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혼자 270km 달려 8개 지소 진료…지역의료 '그로기 상태'
입력: 2024.04.15 00:00 / 수정: 2024.04.17 12:32

전국 곳곳 보건지소 운영 차질…15곳은 의과 진료 임시 중단

정부가 공중보건의사(공보의) 파견 근무를 1개월 연장하면서 지역 의료공백은 악화하고 있다. 남은 공보의 1명이 보건지소 8곳을 담당하는가 하면, 공보의 공백으로 아예 진료가 한 달째 중단된 지역도 있다./ 뉴시스
정부가 공중보건의사(공보의) 파견 근무를 1개월 연장하면서 지역 의료공백은 악화하고 있다. 남은 공보의 1명이 보건지소 8곳을 담당하는가 하면, 공보의 공백으로 아예 진료가 한 달째 중단된 지역도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김영봉 기자] # 3년차 공보의 A 씨는 매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보건지소 총 6곳에서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그나마도 오전과 오후로 나눠 1곳에서 반나절만 진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머지 목요일과 금요일은 1곳씩 방문해 진료한다. 일주일간 보건지소 총 8곳을 다니면서 이동 거리만 약 270km에 달한다. A 씨는 기다리는 환자들을 위해 점심도 거르고 이동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A 씨는 "지금 담당하는 가장 먼 보건지소는 군내에서도 30km 이상 떨어져 있다. 반나절만 진료를 보고 오후에 또 다른 지소에 가서 진료를 보니 너무 힘든 상황"이라며 "근무는 2배 이상 힘들어 졌고, 한 번에 몰리는 환자를 진료하느라 꼼꼼한 진료도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중보건의사(공보의) 파견 근무를 1개월 연장하면서 지역의료 공백은 악화하고 있다. 남은 공보의 1명이 보건지소 8곳을 담당하는가 하면, 아예 진료가 한 달째 중단된 지역도 있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11일부터 전공의 집단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에 공보의를 파견하고 있다. 1차‧2차로 파견된 공보의는 289명에 달한다. 전체 의과 공보의 1209명 중 24%에 달하는 수치다.

문제는 공보의 파견기간이 길어지면서 지역 곳곳에서 의료 구멍이 나고 있다는 점이다. 공보의는 군 복무를 대신하는 의사로, 보건의료 취약지역 보건소나 보건지소, 지방의료원 등에서 3년간 진료업무를 담당한다. 통상 1명이 1~2개 보건지소를 담당하는데 파견 근무간 공보의로 남은 인원이 빈자리를 메꾸고 있다.

비수도권 한 지역의 경우 5명의 의과 공보의 중 2명은 최근 복무가 만료됐다. 1명은 수도권 병원으로 파견을 가면서 2명이 지역 의료를 책임지고 있다. 1명은 보건소를 맡고, 또 다른 1명이 보건지소 8곳을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A 씨는 "공보의 파견으로 높은 업무강도와 지역의료 공백을 체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보건지소를 방문하는 환자 중에는 진료가 늦어져 항의하는 분들도 있고 환자들도 많이 불편해 한다"며 "이번 사태가 한 달을 넘기면서 만성피로가 왔다. 진료하면서 실수할까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11일부터 전공의 집단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에 공보의를 파견하고 있다. 1차‧2차로 파견된 공보의는 289명에 달한다. 전체 의과 공보의 1209명 중 24%에 달하는 수치다. /임영무 기자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11일부터 전공의 집단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에 공보의를 파견하고 있다. 1차‧2차로 파견된 공보의는 289명에 달한다. 전체 의과 공보의 1209명 중 24%에 달하는 수치다. /임영무 기자

공보의 파견으로 진료가 중단된 곳도 있다. 경기권 한 지역의 경우 보건지소 5곳에서 의과 진료는 한 달째 중단된 상태다. 5명의 의과 공보의 중 2명은 복무 만료, 2명은 파견 근무 중이며, 남은 1명은 보건소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 보건소 관계자는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공보의 파견으로 의과 진료 업무는 한 달째 중지됐다"며 "우리 군은 5개 지소가 있는데 한의과만 운영되고 있고 의과 진료는 공보의가 없어 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북 한 지역은 9명의 의과 공보의 중 2명이 서울 대형병원으로 파견 근무 중이다. 이에 따라 보건지소 8곳 중 2곳은 일주일에 2일만 문을 여는 등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해당 지역 보건소 관계자는 "공보의 파견 근무에 따른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남은 공보의가 순환 진료를 보며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일부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하는 분도 있다"고 전했다.

이성환 대한공보의협의회장은 "현재 공보의 파견으로 15곳의 보건지소가 의과 진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공보의 파견은 사실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을뿐더러, 새로운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비상의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계속 언급했듯 공보의 파견은 중환자를 포함해 비상의료체계 유지를 위해서다"라며 "그 목적에 따라 파견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kyb@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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