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혈관 뽑다가 응급수술 '위험천만'…교도소 담장 선 PA간호사
입력: 2024.04.18 19:33 / 수정: 2024.04.18 19:33

법적 무방비 상태 PA간호사 보호 촉구
복지부·간협, 간호사 역량 혁신 토론회


보건복지부와 대한간호협회(간협)가 18일 오후 서울 중구 소재 LW컨벤션센터에서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간호사 역량 혁신방안을 주제로 의료개혁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탁영란 간협 회장/ 뉴시스
보건복지부와 대한간호협회(간협)가 18일 오후 서울 중구 소재 LW컨벤션센터에서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간호사 역량 혁신방안'을 주제로 의료개혁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탁영란 간협 회장/ 뉴시스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PA가 혈관을 뽑다가 응급 수술에 들어가는 상황을 봤어요. '환자가 잘못됐다면 있지도 않은 직종인 PA가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법적 보호를 받는다면 더 열심히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병원 내 전문화된 교육이 없어서 외부에서 교육받다 보니 근무하는 병원 환자와 다른 케이스들만 교육받았어요. 실제 욕창 드레싱을 하는데 어려웠어요."

정부가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시적으로 약 9000명의 전담(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를 투입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를 계기로 PA 간호사 전문역량을 키우고 법제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보건복지부와 대한간호협회(간협)는 18일 오후 서울 중구 LW컨벤션센터에서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간호사 역량 혁신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는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탁영란 간협 회장, 간호대학 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지아 경희대 간호과학대학 교수는 이날 PA 간호사들이 배치돼 있기는 하지만 특별한 교육을 받지 않고 스스로 공부해야 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간호 영역의 고도화와 정밀화로 특수분야 간호를 전담하는 간호사가 자생적으로 양성되고 있으나, 교육과정과 업무범위, 역할, 명칭 등이 불분명하고 혼재돼 사용되고 있다"며 "직무역량 중심의 전담간호사 분야별 교육 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이 교수는 PA 간호사를 수술과 외과, 내과, 응급중증, 심혈관, 신장투석, 상처장루, 영양집중 등 8개 분야로 분류하고 이 중 현재의 비상진료상황에서 PA 간호사가 시급히 필요한 수술과 외과, 내과, 응급중증 등 4개 분야의 교육과정 마련을 촉구했다.

이 교수는 "이번 복지부 시범사업으로 전담간호사의 업무범위가 명시됐다. 수행 가능한 진료지원 행위가 총 43개로 파악됐다"며 "이를 근거로 간협이 전담간호사 교육과정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간협은 임상경력 1년 이상인 간호사를 대상으로 수술과 외과, 내과를, 경력 2년 이상 간호사를 대상으로 응급중증 분야에 대한 교육을 먼저 실시할 계획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18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의료개혁 정책 토론회에서 탁영란 대한간호협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18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의료개혁 정책 토론회에서 탁영란 대한간호협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PA 간호사 활성화를 위한 법적·제도적 지원방안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시범사업 보완 지침에 의해서 간호사 업무수행 기준이 마련됐고 이것은 정부 최초로 전문간호사와 전담간호사, 일반간호사의 업무범위와 수행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며 "시범사업을 통해 법적 보호 체계가 마련됐으니 이후가 중요하다. 시범사업이 종료된 후에도 전담간호사의 역할을 정립하고, 이들을 법적으로 보호·관리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또 다른 전문가들도 △PA 간호사에 대한 법적 보호체계 구축을 위한 관련 법률 정비 △표준교육과정 및 질 평가체계 마련 △배치기준 및 보상체계 신설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를 확대하고 구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문간호사는 의료법상 근거가 없는 PA 간호사와 달리 의료법 제78조에 근거해 최소 3년 이상의 임상경력을 갖추고 2년 이상의 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 후 복지부 장관이 실시하는 전문간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간호사다.

김성렬 고려대 간호대학 교수는 "전담간호사가 등장하면서 의사와 전문간호사, 전담간호사, 일반간호사 등 여러 직종 간에 업무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며 "2022년 전문간호사 자격 인증에 관한 규칙에서 처음으로 전문간호사 업무범위가 명시됐지만 13개 분야의 업무범위가 모두 다 동일하게 4개의 항목으로 간단하게만 제시되고 있다. 모호한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에 공통 업무범위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반영될 필요가 있고 분야의 특성이 반영된 규칙, 혹은 세부 규정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정부는 지금의 비상진료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이른바 PA 간호사를 조속히 법제화하겠다"며 "간호사가 임상 현장에서 전문의료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경력발전경로를 마련해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도록 지난해 4월에 마련한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답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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