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눈덩이 적자에 강제 무급휴가…직격탄 맞은 대학병원
입력: 2024.03.28 16:06 / 수정: 2024.03.28 16:06

하루 10억원 이상 적자에 비상경영체제
"일방적 무급휴가 공지", 직원들 반발도


의과대학 증원으로 촉발된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이 6주째 이어지면서 이른바 빅5를 비롯한 대학병원들의 경영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의료공백 장기화에 따른 막대한 적자로 이미 비상경영에 돌입한 가운데 간호사 등 의사 외 인력을 대상으로 무급휴가도 확대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CJ홀에서 총회를 개최한 가운데 서울의대 한 교수가 강당으로 입장하고 있다./김영봉 기자
의과대학 증원으로 촉발된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이 6주째 이어지면서 이른바 '빅5'를 비롯한 대학병원들의 경영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의료공백 장기화에 따른 막대한 적자로 이미 비상경영에 돌입한 가운데 간호사 등 의사 외 인력을 대상으로 무급휴가도 확대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CJ홀에서 총회를 개최한 가운데 서울의대 한 교수가 강당으로 입장하고 있다./김영봉 기자

[더팩트ㅣ김영봉·장혜승·이윤경 기자] 의과대학 증원으로 촉발된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이 6주째 이어지면서 이른바 '빅5'를 비롯한 대학병원들의 경영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의료공백 장기화에 따른 막대한 적자로 이미 비상경영에 돌입한 가운데 간호사 등 의사 외 인력을 대상으로 무급휴가도 확대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병원은 전공의들이 무더기 이탈한 지난달 말 이후 하루 10억원 이상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빅5 병원은 전체 의사 중 전공의 비중이 약 40%에 달한다. 이들 병원은 대부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입원환자가 감소하고 병상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병동을 통합하거나 폐쇄했다.

서울대병원은 60개 병동 중 10개를 폐쇄했다. 현정희 서울대병원노조 정책위원장은 "현재 10개 병동이 폐쇄됐다"며 "다수 병동이 축소 운영되고 있으며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5일부터 비상운영체제를 가동한 서울아산병원은 전문의 및 진료지원인력 체계를 강화하고, 병상 및 인력 운영 효율화를 위해 병동과 수술실을 일부 통합했다. 서울아산병원도 병동 56개 중 9개를 폐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성모병원 역시 병동 19개 중 2개의 문을 닫았다. 지난 15일부터 비상경영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세브란스병원도 75개 병동 중 6개 병동을 3개로 통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병상 가동률이 60% 초반까지 떨어졌다. 신규 환자 비율을 제한하면서 하루 평균 9500명 정도 내원하는 외래환자는 평균 8000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병원은 전공의들이 무더기 이탈한 지난달 말 이후 하루 10억원 이상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빅5 병원은 전체 의사 중 전공의 비중이 약 40%에 달한다. 이들 병원은 대부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입원환자가 감소하고 병상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병동을 통합하거나 폐쇄했다. 사진은 27일 서울성모병원 내부 모습. /김영봉 기자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병원은 전공의들이 무더기 이탈한 지난달 말 이후 하루 10억원 이상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빅5 병원은 전체 의사 중 전공의 비중이 약 40%에 달한다. 이들 병원은 대부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입원환자가 감소하고 병상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병동을 통합하거나 폐쇄했다. 사진은 27일 서울성모병원 내부 모습. /김영봉 기자

최근에는 무급휴가까지 실시하고 있다. 의·정 갈등 지속에 따라 의료공백 장기화에 대비하는 것이다. 간호사를 대상으로 시작된 무급휴가는 다른 의료직과 행정직, 전산직 등 일반직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서울대병원은 인력 유연화를 목적으로 간호부뿐만 아니라 모든 부서를 대상으로 무급휴가 협조전을 보냈다. 서울아산병원도 간호사와 행정직 대상으로 무급휴가를 실시하고 있다. 안전한 진료 환경 구축에 필요한 필수 예산을 제외한 비용 지출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21일 '일반직 안식휴가 한시 확대 운영 안내'를 공지했다. 연세의료원 산하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1년 이상 간호사와 일반직 1만여명이 대상이다. 무급휴가는 최대 4주(일주일 단위 총 4회) 신청 가능하다. 비상경영체제가 종료될 때까지 운영한다.

병동 폐쇄 과정에서 연차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병동을 재배치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일부 병동에서는 다음달 발생하는 오프(휴무)를 미리 당겨쓰는 '마이너스 오프'를 신청받고 있다고 한다. 교대근무를 하는 간호사들은 번갈아가며 휴일이 생기는데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의 휴일을 당겨쓰라는 것이다.

직원들 사이에선 병원이 사실상 무급휴가를 강요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정희 정책위원장은 "간호사들에게 일방적으로 무급휴가를 공지하더니 미화 직원들에게도 무급휴가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박나래 서울대병원노조 사무장은 "비상경영체계라며 병원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아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병원 의료손실을 메꾸려고 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세브란스병원 노조는 '꼼수 악질 깜깜이 무급휴가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고 "일방적이고 기습적으로 무급휴가를 공지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고대병원, 아산병원 등 대부분 병원에서 무급휴가를 실시하고 있지만 7일 단위로 사용하지 않는다"며 "단위 신청일을 7일로 하면 7일을 쉬고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아직까지 무급휴가를 계획하고 있진 않지만 매출이 20~30% 줄면서 대책 마련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강북삼성병원은 전 직군 희망자에 한해 무급휴가를 실시하고 있다.

병원들은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는 교수들 이탈이 현실화하면 더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빅5 병원 관계자는 "적자가 심하긴 한데 이번 달은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많이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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