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정상운영" 정부 설명과 달리 현장은 "붕괴 직전"
1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중증응급질환 중 안과, 산부인과 등 일부 질환에 대한 진료 제한 메시지를 표출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는 44곳 중 16개소로 확인됐다. 현장에 남은 의료진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과 기사는 무관함 / 뉴시스 |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강행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지 2달째에 접어들면서 응급실 의료진들의 피로가 한계에 다다랐다. 응급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폭풍이 오기 전 단계"라고 토로했다.
1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중증응급질환 중 안과, 산부인과 등 일부 질환 진료 제한 메시지를 표출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전체 44곳 중 16개소에 달했다. 복지부는 일부 과의 진료가 제한되고 있지만 응급실은 정상 운영 중이라는 설명이다.
12일 기준 응급실 408개소 중 97%인 394개소가 병상 축소 없이 운영 중이다. 응급실 중증·응급환자 수는 전주 평균 대비 1.3% 증가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 응급실 근무 의사 수는 486명으로 전주와 유사하다.
그러나 현장에 있는 의료진들은 복지부의 설명과 달리 "심각한 위기 상황을 하루하루 간신히 버티고 있다"고 호소했다.
특히 응급실 의료진은 오히려 환자 수가 2배 가까이 늘었다며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토로했다.
경북 지역의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 A 씨는 "일반병실 및 중환자실이 없어 입원 대기가 발생하니 응급실은 몰려오는 응급환자와 입원 대기 환자로 업무가 2배로 늘어났다"며 "아무리 빨리하더라도 끝이 없다"고 털어놨다.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은 "1000만명의 응급환자 중에 300만명이 119를 타고 오고, 700만명은 직접 찾아오던 사람들"이라며 "문제는 그 700만명을 어떻게 분산시키냐는 것인데 병원에서 그 환자들이 경증인지 아닌지 안 보고 보낼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 입장에서는 하지 않아도 될 일이 더 는 것"이라며 "차라리 보는 편이 더 편하다"고 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응급의학과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7일 "이번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응급실 사직을 포함한 구체적 행동을 준비할 것이고 이와 별개로 수많은 전문의가 자발적으로 현장을 떠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동률 기자 |
A 씨 역시 "정부가 응급실 환자를 분산한다고 했지만 어떠한 움직임도 체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응급환자 이송과 전원에 차질이 없도록 면밀하게 모니터링한다는 입장이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응급의료체계가 ‘붕괴 직전’이라고 우려한다.
A 씨는 "경북에 있는 우리 병원에 타 권역에 있는 환자가 넘어오거나 응급의료상황실을 통해 부산 권역 환자 수용가능 여부를 확인할 때면 상황이 심각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런데도 우리마저 환자를 못 받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현재 의료 현장은 마치 폭풍이 오기 전 단계와 같다"며 "표면적으로는 응급의료체계는 어떻게든 유지가 되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곧 붕괴할 수 있을 정도로 엉망"이라고 말했다.
한계에 다다른 응급실 의사들은 의료 공백 사태가 하루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사직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응급의학과 비상대책위원회는 "응급의료는 이미 이전 수준으로 회복이 불가능해졌다"며 "이번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응급실 사직을 포함한 구체적 행동을 준비할 것이고 이와 별개로 수많은 전문의가 자발적으로 현장을 떠날 것"이라고 시사했다.
현재 응급의학 전문의들은 현장을 지키는 이유가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에 찬성하기 때문이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이들은 "우리가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무너지면 의료가 무너진다는 위기감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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