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대통령 면담 후폭풍 …전공의들 내부 갈등 조짐
입력: 2024.04.05 14:40 / 수정: 2024.04.05 14:40

전날 대통령 면담 이후 파장 거세…"갈등의 골 깊어져"
박단 위원장 탄핵 성명서…의대 교수들은 중재 역할 고심


5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의대 교수와 개원의 등 의사 선배들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의 면담 이후 일제히 실망감을 내비쳤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지 45일 만에 전격 만남이 이뤄졌지만 양측은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박헌우 기자
5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의대 교수와 개원의 등 의사 선배들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의 면담 이후 일제히 실망감을 내비쳤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지 45일 만에 전격 만남이 이뤄졌지만 양측은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조소현·김영봉·황지향·이윤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일 면담을 갖고 의과대학 증원 관련 대화를 나눴지만 실타래가 더욱 꼬이는 모양새다. 정부가 2000명 증원 규모에 확고한 입장을 재차 강조한 가운데 전공의들 사이에선 내부 갈등 조짐도 감지되면서 의정 갈등 사태는 더욱 꼬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전공의 내부 박단 비대위원장 탄핵 움직임도

5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의대 교수와 개원의 등 선배 의사들은 전날 대통령과 박 비대위원장의 면담 이후 일제히 실망감을 내비쳤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지 45일 만에 전격 만남이 이뤄졌지만 양측은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가시적 성과는 없었기 때문이다.

고범석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교 비대위) 공보담당은 "갑갑하다. 전공의들은 더 실망했을 것이고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진 것 같다"며 "협상이 안 되고 실망만 커진 것 같은데 안 만나는 것만 못했다. 지금 상황에선 답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김우식 경희의대 교수의회장은 "기대를 했지만 전공의들의 화법에 맞춰 청취해주지 못한 것 같다"며 "의료개혁은 조금씩 천천히 바꿔줘야 하는데 당장 문제점들만 해결한다고 2000명을 늘려서 지금 이 사태가 났다"고 지적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은 "협상을 하러 간 것도 아니고 일종의 면담 정도였다. 만남 자체에 큰 의미를 둘 수 없는데 (향후 의협 비대위 차원의 투쟁 방향에) 뭔 영향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5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의대 2000명 증원) 대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며 특별한 변경 사유가 있기 전까지는 기존 방침이 그대로 유효하다고 밝혔다. /임영무 기자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5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의대 2000명 증원) 대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며 "특별한 변경 사유가 있기 전까지는 기존 방침이 그대로 유효하다"고 밝혔다. /임영무 기자

심지어 전공의 내부에서 '박 비대위원장 탄핵 성명서'가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 비대위원장이 대통령과의 면담을 일방적으로 결정했으며 면담 내용도 알리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성명서에는 "(윤 대통령과) 만남이 대전협 비대위 내에서만 상의됐을 뿐 나머지 병원 대표들과는 사전에 총회나 투표 등의 방식으로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병원 대표들을 비롯해서 사전에 공지를 받지 못한 1만여명의 사직 전공의들은 대담이 진행되는 내내 사전에 의사 반영이 되지 않고 비대위에서 독단적으로 행동했다는 것에 분노와 무력감, 불안에 휩싸였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박 비대위원장이 면담 후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는 짧은 문구를 발표한 이후 대전협 병원 대표를 비롯한 사직 전공의들에게 어떤 회의 내용도 공지하지 않고 비밀에 부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명백히 대전협 병원 대표를 비롯한 전공의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박단 회장은 사전에 회원들에게 공지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강행할 위험성이 있다. 그런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사직 전공의, 인턴들을 대표해 박 비대위원장의 탄핵안을 올리고자 한다"고 했다.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는 전날 성명서를 내고 "윤 대통령과 박 비대위원장의 만남 성사는 '젊은 의사'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박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 11인의 독단적인 밀실 결정"이라고 규탄했다. 임현택 의협 신임 회장 당선인은 이날 자신의 SNS에 "밖의 거대한 적보다 내부의 적 몇 명이 나를 더 힘들게 한다"고 올렸다. 누구를 지칭하는지 밝히진 않았으나 박 비대위원장을 비판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 정부, '2000명' 재확인…교수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어"

정부는 이날도 흔들림 없이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전날 대통령과 박 비대위원장의 면담에도 의대 2000명 증원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의대 2000명 증원) 대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며 "특별한 변경 사유가 있기 전까지는 기존 방침이 그대로 유효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유연하고 포용적이면서도 원칙을 지키는 흔들림 없는 자세로 의료개혁을 추진해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의대 교수들의 고심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그간 중재 역할을 자임해왔으나 사태 당사자인 전공의와 대통령의 만남에도 사태는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의정 갈등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배우경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대응팀장은 "솔직히 예측이 안 되는 상황이다. 여야도 만나고 정부도 만나고 전공의도 만나서 대통령 마음을 바꾸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안 된다"며 "그간 우리가 중재자 역할을 하려고 했는데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고범석 전의교 비대위 공보담당은 "지금 해결 기미가 안 보인다. 정부도 강경해서 갑자기 2000명을 원점으로 돌릴 것 같지 않고 전공의도 마찬가지로 계속 (병원 이탈을) 유지할 것"이라며 "올해 안에는 해결되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전의교 비대위는 이날 오후 7시 온라인 총회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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