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가동률 높아지면 환자 수용 어려워
뇌·심혈관 등 고난이도 응급환자 수술 불가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2차병원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전공의 이탈로 의료공백이 생긴 3차병원(상급종합병원) 대신 2차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면서 연쇄 의료대란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사진은 서울 모 2차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 모습./김영봉 기자 |
[더팩트ㅣ김영봉·장혜승 기자] "사태가 지속되면 응급실 환자가 많아질 텐데, 더 이상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빨리 해결돼야 합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2차병원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전공의 이탈로 의료공백이 생긴 3차병원(상급종합병원) 대신 2차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면서 연쇄 의료대란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 이탈이 본격화한 지난달 19일 이후 2차병원 환자가 증가했다. 지난 13일 보건복지부가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집중을 완화하고, 1~3차 병원 역할을 확실하게 나눈다"고 발표한 후 2차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중증·응급 환자, 종합병원은 중등증 환자, 동네 병의원은 경증 환자 대응과 진료에 집중하도록 했다.
이날도 서울 주요 2차병원은 환자들로 북적였다. 대부분 외래환자와 신규환자로 정형외과, 신경외과, 내과, 안과 등 다양한 진료과에 환자들이 대기했다. 서울시 보라매병원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환자들이 몰렸다. 오전 9시가 되기도 전부터 1층 로비에는 30명 이상의 환자들이 대기했다. 대기 순번은 이미 200번이 넘어가고 있었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에도 이른 시간부터 진료를 위해 찾은 환자들이 좌석을 가득 채웠다. 순천향대 부속 서울병원과 서울시 서북병원도 이비인후과와 정형외과를 위주로 환자들이 붐비는 모습이었다. 모 2차병원 관계자는 "얼마나 늘었는지는 병원 방침상 공개는 어렵다"면서도 "의·정 갈등 후 외래환자와 신규환자가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이른바 '빅5'를 비롯한 상급종합병원에 갔다가 발길을 돌려 2차병원을 찾은 이들도 있었다. 외래나 신규환자 뿐만 아니라 3차병원의 의료공백으로 밀려난 응급환자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구로성심병원 내과에서 진료를 기다리던 70대 이모 씨는 "동네 내과를 갔는데 거기서 CT 촬영하려면 고대구로병원으로 가라고 했다"며 "그런데 파업 중이라 여기에 전문의 선생님들이 있을 거라고 해서 왔다"고 말했다.
3층 수술실 앞에서 만난 최모(78) 씨도 "넘어져 다리를 다쳐서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진료를 받으러 왔다"며 "처음에는 고대구로병원에 가려고 했는데 119에서 거기는 파업한다고 여기로 가라고 해서 왔다. 다른 환자들도 거기서 수술을 안한다고 해서 왔다고 하더라"고 했다.
전공의 파업과 의대 교수 사직 등으로 의료대란이 이어지고 있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외벽에 정부의 의료개혁 관련 홍보 영상이 송출되고 있다./이동률 기자 |
문제는 의·정 갈등이 지속될 경우 2차병원도 더 이상의 환자 수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병상이 포화인 상태에서 입원을 필요로 하는 응급환자가 몰릴 경우 병상 부족은 물론, 의료진의 피로도 역시 심해질 수 있다.
서울의 한 2차병원 관계자는 "응급환자들이 입원해야 할 경우 병상 가동률이 높아질 텐데 더 이상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큰일"이라며 "의·정 갈등이 하루 빨리 해결돼야 한다"고 우려했다.
2차병원에서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이 늘고 있는 점도 우려된다. 뇌질환이나 심혈관질환 등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수술 등은 주로 3차병원에서 담당한다.
또 다른 2차병원 관계자는 "응급실 환자 중에는 중소병원에서 해결 안되는 환자도 있다"며 "뇌수술, 심혈관 등은 우리 역량이 부족한 부분이다. 재빨리 대학병원으로 보내야 하는데 만약 거기서 못받으면 문제가 발생한다"고 귀띔했다.
kyb@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