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떠난 자리를 두 달 넘게 지켜온 의대 교수들이 피로 누적을 호소하며 주 1회 휴진에 돌입한 30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장윤석 기자

[더팩트ㅣ황지향·김시형·이윤경 기자] '○○○ 교수의 오늘 외래는 휴진입니다.'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집단 이탈한 전공의 빈 자리를 두 달 넘게 지켜온 의대 교수들이 30일 피로 누적을 호소하며 개별 휴진했다. 병원이 휴진 안내문 등으로 미리 공지한 덕분에 환자들 발길이 줄면서 우려했던 의료대란은 없었다. 하지만 환자들은 의사들이 의대 증원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고 조속히 복귀하기를 한목소리로 바랐다.

이날 일부 교수들이 휴진한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고려대 구로병원은 평소와 달리 텅 빈 모습이었다. 외래 진료 및 수술 휴진에 환자들로 가득했던 병동은 대체로 한산했다. 병원 곳곳에는 휴진 안내 공지문이 환자들을 맞았다.

서울대병원은 오전부터 환자들 발길이 뜸했다. 지하 3층 접수 수납처는 4곳 중 3곳만 운영하고 있었다. 평소 절반 이상 차 있던 내과 대기석에서 기다리는 환자는 3명뿐이었다. 외과는 진료를 보기 위해 대기하는 환자조차 없었다.

심부전증 검사를 위해 서울대병원에 방문했다는 김모(53) 씨는 "예약된 대로 진료를 봤다"면서도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걱정이 된다. 진료를 못 받게 될 수도 있고, 우리 애들이 못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신경과를 방문한 최모(55) 씨는 "오늘 진료는 전임의 선생님 진료였다"며 "그래도 휴진한다는 뉴스를 보고 걱정이 됐다"고 전했다.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의대 교수들이 주 1회 휴진한 30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휴진 안내문이 붙어있다. /장윤석 기자

고대구로병원도 상황은 비슷했다. 안과 대기석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진료과가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 성형외과에는 대기 환자가 2~3명에 그쳤다.

고대구로병원을 방문한 환자들 역시 계속되는 의정갈등에 불안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만에서 왔다는 김모(54) 씨는 "지난 설 예약한 진료를 받기 위해 왔다"며 "아무래도 외국에 살다 보니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의 아버지가 암에 걸리신 상태라 더 걱정된다. 의정 갈등 사태로 입원 중이던 아버지가 병원 측 권유로 퇴원했고 방사선 치료도 조금 걸리게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세브란스병원 진료실 곳곳에는 '○○○ 교수의 오늘 외래진료는 중증 환자에 국한해 오전에만 이뤄지고 있습니다 ', '○○○ 교수의 오늘 외래는 휴진입니다' 등과 같은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안내문에는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 환자의 안전 진료를 담보하고 교수 개개인의 진료 역량 및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됐다"는 설명도 있었다.

산부인과 난임클리닉 역시 중증 환자에 한해 진료가 진행됐다. 개별 휴직을 하지 않고 진료하는 교수들은 "우리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의 교수 일동은 모두 한마음으로 행동함을 선언한다"고 공지했다.

30일 오전 연세대학교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교수들이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박헌우 기자

본관 로비에선 개별 사직에 동참한 교수 7명이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이들은 "전공의와 학생이 없는 한국 의료는 미래도 없다", "핵심은 의대생과 전공의 교육"이라는 내용이 담긴 팻말을 들고 침묵을 지킨 채 시위를 벌였다.

정부는 이날 개별 교수 휴진에 따른 별다른 혼란은 없다고 발표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마치고 "오늘 일부 의료기관에서 외래, 수술에 대해 주 1회 휴진을 예고한 상황이나 일부 교수 차원의 휴진이며 전면적으로 진료를 중단하는 병원은 없어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중증·응급환자 등 진료 차질이 최소화되도록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전국 의대 교수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지난달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 제출 한 달이 지나 효력이 발생하면서 당장 내달부터 의대 교수 사직은 본격화할 전망이다.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 이탈 이후 의료 공백 장기화에 따른 피로 누적을 호소하며 사직에 앞서 주 1회 휴진도 결정했다. 이날 서울대병원과 고려대 의료원, 세브란스병원이 휴진했으며,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은 내달 3일 휴진한다. 다만 응급·중증·입원 환자 진료는 이어갈 예정이다.

hyang@tf.co.kr

rocker@tf.co.kr

bsom1@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