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하루 휴진' 병원 가보니…"시간과 싸움인데" 불안한 환자들
입력: 2024.05.03 15:22 / 수정: 2024.05.03 15:22

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 일부 교수들 3일 하루 휴진
피켓 시위에 세미나 개최…환자들은 "빨리 해결됐으면"


3일 휴진을 선언한 서울아산병원 교수 50여명이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정문 앞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이윤경 기자
3일 휴진을 선언한 서울아산병원 교수 50여명이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정문 앞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이윤경 기자

[더팩트ㅣ김시형 기자·이윤경 기자] 서울의 이른바 '빅5' 병원 중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 교수들이 3일 피로 누적을 호소하며 휴진했지만 다행히 별다른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일부 교수들은 병원 밖으로 나가 정부의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인 가운데 환자들은 의정 갈등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요구했다.

◆ 병원 환자들 북적…대부분 정상 진료

이날 오전 일부 교수들이 휴진한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은 평소와 같이 환자들로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서울성모병원 안과와 소아청소년과 대기석에는 환자들 30여명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에도 진료를 받기 위해 방문한 환자들 발길이 줄을 이었다.

이날 개별 휴진에 참여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진료를 보는 교수들이 많아 환자들은 별다른 불편은 겪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혈액내과 진료를 위해 서울성모병원에 방문했다는 A(71) 씨는 "휴진 관련 공지는 따로 없었는데 예약사항 변동 없이 그대로 정상 진료를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심혈관내과에 내원한 B(70) 씨는 "일주일 전인 지난 25일 수술받은 후 오늘 진료를 보러 왔다"며 "휴진한다는 뉴스를 보긴 했는데 제 담당 교수는 정상 진료를 하고, 오후에 심전도 검사도 순차적으로 받기로 했다"고 전했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에 방문한 C(44) 씨도 "지방에 살고 있어 오늘 하루 여러 진료과를 돌기로 하고 4시간 정도 진료 예약을 잡았다"며 "휴진 기사는 봤지만 제 진료는 다행히 예약한 대로 정상적"이라고 했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휴진을 공지한 교수는 한 명도 없다"며 "기존 일정이 있는 교수도 있고, 오늘 진료가 없는 교수도 있겠지만 모두 정상적으로 진료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환자들은 의정 갈등 사태 장기화에 따른 의료공백을 우려하며 한목소리로 의사들의 조속한 복귀를 요구했다. A 씨는 "골수 검사를 해야 하는데 의사가 없어 세 달이나 연기됐었다"며 "기다림 끝에 지난주 금요일 검사를 마쳤는데 한동안 의정 갈등 때문에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B 씨도 "다행히 의정 갈등 분위기가 느껴지지는 않는다"면서도 "의사들이 증원은 양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 씨 역시 "또 수술을 받거나 치료를 받아야 하면 시간과의 싸움인데 이게 미뤄진다고 하면 걱정"이라면서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환자 입장에선 어떤 식으로든 그냥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의대 교수들이 주 1회 정기 휴진에 들어선 30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박헌우 기자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의대 교수들이 주 1회 정기 휴진에 들어선 30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박헌우 기자

◆ "환자들께 죄송하지만…" 일부 교수들 피켓 시위

이날 휴진을 선언한 일부 교수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 철회를 요구하는 피켓 시위도 진행했다. 서울아산병원 교수 50여명은 오전 9시 병원 정문 앞에 모였다. 흰 가운을 입고 굳은 표정으로 선 이들은 '의사와 환자가 중심인 의료정책 수립하라',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의료의 미래를 짓밟지 말아주세요', '정부는 이곳에 없고 불편한 환자와 지쳐가는 의료진만 있다'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최창민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금까지 당직을 하면서 진료를 유지했는데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며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로 내년까지 가자고 얘기하지만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이라 최소한의 휴진을 하며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분들께 정말 죄송하지만 중증이나 응급환자 위주로 진료를 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홍석경 중환자외상외과 교수도 "여러 병동이 폐쇄되고 외래나 수술이 거의 50% 전후로 축소됐지만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필수의료라 휴직 개념이 없이 근무를 지속하고 있다"며 "현재 3일에 한번 당직을 하는데 전공의나 인턴 없이 하고 있어 꼬박 밤을 새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울산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이날 '의료대란과 병원의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로 긴급 세미나도 개최했다. 최 비대위원장은 "이번 세미나는 잘못된 의대 증원 정책에 따른 의료현장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성모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외에도 충북대병원과 대전성모병원, 건양대병원 교수들도 이날 하루 외래 진료를 중단했다. 앞서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고려대병원 교수들도 지난달 30일 개별 휴진했다.

rock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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