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감정료 인상·감정의 확대 검토
김정중 서울중앙지법원장 직접 재판도
의료과실과 손해배상 소송 등 의료 감정을 필요로 하는 재판이 장기화되고 있어 법원이 감정료 인상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남용희 기자 |
[더팩트ㅣ김시형 기자] 의료과실과 손해배상 소송 등 의료감정이 필요한 재판이 장기화돼 법원이 감정료 인상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법원 내규를 개정해 의료감정 문항 수에 따라 의료감정비 증액이 가능하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감정 문항 수가 10개를 넘으면 5문항마다 20만원 범위 내에서 감정료를 올릴 수 있도록 했다. 현행 대법원 예규에 따른 진료기록 감정료는 과목당 60만원이다.
행정법원 관계자는 "내규 개정으로 감정절차가 더욱 신속하고 적정하게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법원행정처는 현행 대학병원 교수들로 구성된 감정의 범위를 상급종합병원 전문의와 대학병원 퇴직 개원의까지 확대하는 방안 등 의료감정 절차 개선을 위한 예규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감정의 확대 뿐 아니라 감정절차 개선을 위한 여러 방안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했다.
통상 의료감정은 의사의 의료과실로 빚어진 의료전담 사건에서 필수적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 단독재판부에 계류된 의료전담 사건은 296건에 달했다. 2021·2022년에도 각각 273건이 계류됐다.
의료전담 뿐 아니라 교통사고 등 민사상 손해배상 사건에서도 의료감정이 자주 진행된다. 소송 당사자의 신체적 피해 정도를 입증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11월 법원행정처 발표에 따르면 2022년 선고된 의료감정이 진행된 손해배상 소송 중 64건은 2018년 소가 제기된 사건이었다. 2016년 이전에 소가 제기된 사건도 10건이나 달했다. 민사사건 통상 선고 기간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미투 사건' 피해자 김지은 씨도 안 전 지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의료감정 결과를 받는 데 2년이 걸려 재판 절차가 지연되기도 했다.
민사 사건을 심리하는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감정 회신 자체가 늦은 편이기도 하고 회신이 오더라도 결과가 당사자의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해당 감정의를 상대로 다시 사실조회를 보내 답변을 받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 단독재판부에 계류된 의료전담 사건은 296건에 달했다./남용희 기자 |
이어 "여러 곳을 다친 경우 신체감정을 할 때 과목별로 각각 감정을 보내므로 어느 하나라도 회신이 오지 않으면 기다려야 한다"며 "감정 불가능을 이유로 한 반송에 따른 재감정 때문에 지체되는 경우도 있다"라고 부연했다.
법원장이 직접 나서 의료감정이 장기화된 재판을 지휘하기도 했다. 김정중 서울중앙지법원장은 지난 28일 7년 동안 재판이 지연된 교통사고 피해자 50대 남성 A 씨가 보험사가 수년간 계속해온 치료비 지급을 멈추자 제기한 손해배상 사건을 직접 재판했다.
앞서 중앙지법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재판 지연 해소 방침에 따라 지난달 19일 법원장이 재판장을 맡는 장기 미제사건 전담 재판부를 신설한 바 있다.
이 재판은 '의료감정 회신 지연' 등의 이유로 심리가 지연돼 왔다. 사고 이후 복합통증증후군을 겪게 된 A 씨가 기대여명을 넘겨 생존하면서 해당 질환과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한 의료감정이 오래 걸리면서 재판이 장기화됐다.
A 씨 측 대리인 김우진 변호사는 "의료감정을 총 5과목 신청했는데 보험사 측이 (이에 불복해) 사실조회를 서너 건 신청했고 그 이후에 또 우리가 보완 감정을 신청해 더 지연됐다"고 말했다.
감정의 배정까지만 반 년 가까이 소요됐다. 어느 병원에 어느 감정의가 감정할지 정해진 기간만 6개월 가까이 소요됐고 감정 결과가 나오기까지 한 과목당 1년 이상 걸렸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보다 더 심한 재판도 있을 것"이라며 "법원장이 의지를 가지고 조속히 마무리하려고 해 원고 입장에선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rocker@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