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 "집단휴진, 정부 잘못됐다는 방증…복귀는 없다"
의대 교수들 휴진 규모 확대…연세의대는 무기한 휴진 결의
전공의들은 12일 선배 의사들의 집단휴진은 의대 증원이 잘못됐다는 방증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전공의들은 정부의 행정처분 취소에도 병원에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사진은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대표자대회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조소현·이윤경 기자] "정부의 행정처분 취소는 강도가 칼을 치울테니 돈을 달라고 하는 것과 같아요. 애초에 말이 안 돼 돌아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의과대학 교수와 개원의 등 의사들의 집단휴진 동참 확산 속에 전공의들은 여전히 돌아올 기미가 없다. 정부의 복귀 전공의 행정처분 취소 방침에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 이상 병원으로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의대 교수들은 무기한 휴진까지 결의하면서 의료대란 우려가 고조된다.
전공의들은 12일 선배 의사들의 집단휴진은 의대 증원이 잘못됐다는 방증이라고 입을 모았다. 필수의료에 종사했던 3년 차 전공의 A 씨는 "교수들은 오히려 정부 필수의료 패키지의 이해당사자 중 수혜자에 가깝다. 경제·행정적으로 이점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도 교수들이 휴진한다는 것은 필수의료 패키지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방증"이라고 전했다.
4년 차 전공의 B 씨도 "그간 교수까지 나서서 휴진해야 할 정도의 큰일이 없었다"며 "정부 정책이 그만큼 잘못됐다는 공감대가 개원의, 교수 할 것 없이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전공의들은 정부의 행정처분 취소에도 병원에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B 씨는 "교수들이 앞장 서서 전공의 행정처분을 취소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감사하다"면서도 "행정처분이 애초에 말도 안 되는 조치였기 때문에 취소한다고 해서 돌아갈지는 잘 모르겠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이유가 행정처분 때문은 아니다. 전공의들은 면허정지 3개월 정도는 각오하고 있다"고 했다.
A 씨도 "정부의 행정처분 취소는 수평적인 관계에서 얘기를 하기 위한 최소한 조건이지 복귀 조건은 아니다"라며 "비유를 하자면 집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강도가 들어와 칼을 겨눈 뒤 '칼을 치울테니 돈을 달라'고 하는 것과 같다. 전공의 7대 요구안이 관철되고 정부에서 잘못된 정책이었다고 인정하지 않는 한 유의미한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지난 3월25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공간. 기사 내용과 무관 /배정한 기자 |
의대 교수들 역시 전공의 복귀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서울의대 모 교수는 "목표는 전공의 행정처분 완전 취소지만 그런다고 전공의가 돌아오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어차피 다음 해 시험을 봐야 하는 전공의 입장에서는 놀다가 시험을 보는 게 낫기 때문에 정부가 이같은 방침을 강조하고 (교수들이) 휴진을 한다고 해서 돌아올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의대 교수도 "교수들 휴진으로 전공의 복귀를 보장할 수는 없다. 단지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절대 다수의 복귀는 없을 것이라 본다. 휴진하고 변화가 생기면 전공의와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원의를 비롯한 의대 교수들의 집단휴진 규모는 확대되는 모양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와 대한의사협회(의협)를 시작으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교 비대위) 소속 교수들까지 집단휴진 동참 의사를 밝혔다.
의협은 오는 18일 집단휴진 방식의 총파업을 결정한 상황이다. 조건은 2025년도 의대정원 증원 절차 중단이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내년도 정원 증원 절차 중단과 전공의 복귀는 같은 얘기"라며 "목적은 휴진이 아니다. 근거없이 진행되는 정부의 폭정 중단이 목적이고, 정부가 오늘이라도 입장 변화를 보이면 걱정하는 대규모 진료 휴진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정부가 전공의에게 내린 행정처분 절차를 완전히 취소하지 않으면 오는 17일부터 서울대학교병원과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강남센터 등 4개 병원에서 휴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들은 지난 10일에도 전체 교수 총회를 열고 집단휴진 방침을 재확인했다.
서울성모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가톨릭의대와 삼성서울병원 등이 속한 성균관의대, 서울아산병원 등이 속한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도 의협 집단휴진에 동참하기로 결의했다.
고려의대 교수 비대위도 휴진에 동참한다. 고려의대 교수 비대위는 지난 10~11일 투표를 진행한 결과, 18일 전면휴진에 참여하고 90% 이상의 교수들은 향후 의협 주도하에 단일대오로 의료사태에 대응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연세의대 교수 비대위는 오는 27일 무기한 휴진을 결의했다.
다만 실제 집단휴진 참여율 전망은 엇갈린다. 과거 사례에 비춰 휴진율이 낮을 것이란 전망과 교수들까지 동참하기로 한 만큼 이번에는 다르다는 의견이 동시에 나온다.
2년 차 전공의 C 씨는 "의약분업 때도 의협 총파업 참여율이 10% 정도였다. 이번에도 잘될 것 같지 않다"고 내다봤다. 반면 채동영 의협 홍보이사는 "개원의, 교수 할 것 없이 모든 직역이 '이대로 가면 안 되겠다' 하는 공감대가 있다"며 "회원들은 '더이상 못 참겠다'고 판단했다. 투표율도 높았고 단체행동 찬성률도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휴진 참여율이 높을 것"이라고 했다.
sohyu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