 감형한 원심을 확정했다.

초량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2020년 7월 동구 초량동 부산역 제1지하차도에 폭우로 물이 차면서 차량 6대가 침수, 시민 3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A 씨는 구청장이 휴가여서 재난 안전 책임자를 맡았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퇴근해 적절한 지휘·감독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부산시와 동구청 관련 공무원들도 재난 상황 점검, 현장 담당자 배치, 출입통제시스템 관리 미흡 등의 혐의를 받았다.

1심은 이들의 혐의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지만 2심에서 무죄 또는 감형됐다. A 씨는 1심에서 금고 1년2개월을 선고 받았으나,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함께 기소된 전 부산시 재난대응과장 B 씨도 1심 벌금 1500만 원에서 2심 무죄, 전 동구청 건설과 기전계 직원 C, D씨도 1심 벌금 1000만 원에서 2심 무죄로 결론났다.

대형 재난 사고에서 공무원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유무는 항상 논란거리다. 공무원의 업무상 과실이 실제 재난과 인과관계가 있는지가 관건인데 입증이 까다롭다. 이에 따라 '윗선'은 처벌을 피하고 '현장'만 책임을 지는 결과를 빚기도 한다.

세월호 참사가 대표적이다. 이 사건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처벌받은 해경은 사고 현장에 구조를 위해 가장 먼저 도착했던 김경일 123정장이 유일하다.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전 해경 간부 10명은 모두 이 혐의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 출신인 안영림 법무법인 선승 변호사는 "(공무원들은)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들의 경우에는 업무를 소홀히 한 책임이 인정되기 쉽지만 지휘자들의 경우 실제 그 상황을 제대로 보고받았는지, 받았다면 언제 받았고, 그때 필요한 지시를 했는지, 이미 늦은 상황이었는지 등에 따라 과실 유무가 결정된다"라며 "지휘책임에서 먼 사람의 경우 무죄가 나기 쉽다. 실무자가 업무와의 연관성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를위한청년변호사모임(새변) 김지연 변호사도 "공무원의 업무상 과실이 사고의 직접 원인이라는 구체적인 증명 없이는 업무상 과실로 인한 형사책임이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업무상과실치사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공무원 피고인에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명 사고 이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고위 공무원들이 입건·기소된 대표적 현재진행형 사건은 해병대 고 채상병 순직 의혹 사건이 있다. 사진은 왼쪽은 임성근 전 사단장, 오른쪽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남윤호 기자
인명 사고 이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고위 공무원들이 입건·기소된 대표적 '현재진행형' 사건은 해병대 고 채상병 순직 의혹 사건이 있다. 사진은 왼쪽은 임성근 전 사단장, 오른쪽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남윤호 기자

대규모 인명피해로 공무원들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된 이태원 참사와 채상병 순직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태원 참사는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 등이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채상병 사건에서는 경찰이 논란의 중심이었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3명을 불송치해 후폭풍이 일고있다.

김광호 전 서울청장은 검찰이 수사심의위원회까지 소집하는 등 고심 끝에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내에서도 김 전 청장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적용에 법리적 찬반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재판에서도 김 전 청장이 당시 참사를 예상할 수 있었느냐가 쟁점이 되고 있다.

경북경찰청이 임성근 전 사단장을 불송치한 이유도 비슷하다. 사고 당일 수색 지침은 애초 수변에서 장화 높이까지 들어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수중으로 변경됐다. 이 과정을 임 전 사단장이 알았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회적 참사가 발생했을 때 지휘자가 책임을 진다는 말은 정치적·경제적 책임 등을 진다는 말일 수도 있다"며 "형사 책임까지 무조건 져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고위 공무원들이 항상 재난의 형사적 책임을 피해나갔던 것은 아니다.

2016년 시위 도중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발생한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당시는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벌금 1000만원이 확정됐다. 법원은 구 전 서울청장이 집회 현장 지휘통제를 소홀히 해 농민 사망에 책임이 있다고 봤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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