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조형물 스프레이 뿌린 환경운동가...대법 "재물손괴 아냐"
입력: 2024.05.30 11:39 / 수정: 2024.05.30 11:39

"재물손괴죄 쉽게 인정하면 표현의 자유 억누를 위험"

두산그룹 로고 조형물에 수성 스프레이를 뿌린 환경운동가들이 재물손괴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은 이들의 행위가 재물손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파기환송했다. /이새롬 기자
두산그룹 로고 조형물에 수성 스프레이를 뿌린 환경운동가들이 재물손괴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은 이들의 행위가 재물손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파기환송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두산그룹 로고 조형물에 수성 스프레이를 뿌린 환경운동가들의 행동은 재물손괴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집시법 위반·재물손괴 혐의 등으로 기소된 환경활동가 A, B 씨에게 벌금형 300만 원,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시민단체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인 A, B 씨는 두산중공업의 베트남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문제를 제기하며 2021년 2월 28일 경기 성남시 두산중공업 건물 앞 조형물에 녹색 수성 스프레이를 뿌린 뒤 구호를 외치고 조형물을 손괴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집시법 위반과 재물손괴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A 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B 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재물손괴죄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A, B 씨가 두산 로고 조형물에 수성 스프레이를 뿌린 행위가 조형물의 효용을 해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치는 경우에 성립한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은 조형물의 금속 재질 문자 부분에 물 세척이 쉬운 수성 스프레이를 분사한 직후 미리 준비한 물과 스펀지로 세척했다"라며 "조형물을 본래 사용 목적이나 기능에 제공할 수 없거나 원상회복이 어려운 상태로 만들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스프레이로 발생한 손괴 부분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고 원상회복 난이도나 비용에 별다른 증명이 없다고도 설명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은 기후 위기를 알리는 표현의 수단으로 조형물에 수성 스프레이를 뿌린 뒤 바로 세척했는데, 형법상 재물손괴죄를 쉽게 인정한다면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게 될 위험이 있어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낙서행위가 모두 재물손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일반화하거나 낙서행위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라며 "구조물 등에 낙서를 하는 행위가 구조물 등의 효용을 해하는 행위인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해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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