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의대생도 전공의처럼…대학총장들 '휴학승인' 한 목소리
입력: 2024.06.05 14:15 / 수정: 2024.06.05 14:28

총장협 "의대생 휴학 승인 불가피"
7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면담


5일 대학가에 따르면 의대 증원분을 받은 33개 대학 총장들은 전날 의대 정상화를 위한 총장협의회(협의회)를 구성, 첫 회의를 열고 의대생 복귀 대책 등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총장들은 의대생 휴학 승인이 불가피하다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
5일 대학가에 따르면 의대 증원분을 받은 33개 대학 총장들은 전날 '의대 정상화를 위한 총장협의회'(협의회)를 구성, 첫 회의를 열고 의대생 복귀 대책 등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총장들은 의대생 휴학 승인이 불가피하다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

[더팩트ㅣ조소현·장혜승·황지향·이윤경 기자] 대학 총장들이 휴학계를 내고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들의 휴학을 승인해줘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100일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고 있는 의대생들의 집단유급을 막기 위해선 휴학 승인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대학들은 정부가 전공의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을 철회한 것처럼 의대생들에게도 출구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5일 대학가에 따르면 의대 증원분을 받은 33개 대학 총장들은 전날 '의대 정상화를 위한 총장협의회'(협의회)를 구성, 첫 회의를 열고 의대생 복귀 대책 등을 논의했다. 의정 갈등 촉발 이후 대학 총장들이 협의체를 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협의체 회장은 홍원화 경북대 총장이 맡았다.

이날 회의에서 총장들은 의대생 휴학 승인이 불가피하다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홍 총장은 "휴학으로 학생들 집단유급이 턱밑까지 왔다"며 "교육부 장관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최대한 학생들을 살리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과 1학년의 경우에는 휴학도 안 되고 유급도 안 되는 상황이라 더욱 문제"라며 "형이 돌아와야지 동생도 돌아오는데, 정부가 역할을 해줘야 한다. 의대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정부의 약속을 받아낸 뒤 그 당근책을 갖고 학생들을 설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의회에 참석한 또 다른 대학 총장은 "그동안에는 각 대학이 교육부 방침에 따라 (휴학을) 승인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승인을 진지하게 검토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대학은 난감한 상황이다. 복귀가 요원한 의대생과 휴학 승인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정부 사이에서 눈치만 보고 있다.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 철회로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출구를 열어준 것처럼 의대생들에게도 정부가 손을 내밀어주길 내심 기대하고 있다. /뉴시스
대학은 난감한 상황이다. 복귀가 요원한 의대생과 휴학 승인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정부 사이에서 눈치만 보고 있다.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 철회로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출구를 열어준 것처럼 의대생들에게도 정부가 손을 내밀어주길 내심 기대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월 말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계를 제출하고 수업을 거부하면서 각 대학은 학사 일정을 여러 차례 미뤘다. 최근 들어 대부분 대학이 개강했으나 온라인 수업 등으로 대체하면서 정상적인 수업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수업에 참여하는 의대생도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학생들 집단유급이 우려된다. 의대 학칙상 수업 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낙제점(F학점)을 받고 한 과목이라도 낙제점을 받으면 유급된다. 집단유급 사태가 발생하면 24, 25학번이 의대 6년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인턴·레지던트 과정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올해 1학년인 24학번은 총 3058명 입학했다. 집단유급이 현실화하면 내년 4695명으로 증원된 25학번과 같은 학년으로 묶이게 된다. 이 경우 기존의 두 배가 넘는 7700여명이 함께 수업을 듣게 돼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어려워진다.

그간 정부의 의대 증원에 보조를 맞췄던 대학 총장들도 집단유급이 현실화되자 휴학 승인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연세대와 고려대 등 일부 대학에선 특정 시점이 되면 휴학을 승인해줘야 한다는 변화된 기류도 감지된다.

정부는 여전히 의대생들 휴학 승인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의대생들의 동맹 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라는 것이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휴학은 군 입대나 출산, 혹은 각 대학이 학칙으로 정하는 사유만 허용할 수 있다. 교육부는 지난 3일에도 "휴학을 승인하는 대학은 행정처분하겠다는 입장은 동일하다"고 경고했다.

대학은 난감한 상황이다. 복귀가 요원한 의대생과 휴학 승인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정부 사이에서 눈치만 본다.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 철회로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출구를 열어준 것처럼 의대생들에게도 정부가 손을 내밀어주길 내심 기대하고 있다.

서울의 모 대학 관계자는 "휴학계를 처리하면 교육부에서 실사를 나온다고 해 다들 승인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교육부 때문에 (승인을) 하지 못하는 게 크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도 "사안이 사안인지라 진척이 더딘 것 같다"며 "교육부 지침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교육부는 "현재 휴학과 관련해 교육부의 입장 변화는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대학 총장들은 협의회를 통해 오는 7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관련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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