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개원의 무관심에 전공의 내분까지…무기한 휴진도 '글쎄'
입력: 2024.06.19 15:48 / 수정: 2024.06.19 15:53

개원의 휴진 참여율 저조, 전공의 대표는 의협에 직격탄
환자 불안까지…의협 주도 대정부 투쟁 동력 약화 가능성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의사들이 집단휴진에 나섰지만 이번에도 개원의 참여율은 저조했다.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전국 병의원 휴진율은 약 15%에 불과했다. 사진은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의사들이 집단휴진에 나섰지만 이번에도 개원의 참여율은 저조했다.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전국 병의원 휴진율은 약 15%에 불과했다. 사진은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조소현·이윤경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의사들이 집단휴진에 나섰지만 이번에도 개원의 참여율은 저조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전공의 간 갈등도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향후 의협 주도의 대정부 투쟁 추진 동력이 약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환자들의 따가운 시선도 있어 당장 오는 27일 예고한 무기한 휴진 참여율은 더욱 떨어질 것이란 주장도 있다.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기준 집단휴진에 참여한 의료기관은 5379곳으로 집계됐다. 유선으로 휴진 여부를 확인한 3만6059곳의 14.9%에 그쳤다. 지난 2020년 의대 증원 추진에 따른 의협 집단휴진 참여율은 첫날 기준 32.6%로, 당시와 비교해 이번 집단휴진 참여율은 '반토막' 났다. 집단휴진 없이도 평소 휴진율은 5~6% 수준이다.

◆ '역대급' 투표율에도 참여율은 15%…'휴진 병원' 낙인 불안

개원의들의 집단휴진 참여율은 매번 저조했다. 지난 2014년 원격의료 도입 당시 의료기관 휴진 참여율은 복지부 기준 20.9%였다. 지난 2020년 의대증원 때도 첫날에는 32.6%였으나 이후 2∼4일 차 휴진 참여율은 10.8%, 8.9%, 6.5%까지 떨어졌다.

개원의들 휴진 참여율이 낮은 이유는 병의원을 하루만 쉬어도 손해가 크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내과 원장 A 씨는 "개원의들은 아무래도 (휴진이) 힘들다. 이미 예약된 환자들이 있는데 어떻게 다 취소하겠냐"며 "직원이 몇 명인데 인건비와 월세 등을 생각하면 하루만 쉬어도 손해가 크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참여율이 낮다는 의견도 있다. 경기도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 개원의는 "의대 증원으로 가장 피해를 받는 이들은 젊은 전공의들과 학생들"이라며 "(개원의 입장에서는) 사실 의대생을 늘린다고 해도 (내) 이익과 크게 상관이 없다"고 했다.

동네에서 휴진 병원으로 낙인 찍히면 살아남기 어려운 것도 이유다. 전날 일부 동네 병의원 휴진에 시민들 사이에서는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안그래도 별로였는데 더욱 안 갈 것 같다', '가까워서 자주 이용했는데 이젠 손절각(불매를 할 각도가 나온다)', '휴진하는 곳 알아뒀다가 불매해야겠다' 등 의견이 올라왔다.

이에 오는 27일부터 의협이 예고한 무기한 휴진도 참여율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개원의는 "'이참에 좀 쉬자'고 생각하는 개원의들 외에는 별로 참여하지 않을 것 같다"며 "정부에서도 처벌하겠다고 하니 선뜻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전날 "의대 증원안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쟁점 사안 수정·보완, 전공의·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 즉각 소급 취소 등 의사들의 정당한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전공의 간 갈등도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향후 의협 주도의 의사들 대정부 투쟁 추진 동력이 약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의사들 집단휴진에 돌입한 지난 18일 서울의 한 이비인후과에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새롬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전공의 간 갈등도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향후 의협 주도의 의사들 대정부 투쟁 추진 동력이 약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의사들 집단휴진에 돌입한 지난 18일 서울의 한 이비인후과에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새롬 기자.

◆ 의협-전공의 갈등…전공의 대표 "의협 협의체 제안 거절"

의사들 사이에서 내분도 격화하는 모양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SNS를 통해 "범의료계대책위원회(범대위) 공동위원장에 대해 들은 바 없다"며 의협에 직격탄을 날렸다. 의협 주도의 범의료계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 4월29일 임현택 회장 등 의협 간부들에게 협의체 구성을 거절한 바 있으며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언론에 언급할 경우 선을 그을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며 "의료계 내부에서 이런 소모적인 발언이 오고 가는 작금의 사태가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을 향해서도 "무기한 휴진 예고도 각 시도의사회와 상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라며 "임 회장은 언론에 대외적인 입장 표명을 조금 더 신중하게 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의협이 정부에 제시한 3대 요구안과 관련해서도 "대전협 7대 요구안에서 명백히 후퇴한 안이며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전협 7대 요구안에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전공의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이 담겼다.

환자들 불만 고조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날 집단휴진에 따른 의료대란은 없었지만 시민들은 일제히 분통을 터뜨렸다. 한 시민은 "진짜 동네에 휴진하는 병원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며 "이제 다시 생각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맘카페'에도 휴진을 비판하는 글이 많았다. 이날 맘카페에는 '우리 동네 소아과 2곳이나 휴진이다', '우리 아파트 상가 1곳은 휴진, 1곳은 오전 진료다', '소아과는 휴진이 많다' 등 반응이 올라왔다.

다만 의협은 무기한 휴진을 강행할 경우 의료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대정부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채동영 의협 홍보이사는 "복지부는 오전에 한두 시간 있다가 오후에 (병원을) 나온 것도 휴진이 아닌 것으로 통계를 잡고 있다"며 "(복지부가) 어떤 주장을 하든 국민들이 직접 체감하는 부분이 정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협은 ARS와 네이버 휴진 설정 등을 고려해 자체 파악한 결과 전날 휴진 참여율이 50% 내외인 것으로 파악했다.

의협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대한의학회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등과 함께 연석회의를 개최한다. 이들은 오는 20일 범대위 출범 등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채 이사는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게 되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이라며 "정부가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꿔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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