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만에 지명된 공수처장 후보…갈 길은 멀다
입력: 2024.05.01 00:00 / 수정: 2024.05.01 00:00

채상병 수사·고발사주 항소심 등 산적
여당 추천…"법과 원칙 따라 수사"
야당 "특검 막기 임명" 송곳 검증 예고


수장 공백 사태 약 100일 만에 지명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자 앞에 공수처의 주요 사건들이 쌓였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가 지난달 28일 경기 과천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수장 공백 사태 약 100일 만에 지명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자 앞에 공수처의 주요 사건들이 쌓였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가 지난달 28일 경기 과천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자가 수장 공백 사태 약 100일 만에 지명됐지만 앞날이 녹록지 않다. 야당은 송곳 검증을 예고했고 정식 취임하더라도 수많은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

공수처는 최근 인사청문단을 꾸리고 오동운(55·연수원 27기) 공수처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에 돌입했다. 지난달 28일 인사청문단 첫 출근길에서 오 후보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성실히 수사에 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오 후보자는 올해 1월 김진욱 전 공수처장이 인기 만료로 퇴임한 후 약 98일 만에 지명됐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해 11월부터 4달 동안 8번의 회의를 거친 끝에 오 후보자와 이명순 변호사를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 모두 여당 추천 인사였다.

1998년 부산지법에서 임관한 오 후보자는 울산지법, 인천지법, 서울남부지법,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법을 거쳤으며, 헌법재판소 파견 경력이 있다. 현재는 법무법인 금성의 변호사로 재직하고 있다. 후보자 선정 당시 일각에서는 오 후보자가 과거 성범죄 혐의 피고인을 변호한 이력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공수처는 오 후보자가 지명되자마자 청문회 준비에 돌입했다. 공수처는 오 후보자의 인사청문요구안 등 서류 정리 절차를 마무리한 뒤 국회 서면 질의 대응 등을 이어갈 방침이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수사처의 수사를 받던중 출국한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수사처의 수사를 받던중 출국한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오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해 취임하더라도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입증해야하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해병대 채 상병 의혹 수사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도 관심이다. 공수처 수사 사건 중 처음 유죄 판결을 받아낸 고발사주 사건이 항소심에서 유죄 판단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일각에서는 채 상병 사건 특검법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자 대통령실이 서둘러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야당에서는 5월2일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도 있다. 특검이 설치될 경우 60일, 최대 90일 안에 수사를 마쳐야 한다.

20년 판사 출신인 오 후보자가 난이도 높은 고위공직자 수사를 지휘할 수 있을지도 물음표가 붙는다. 전임 김진욱 처장도 수사 성과를 내지 못하자 임기 내내 판사 출신이라는 꼬리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판사 출신으로 실무적인 감각이 부족하겠지만 수장 공백 상태보다는 나을 것"이라며 "공수처가채 상병 사건으로 주목을 받는 중요한 시점에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차장은 수사 경험이 있는 검찰 출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여권 추천 인사로서 수사 독립성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오 후보자는 "여권이 추천했더라도 독립 수사기관의 수장으로서 성실히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했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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