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공판 전 증인 신문'…방어권 침해하는 위헌의 그림자
입력: 2024.04.19 00:00 / 수정: 2024.04.19 00:00

형소법 221조 일부 위헌 논란으로 삭제
"적법절차 위배" vs "수사 자료 열람 불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뉴스타파 기자들에 대한 공판기일 전 증인 신문이 서울서부지법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각각 열린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가 지난해 9월 14일 오전 서울 중구 뉴스타파 본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뉴스타파 기자들에 대한 공판기일 전 증인 신문이 서울서부지법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각각 열린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가 지난해 9월 14일 오전 서울 중구 뉴스타파 본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정채영·김시형 기자]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의혹을 받는 뉴스타파 기자들에 대한 '공판기일 전 증인 신문'이 법원에서 열린다. 뉴스타파 기자들이 참고인 조사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지만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11단독 성준규 판사는 이날 오전 10시와 오후 2시 뉴스타파 소속 기자 두 명에 대한 공판 증인 신문을 진행한다. 내달 2일에는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2단독 허용구 판사 심리로 또 다른 뉴스타파 기자에 대한 증인 신문이 열린다.

이 의혹은 김만배 씨가 2021년 9월 15일 뉴스타파 전문위원이던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조우형 사건을 덮어줬다'는 취지의 허위 인터뷰를 하고 대가로 신 씨에게 1억 6500만 원을 지급했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검찰은 허위 정보를 온라인과 방송 등으로 퍼뜨려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시작했다. 지난해 9월 14일 뉴스타파 사무실, 12월 6일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같은 달 13일에는 뉴스타파 한 모 기자를 불러 조사했다.

◆헌재가 위헌 결정한 '공판 전 증인신문' 일부 조항

형사소송법 221조의 1은 '범죄의 수사에 없어서는 아니 될 사실을 안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자가 출석 또는 진술을 거부한 경우에는 검사는 제1회 공판기일 전에 한해 판사에게 증인신문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수 차례 뉴스타파 기자들을 불러 참고인 조사하려고 했으나 불발되자 '공판 전 증인 신문' 제도를 활용했다. 일종의 증거보전제도 중 하나로 참고인의 진술도 증거의 일부로 보고 증인 신문을 통해 진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다만 거의 사용되지는 않는 제도다. 방어권 보장 문제 때문이다.

당초 형소법 221조 2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게 임의의 진술을 한 자가 공판기일에 전의 진술과 다르게 진술할 염려가 있고 그의 진술이 범죄의 증명에 없어서는 아니될 것으로 인정될 경우' 공판 전 증인신문을 청구하도록 규정했으나 1996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삭제됐다.

헌재는 이 조항이 헌법 27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원칙적으로 당사자주의와 구두변론주의가 보장돼 당사자가 공소사실에 대한 답변과 입증 및 반증하는 등 공격·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판기일 전 증인 신문이 증인의 공격·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검찰 수사기록 못 보는 피고인 '기울어진 운동장'

다만 여전히 위헌 논란 여지는 있다. 통상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은 검찰이 열람·등사해 준 기록을 바탕으로 증인 상대 반대신문을 준비한다. 재판이 시작되지 않은 수사 단계에서는 검찰 수사 기록을 제공받지 못한 채 반대신문을 진행해야 한다. 피고인은 방어권 보장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김 대표와 한 기자는 최근 법원에 검찰의 수사기록 열람·복사를 신청했으나 검찰은 재판부에 반대 의견을 냈다. 검찰은 사건기록 열람등사 지침에 따라 수사 중인 사건은 본인이 한 진술이 기재된 서류나 본인이 제출한 서류 외에는 열람 등사 해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건이기 때문에 열람·등사는 무리한 요구"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판 전 증인 신문도 재판 절차 중 하나로 신문 내용은 재판에서 증거 능력을 갖는다.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주요 증거를 확보하는 셈이라 위법성 논란은 여전히 남아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증인 신문 진술은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되기 때문에 변론주의 원칙에 따라 (변호인도) 검찰 측의 신문 사항을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며 "보장되지 않는다면 검증되지 않은 증거가 법정에서 사용되는 상황이 생긴다"고 우려했다.

그는 "검찰이 증인 신문으로 수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변호인 측에도 신문 사항뿐만 아니라 관련 기록을 상대에게 제공해야 한다"며 "공정한 적법절차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또다시 위헌 판단을 받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피고인에게 기록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법원 재량으로 기일을 추가로 잡아 주신문 때 증언 내용을 바탕으로 피고인이 반대신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다만 증인과 변호인이 접촉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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