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의사들 이번엔 '진료 축소'…의료공백 심화에 대통령 담화 주목
입력: 2024.04.01 00:02 / 수정: 2024.04.01 00:02

의대 교수·개원의 1일부터 진료 줄이기로…환자 불편 불가피
정부-의사 대화는 답보…尹, 대국민 담화로 돌파구 찾나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교 비대위) 소속 교수들은 이날부터 외래 진료와 수술 일정을 조정한다. /임영무 기자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교 비대위) 소속 교수들은 이날부터 외래 진료와 수술 일정을 조정한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 ┃ 박준형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2000명 증원에 반대해 사직서를 내고 있는 의대 교수들이 이달부터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줄인다. 개원의들도 진료 축소에 동참하기로 했다. 정부와의 대화는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무르면서 의료공백으로 인한 환자들 불편은 심화할 전망이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대 증원 관련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주 60~98시간 근무에 피로 누적…일정 조정 의결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교 비대위) 소속 교수들은 이날부터 외래 진료와 수술 일정을 조정한다. 의료공백 장기화로 남은 의료진의 피로 누적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의대 교수들은 지난 2월 말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주 60~98시간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의교 비대위에는 강원대와 건국대, 건양대, 경상대, 계명대, 고려대, 대구가톨릭대, 부산대,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원광대, 을지대, 이화여대, 인제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한양대 등 20개 의대가 참여하고 있다.

방재승 전의교 비대위원장은 "4월1일부로 24시간 연속 근무 후 다음 날 주간 업무 오프를 원칙으로 한다. 이 근무조건에 맞춰 중증·응급 진료 유지를 위해 수련병원별로 외래와 수술을 조정하기로 의결했다"면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지만 환자와 의료진 안전을 위한 필수적인 조치임을 양해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전국 39개 의대로 구성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역시 지난달 25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에 돌입했으며, 이날부터 외래 진료를 최소화하고 중증·응급환자 치료에 집중한다.

개원의들도 이날부터 단축 진료로 집단행동에 동참한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회의 이후 "개원의들도 주 40시간 근무 시간을 지키는 준법 진료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차원에서 참여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이라며 "많은 회원들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의견을 모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확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정부-의사 팽팽한 대립…환자들은 불편 호소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 개원의까지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종합병원부터 동네병원까지 환자들 불편이 예상되지만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와 의사 모두 '2000명 증원'을 두고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으면서 제대로 된 대화의 자리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31일 회의 이후 개원의들도 주 40시간 근무 시간을 지키는 준법 진료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서예원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31일 회의 이후 "개원의들도 주 40시간 근무 시간을 지키는 준법 진료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서예원 기자

의협은 대화의 전제조건은 2000명 증원 원점 재검토라는 입장을 거듭했다. 김 언론홍보위원장은 "초지일관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면서 "2000명 증원에 대한 구체적인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임현택 신임 의협 회장 당선인은 낙선운동과 의사 총파업까지 거론하며 향후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전의교 비대위는 2000명 증원 철회는 물론이고,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을 향해 "의사를 무시하는 거친 언사로 이 사태를 악화시킨 분"이라며 언론 대응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방재승 비대위원장은 "정부 의견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박민수 차관이 언론 대응에서 조금 뒤로 물러나 주면 대화 물꼬가 터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정부는 더 늦기 전에 현 상태 시작이 된 근거 없는 의대 정책을 철회하고 필수의료 미래인 전공의들에게 귀 기울여 진정한 대화의 장을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정부 역시 초지일관 강경 대응을 유지하고 있다. 복지부는 전날 조규형 장관 주재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의대 교수들의 진료 축소 결정에 유감을 표명했다. 조 장관은 응급실과 중환자실 운영 상황을 보다 면밀히 점검하고, 지난 1·2차 비상진료대책에 이어 강화된 3차 비상진료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의·정 갈등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환자들은 진료나 수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환자들 사이에선 "몇 개월을 기다렸는데 수술이 연기됐다", "갑자기 진료 취소 문자를 받았다" 등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만 터지는 꼴'이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충북 보은군 보은읍에서 도랑에 빠져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생후 33개월 아이가 상급종합병원 이송을 거부당해 숨졌다. 상급종합병원은 의료공백이 아닌 이동 중 환자 상태 악화 가능성, 소아청소년과 중환자실 병상 부족 등을 이유로 전원을 받지 못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보건당국은 조사에 나섰다. 다만 경찰은 법리 검토 결과 수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상급종합병원이 전원 요청을 반드시 수용해야 할 강제 조항이 없는 데다 의료공백의 영향은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의료공백 장기화에 윤 대통령은 1일 의대 증원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다. 대통령실은 "의료개혁, 의사 증원 추진 경과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서 여전히 궁금해하신다는 의견이 많아 대통령이 내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직접 소상히 설명한다"고 밝혔다. 총선을 10일 앞둔 시점에서 사태 해결을 위해 윤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담화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j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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