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로 폭로된 15년 전 성폭행…전원 무죄로 뒤집혔다
입력: 2024.05.07 12:43 / 수정: 2024.05.07 13:12

대법, 유서 증거능력 불인정

14년 만에 유서로 폭로된 중학생 성폭행 사건 피고인들에게 무죄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더팩트 DB
14년 만에 유서로 폭로된 중학생 성폭행 사건 피고인들에게 무죄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더팩트 DB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15년 만에 유서로 폭로된 중학생 성폭행 사건 피고인들에게 무죄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처벌법상 특수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A 씨 등 3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 수사는 2021년 3월 한 20대 남성이 사망하면서 유서에 남긴 15년 전 성폭행 범행 자백으로 시작됐다.

B 씨는 유서에서 중학생 시절인 2006년 11월께 친구 A 씨 등 3명과 함께 같은 학교 후배였던 여성 C 씨를 만취하게 한 뒤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C 씨는 성폭행을 의심하기는 했지만 술을 먹어 기억이 나지 않아 별다른 문제제기나 고소는 하지 않았다.

B 씨 사망 경위를 조사하던 경찰은 유서를 토대로 성폭행 의혹 수사에 들어갔으며 이들은 기소됐다.

재판의 쟁점은 B 씨 유서의 신빙성이었다.

1심은 유서 내용을 믿을 수 없다고 보고 전원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신빙성을 인정해 전원 징역 2년6개월 선고로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유서 작성 과정에 제3자의 강요나 회유가 개입됐을 정황을 찾을 수 없고 고인의 생전 정신상태도 큰 문제는 없었다고 봤다. 옛 친구들을 무고할 만한 동기도 없으며 사건 경위가 상당히 구체적으로 적혀있다며 유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유서를 믿을 만한 개연성은 있지만 법정에서 반대신문 등 검증을 거쳐야 할 수준이라는 것이다.

B 씨가 유서에 실명과 공소시효 등을 언급한 것 등으로 미뤄 과거 범행을 반성하고 참회하는 뜻이 아니라 A 씨 등을 형사처벌할 목적으로 유서를 남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작성 근본 동기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유서가 사건 발생 15년 이상 지나 작성됐기 때문에 기억이 과장되거나 왜곡됐을 수도 있으며 범행 당시 세부내용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정황상 당시 성범죄가 있었을 수는 있으나 A 씨등 3명이 각각 어떻게 범행에 관여했는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일부 내용이 피해자 진술과 엇갈리는 점도 작용했다. 피해자 C 씨는 당시 친구가 피고인들을 만나러 가자고 권유해 따라 나섰다고 밝혔는데 B 씨 유서에는 C 씨를 성폭행하려고 계획적으로 불러냈다고 적혀있었다.

대법원은 "B 씨 반대신문이 가능했다면 구체적, 세부적 진술을 듣고 기억의 오류, 과장, 왜곡, 거짓진술이 드러났을 가능성이 있다"며 원심이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형사소송법 314조는 증거물 작성자가 사망했을 때는 신빙성을 인정할 만한 상태에서 작성됐다는 점이 증명되면 법정 반대신문 없이도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은 이같은 예외를 인정하려면 요건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B 씨 유서의 증거능력을 배척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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