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이해관계 대변하는 대표단 돼야"
"2000명 증원 확고…과학적 논문 근거"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7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2025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에 재정투자 중점 분야로 필수의료 분야 육성 및 지역거점 병원의 공공성 확대가 포함됐다"며 "필수의료 지원이 재정투자 중점 분야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임영무 기자 |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정부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지역의료 발전 등 필수의료 분야에 내년도 예산을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전공의와 의대 교수,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들에게는 책임 있는 대표단을 구성해 예산 투자 방안 논의에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다만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확고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양측의 대화가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7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2025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에 재정투자 중점 분야로 필수의료 분야 육성 및 지역거점 병원의 공공성 확대가 포함됐다"며 "필수의료 지원이 재정투자 중점 분야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예산을 의료개혁 5대 재정사업을 중심으로 편성할 방침이다. 의료개혁 5대 재정사업은 △전공의 수련 집중 지원 △지역의료발전기금 신설 △필수의료 기능 유지를 위한 재정 지원 확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위한 보상 재원 확충 △대학병원 연구 기능 강화 및 혁신형 보건의료 연구개발(R&D) 예산 지원이다.
정부는 전공의 수련 내실화와 처우 개선을 통해 역량있는 전문의를 양성하고, 의학교육 질 제고를 위한 투자에 우선순위를 둘 예정이다. 특히 의대정원이 대폭 증원된 지역 거점 대학에는 아낌없이 투자하고 지원하겠다고 했다.
또 지역 거점 병원과 강소 병원을 육성 지원하고, 지역 내 인력 공유체계 구축과 지역의 의료기관 간 연계를 위한 디지털 전환에 투자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필수의료에는 사후보상 확대 등 새로운 보상체계를 도입한다.
아울러 전공의의 책임보험·공제 비용의 50%를 지원하고 분만 의료사고의 보상 한도 인상에 이어 다른 필수의료 분야까지 보상 한도를 올릴 예정이다. 거점 병원 등 대학병원의 연구기능 강화와 첨단 바이오헬스 생태계 구축을 위해 혁신형 보건의료 R&D 예산 지원도 추진한다.
정부는 오는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의 건강보험 재정을 필수의료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병상수급관리제 시행 등을 통해 병상과 의료장비 수를 적정하게 관리하고 주기적인 급여재평가를 내실 있게 운영할 방침이다.
정부는 과다 의료 이용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유도하고 외국인의 경우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고 쉽게 의료 이용을 하는 사례를 개선할 예정이다. 다른 사람의 건강보험 자격을 도용해 진료받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에서 본인 여부와 건강보험 자격을 의무적으로 확인하는 제도를 시행한다.
사진은 지난 25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배정한 기자 |
정부는 의사들을 향해 대표단을 꾸려 예산안 편성을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박 차관은 "의료계는 하나의 단일체가 아니다"라며 "개원가도 있고 대학병원도 있다. 또 대학병원 안에도 교수님도 있고 전공의와 같은 봉직의도 있다. 여러 그룹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있도록 충분히 대표단이 구성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합리적인 대안을 다양하게 건의해 주면 정부가 검토 의견을 주고 이같은 소통 과정을 통해서 (예산)안을 구체화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차관은 임현택 신임 의협 회장에게도 "정부와의 대화에 참여해 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전공의 행정처분이 있을 경우 총파업에 나서겠다는 임 회장 발언을 두고는 "의사 집단이 법 위에 서겠다는 주장"이라며 "'유연한 처분'을 계속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의사들이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의대 2000명 증원 철회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박 차관은 "정부는 모든 것을 (대화) 논제로 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2000명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한 것이기 때문에 논의 과제로 할 때에는 합리적인 근거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차관은 '정부 주장의 과학적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연구 논문을 보면 객관적인 추계에 대한 자료가 있다"며 "지금 연구자들이 말하는 것은 정책 제언 부분이다. 여러 가지 현실적 여건, 앞으로의 제도 개선 등을 고려해 본인의 주관을 담아서 제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참고했던 것은 재정 추계"라며 "3개의 연구 논문이 동일하게 2035년에 1만명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삼고 있다. 이것이 정부와 결정한 기초"라고 덧붙였다.
sohyu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