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3명 중 2명 "수련 의사 있지만 희망 없어"
군복무 현실화·면책규정·노조 및 파업권 보장 등 요구
16일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가 지난달 13일부터 지난 12일까지 사직 전공의 150명을 대상으로 서면 및 대면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전공의들은 정부와 여론이 의사 직종을 악마화하는 것에 환멸을 느껴 수련을 완전히 포기했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지난 2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젊은의사(전공의·의대생) 동향조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는 류옥 전 대표 /뉴시스 |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하는 사직 전공의들이 정당한 대우를 병원 복귀의 선행 조건으로 꼽았다. 고된 업무에 걸맞은 여건 개선은 물론, 군 복무 기간 현실화, 면책규정 신설, 노조 및 파업권 보장 등 없이는 돌아갈 수 없다는 주장이다.
16일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가 지난달 13일부터 지난 12일까지 사직 전공의 150명을 대상으로 서면 및 대면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전공의들은 의사 직종 악마화 여론에 환멸을 느껴 수련을 완전히 포기했다고 입을 모았다.
레지던트 4년 차 A 씨는 "국민들이 던지는 돌이 너무 아프다"며 "환자들이 '의주빈'(의사+조주빈), '의마스'(의사+하마스)'라고 욕을 하는데 살인자도 이런 심한 욕은 안 먹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레지던트 1년 차 B 씨도 "정부와 언론, 여론 어디를 봐도 희망이 없다"며 "사태가 마무리된다고 해도 과연 의사에 대한 인식과 전공의 수련 환경이 좋아질지 근본적인 의문이 생겼다"고 밝혔다.
류옥 전 대표에 따르면 전공의와 의대생 3명 중 2명은 향후 수련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류옥 전 대표가 지난 2일 공개한 동향조사 결과 전공의와 의대생 1581명 중 약 66%(1050명)는 '차후 전공의 수련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있다"고 응답했다. "없다"고 답한 이들은 531명(34.6%)이었다.
복귀하더라도 정당한 대우가 선행돼야 한다는 게 전공의들 입장이다. 레지던트 1년 차 C 씨는 "업무가 고되고 난이도가 높은 분야에 알맞은 대우가 필요하다"며 "단적인 예로 정형외과 의사는 넘치지만 외상정형분야를 하려는 의사는 적다"고 꼬집었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공간. 기사 내용과 무관 /배정한 기자 |
레지던트 2년 차 D 씨는 "수련 과정에서 기소당하고 배상까지 이르는 선배와 교수님들을 많이 봤다"며 "선의의 의료행위에 대한 면책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턴 E 씨는 "전공의를 하지 않으면 현역 18개월, 전공의를 마치거나 중도 포기하면 38개월 군의관을 가야만 한다"며 "군 복무 기간을 현실화하지 않으면 동료들도, 후배들도 전공의를 굳이 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전공의들은 노조 및 파업권 보장, 업무개시명령으로 대표되는 강제노동 조항 폐지,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 경질 등을 복귀 선행 조건으로 꼽았다.
정권마다 반복되는 의정 갈등에 회의를 느낀다는 응답도 많았다. 인턴 F 씨는 "이번 의료 개악과 같은 일이 다음 정권에서도 반복될 것"이라며 "매 정권마다 의사를 악마화할 것이다. 국민들도 함께 돌을 던질 것이기에 전공의 수련을 받고 싶지 않다"고 했다.
레지던트 2년 차 G 씨는 "환자와 의사 간의 관계가 파탄났기 때문에 수련을 포기한다"며 "이제 의사로서의 삶은 어떤 보람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ohyu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