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의협, '강경파' 임현택 체제…대정부 투쟁 거세질 듯
입력: 2024.04.29 00:00 / 수정: 2024.04.29 00:00

대의원 정기총회서 비대위 해산 '임현택 체제' 구성
증원 전면 백지화 초강경…총파업에 차관 경질 요구


28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의협은 이날 대의원 정기총회를 열고 비대위 체제 유지 여부를 결정한다. 규정상 비대위 활동기간은 오는 30일까지다. 하지만 새로운 집행부가 출범함에 따라 조기 해산할 전망이다. /서예원 기자
28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의협은 이날 대의원 정기총회를 열고 비대위 체제 유지 여부를 결정한다. 규정상 비대위 활동기간은 오는 30일까지다. 하지만 새로운 집행부가 출범함에 따라 조기 해산할 전망이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비상대책위원회 활동을 종료하고 임현택 신임 회장 당선인 체제로 전환한다. 임 당선인은 의협 내 대표적 강경파로 그간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을 강력히 반대해왔던 만큼 향후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28일 대의원 정기총회를 열고 새 대의원을 선출하는 등 사실상 비대위를 해산하고 '임현택 체제 의협'을 출범시켰다. 임 당선인은 이날 총회에서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 발표를 백지화하기 전까지 어떠한 협상에도 응하지 않겠다"며 초강경 입장을 재확인했다.

의협은 지난 2월 초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2000명 증원을 발표한 이후 비대위 체제로 운영돼 왔다.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지난 2월7일 임시 대의원 총회를 열고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비대위 설치를 의결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직후 이필수 전 의협 회장이 사퇴하며 집행부 공백이 생긴 데 따른 후속 조치였다. 의협 대의원회는 결의문에서 "즉각적이며 실효적인 투쟁을 위해 가장 강력한 형태의 증원 저지를 위한 비대위를 구성해 투쟁의 전권을 부여하겠다"며 "격렬한 투쟁 서막이 올랐음을 공표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비대위는 의협 안팎에서 사실상 '온건파'로 평가돼 왔다. '원점 재논의가 증원 0명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내는 등 증원 자체에는 비교적 열린 태도를 취했기 때문이다. 이에 임 당선인은 당선 직후인 지난 8일 비대위원장직을 넘겨받기 원했지만 비대위가 이를 거절하며 내홍을 겪기도 했다. 임 당선인은 당시 "의도와는 달리 비대위 운영 과정에서 당선인의 뜻과 배치되는 의사 결정과 대외 의견 표명이 여러 차례 이뤄졌고, 이로 인한 극심한 내외의 혼선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비상대책위원회 활동을 종료하고 임현택 신임 회장 당선인 체제로 전환한다. 임 당선인은 의협 내 대표적 강경파로 그간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대 입장을 강력히 피력해왔던 만큼 향후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전공의 집단행동을 교사한 혐의를 받는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왼쪽)과 임현택 의협 신임 회장 당선인이 지난달 15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는 모습 /서예원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비상대책위원회 활동을 종료하고 임현택 신임 회장 당선인 체제로 전환한다. 임 당선인은 의협 내 대표적 강경파로 그간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대 입장을 강력히 피력해왔던 만큼 향후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전공의 집단행동을 교사한 혐의를 받는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왼쪽)과 임현택 의협 신임 회장 당선인이 지난달 15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는 모습 /서예원 기자

이에 반해 임 당선인은 의협 내 대표적 강경파로 분류된다. 증원 철회에서 한 발 나아가 감원까지 주장한다. 임 당선인은 "우리나라는 지금도 동네 사거리에 수 없이 많은 전문의가 운영하는 병의원들이 있을 정도로 의료 접근성이 좋아 오히려 의대 정원을 지금보다 500명 내지 1000명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15일 전공의 집단행동을 교사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에는 총파업을 주도하겠다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회장 당선 직후인 지난달 26일에도 "면허정지나 민·형사 소송 등 전공의·의대생, 병원을 나올 준비를 하는 교수 중 한 명이라도 다치는 시점에 총파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최근에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경질을 정부와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는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발표로 자행된 이 모든 파국에 대해 박민수 차관이 즉각 자진 사퇴하는 것이 이 나라의 정부 관료로써 그 책임을 다하는 길"이라며 "실질적으로는 의료개악인 허울뿐인 복지부 판 '의료개혁'을 버티고 있는 것이야말로 무책임한 아집이자 권력욕의 민낯"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의·정 갈등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원점에서 재논의를 할 준비가 되고, 전공의와 학생들도 대화 의지가 생길 때 협의가 시작될 것"이라며 "의사협회장이라는 직책은 의료계를 지휘하는 보스의 역할이 아니라 의사들의 의견를 대리하는 역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교수님들을 포함한 전공의, 의대생 등 모든 의료 현장 의사들의 절규와 희생을 헛되지 않게 절대적인 책임감을 갖고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전면 백지화를 이뤄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당선인은 과거 윤 대통령이 참석했던 민생토론회 입구에서 입이 틀어막힌 채 쫓겨났던 의사로도 유명하다. 그는 "대통령에게 직언하려다 입을 틀어막혀 저지당했다"며 "그런 '입틀막' 임현택이 의협 회장으로 당선됐다는 것만으로도 정부는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향후 의협 차원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의협은 계속해서 의대 증원 철회와 원점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당장 의협 집행부 구성을 마치는대로 발표할 메시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의협 인수위 관계자는 "오는 1일부터는 정식으로 임 회장과 42대 집행부가 단일화해 의협을 운영할 것"이라며 "(집행부 구성은) 인선이 발표되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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