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구명 로비 관련 녹취 확보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 내용
대통령실 "허위 사실 강력 대응"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질의 답변을 하고 있다. |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김건희 여사가 연관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인물인 투자전문사 전 대표 이모 씨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구하기 위해 VIP에게 로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임 전 사단장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금시초문이라고 부인했다.
10일 임 전 사단장은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의혹 관련 커뮤니티에 입장문을 올리고 "이모 씨와 한번도 통화하거나 만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해병대 출신인 이 씨는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전 대표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서 '2차 주가조작' 핵심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임 전 사단장 측은 "지난해 7월28일 오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모든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며 "이 전 장관이 해병대수사단 보고서를 결재한 시점은 7월30일이고 이 전 장관이 번복한 시점은 7월31일"이다.
그러면서 "구명로비가 있었다면 늦어도 이 전 장관께서 이 결재를 번복한 7월31일 이전에 이뤄져야 한다"며 "사의 표명 사실은 8월2일경 언론에 보도됐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 측은 "사의 표명 전후로 어떤 민간인에게도 그 사실을 말한 바 없다"며 "A 씨가 사의 표명 사실을 알았다면 언론을 통해 알았을 것인데 그 시점은 사의 표명이 보도된 8월2일부터 8월9일 사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남윤호 기자 |
이 전 장관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구명 로비는 금시초문"이라며 "이 전 장관은 대통령실을 포함한 그 누구로부터도 임 전 사단장을 구명해달라는 이야기를 들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첩보류 지시는 신중한 처리를 위한 장관의 판단과 결정이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도 곧바로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실은 물론 대통령 부부도 전혀 관련이 없다"며 "근거 없는 주장과 무분별한 의혹 보도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하며,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일축했다.
지난 4일 참고인 조사를 위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출석한 이 전 대표의 지인 김모 변호사는 그가 구명 로비를 자랑하는 통화 녹취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음에는 이 씨가 "임성근이? 그러니까 말이야. 아니 그래서 임 사단장이 사표를 낸다고 그래가지고 A가 전화 왔더라고", "그래가지고 내가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한테 얘기를 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내용이 밝혀지면서 이 대표가 김 여사와 임 전 사단장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임 전 사단장이 최종적으로 혐의자 명단에서 제외되게 도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수처 관계자는 전날 "단체 카톡 대화방의 내용은 사인 간의 사적인 내용이고, 조사 여부 자체를 확인해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언론 보도 내용 등을 참고하고는 있다"고 밝혔다.
chaezero@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