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의혹' 특검 가시화…공수처, 시간과의 싸움
입력: 2024.05.09 00:00 / 수정: 2024.05.09 01:00

국회 통과…특검 임명 2개월 소요
대통령, 22일까지 거부권 행사 가능


제21대 국회의 숙원이었던 채상병 특검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이 가결되자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제21대 국회의 숙원이었던 채상병 특검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이 가결되자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채상병 특검'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시간과의 싸움'에 돌입했다. 특검 출범 전에 어느정도 수사 성과를 내지 않으면 다시 조직 무용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9개월째 해병대 채모 상병 수사 외압을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2일 이른바 채상병 특검인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특검 출범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 의혹은 지난해 7월19일 경상북도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중 숨진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에 윗선의 외압이 있었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수사의 가장 목표는 '외압'을 행사한 주체 규명이다. 경찰로 넘어간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기록에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축소하도록 한 배후를 입증하는 게 관건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피의자 조사를 시작으로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불러 조사했다. 현재 김 사령관의 추가 조사를 마치는 대로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국방부 윗선을 잇달아 부를 계획이다.

공수처는 최근 국방부 압수수색 당시 확보한 압수물 분석을 마치고 피의자 조사를 시작했다. 수사에 탄력이 붙자마자 채상병 수사 특검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특검법)'에 따르면 특별검사는 그 직무수행을 위해 필요한 때에는 대검찰청, 경찰청 등 관계 기관의 장에게 담당사건과 관련된 사건의 수사 기록 및 증거 등 자료의 제출, 수사활동의 지원 등 수사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특검이 개시되면 공수처는 수사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특검은 수사 인원만 최대 104명에 이르는 거대 규모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20명 이내의 검사와 40명 이내의 파견 공무원, 40명 이내의 특별 수사관과 3명의 특별검사보를 포함한다. 특검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자신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야당)에 특검 후보의 추천을 의뢰한다. 야당은 대한변호사협회장에게 4명의 변호사를 추천받아 2명을 특검 후보로 선정한다. 대통령은 사흘 안에 후보 선정자 중 한 명을 특검으로 임명해야 한다.

특검의 활동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 수사 기간 70일 총 90일이다.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한 차례, 30일 연장할 수 있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수사처의 수사를 받던중 출국한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지난 3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수사처의 수사를 받던중 출국한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지난 3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전국민적 관심사가 된 채상병 의혹 수사가 특검으로 넘어간다면 공수처는 다시한번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지금까지 수사 자료를 모두 송부하면 공수처 역량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9개월이 넘게 시간을 끌면서 '늑장수사'라는 비판까지 받았는데 정작 특검에 전달한 수사 성과가 시원치 않다면 다시한번 조직 존폐 위기에 부딪힐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공수처에 우호적인 야당마저 공수처 수사를 믿지 못해 특검을 추진한 상황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야당마저 공수처 수사를 믿지 못하고 특검을 통과시켰다는 사실 자체가 공수처엔 최대 위기"라며 "공수처는 대통령실을 최종 수사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겠지만, 특검이 출범 전에 대통령실 수사까지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공수처가 충실한 수사자료를 넘겨 특검의 부담을 덜어준다면 존재 이유를 인정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도 변수다.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정부로 이송된 후 15일 이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채 상병 사건의 진실 규명이 사실상 공수처의 몫이 된다. 이 또한 기회이자 위기가 아닐 수 없다,

다만 윤 대통령이 22일까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이르면 2달 후 특검은 출범한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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