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의대 교수들 사직 봇물…정부-의사는 여전히 '불통' (종합)
입력: 2024.03.26 17:24 / 수정: 2024.03.26 17:24

"2000명 해결 없이 복귀 없어" vs "정부 의지 불변"
총리-의료계 만남에 의사단체 빠져…환자들은 한숨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강행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 사직서 제출이 이틀째 이어졌다. 먼저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 공백으로 피로도가 극에 달하면서 주 52시간 단축 근무도 시작됐다. 사진은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앞 한 의대 교수가 걸어가는 모습./김영봉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강행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 사직서 제출이 이틀째 이어졌다. 먼저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 공백으로 피로도가 극에 달하면서 주 52시간 단축 근무도 시작됐다. 사진은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앞 한 의대 교수가 걸어가는 모습./김영봉 기자

[더팩트ㅣ김영봉·장혜승·황지향·이윤경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강행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 사직서 제출이 이틀째 이어졌다. 먼저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 공백으로 피로도가 극에 달하면서 주 52시간 단축 근무도 시작됐다. 정부는 조건 없는 대화를 요구했지만 여전히 전공의나 의대 교수 등 당사자와 정부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의료현장에는 아직 별다른 혼란이 발생하진 않았으나 환자들의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

◆ 전국 의대 교수들, 사직서 제출에 단축 근무 확산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성균관대 의대 교수들은 오는 28일 사직서를 일괄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성균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비대위 긴급회의 결과 성균관의대 교수,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작성하고 서명한 사직서를 28일 일괄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의대와 병원 소속 교수 8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83.1%가 단체행동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3분의 2 이상이 '자발적 사직'에 찬성했다.

경희의대 교수의회도 "전날 긴급 임시총회를 열고 경희의료원과 강동경희대병원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희의대 교수의회는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소속 교수 3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65%)의 93%가 단체행동에 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90%는 단체행동 방법으로 사직서 제출을 택했다. 김우식 경희의대 교수의회장은 "가르칠 전공의도 없고 의대생도 없으니 교수 타이틀이 필요 없어서 사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제부터 주 52시간 근무도 시작했다"며 "각 과별로 상황이 다른데 환자들한테 피해를 안 주기 위해 조정을 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의대 교수협의회에 따르면 서울중앙대병원과 경기중앙대광명병원 소속 교수들도 전날부터 이틀간 100명 이상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의대 교수협 관계자는 "어제부터 교수들의 사직서를 제출받고 있고, 100여명은 훨씬 넘었을 것"이라며 "현재 업무 과다로 다 취합하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희대와 중앙대 의대 교수들은 주 52시간 단축 근무에도 돌입했다.

전날에 이어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국의대 비대위)에 참여하는 19개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도 이어졌다. 19개 의대는 강원대와 건국대, 건양대, 경상대, 계명대, 고려대, 대구가톨릭대, 부산대,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원광대, 이화여대, 인제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한양대 등이다. 전국의대 비대위 관계자는 "지금도 사직서 제출하는 교수들이 있다. 당장은 몇 명이 냈는지 알 수는 없다"며 "2000명 증원이 해결되지 않아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교수들도 한계에 임박해서 힘들다"고 말했다.

전국 39개 의대로 구성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이날 주 52시간 근무를 위한 공문을 각 수련병원장에게 발송했다. 전의교협은 "환자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증가하고 있어 의료진 피로도를 줄여 응급환자 및 중환자 적절한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법정 근로시간 및 연장 근로시간인 주 52시간을 지켜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강행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 사직서 제출이 이틀째 이어졌다. 먼저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 공백으로 피로도가 극에 달하면서 주 52시간 단축 근무도 시작됐다. 전공의 파업과 의대 교수 사직 등으로 의료대란이 이어지고 있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외벽에 정부의 의료개혁 관련 홍보 영상이 송출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강행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 사직서 제출이 이틀째 이어졌다. 먼저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 공백으로 피로도가 극에 달하면서 주 52시간 단축 근무도 시작됐다. 전공의 파업과 의대 교수 사직 등으로 의료대란이 이어지고 있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외벽에 정부의 의료개혁 관련 홍보 영상이 송출되고 있다. /이동률 기자

◆2000명 증원 5월까지 마무리…"조건 없는 대화" 압박

정부는 이날 의대 2000명 증원을 5월까지 마무리한다고 발표했다. 의사들 반발에도 2000명 증원이 내년도 입시에 차질 없이 반영되도록 후속 절차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대 증원 규모가 대학별로 확정됨으로써 의료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 만들어졌다"며 "증원된 인력이 배출되려면 10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만큼 나머지 의료개혁 과제들 역시 신속하게 실행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의대교육지원 테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이날부터 국립대와 사립대를 구분해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수요조사도 실시했으며, 오는 29일까지는 교육부 현장점검팀이 각 의대를 방문, 현장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앞으로도 정부는 관계부처 및 각 대학과의 긴밀한 협업으로 안정적인 의대 교육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는 집단사직으로 단체행동을 하고 있는 전공의와 의대 교수들을 향해 '조건 없는 대화'를 내세우며 복귀를 압박했다. 박 차관은 "정부와 대화의 자리로 나와서 대한민국 보건의료 미래를 위한 건설적인 논의를 함께 해나갈 것을 요청드린다"면서도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흔들림 없다"고 못 박았다.

2000명 증원 철회 불가 방침도 확고히 했다. 박 차관은 "정부가 2000명에 대한 생각이 확고한 것은 여러 가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조건 없이 대화에 임해 주시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대화하자고 해놓고 정작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물론, 전의교협과 전국의대 비대위 등과는 전혀 소통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전공의들과 어렵게 접촉해 보면 공통적으로 대표가 없다고 한다"며 "대표단이 없어 대화하는 게 어렵다고 하면 속히 대표단을 구성해 정부와의 대화에 참여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서울대병원을 방문해 의료계와 건설적 대화체 구성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날 자리에는 주요 대학 총장과 의대 학장, 병원장 등만 참여했을 뿐 전공의나 의대 교수 등 이번 사태의 당사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방재승 전국의대 비대위원장은 "참석자 명단도 안 가르쳐주고 무조건 참석하라고 연락을 받았고, 전공의나 의협, 전의교협 등은 안 온다고 하길래 참석하지 않았다"며 "이번 사태를 풀 당사자들이 아닌 별로 관련 없는 사람들 불러 회의하는 것은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 게 아니라 언론에 노출해서 보여주기 방식이라고 밖에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강행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 사직서 제출이 이틀째 이어졌다. 먼저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 공백으로 피로도가 극에 달하면서 주 52시간 단축 근무도 시작됐다.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이 25일 오후 6시32분께 서울 종로구 서울대의학연구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있는 모습./김영봉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강행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 사직서 제출이 이틀째 이어졌다. 먼저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 공백으로 피로도가 극에 달하면서 주 52시간 단축 근무도 시작됐다.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이 25일 오후 6시32분께 서울 종로구 서울대의학연구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있는 모습./김영봉 기자

◆환자들 불안…"자식들이 엄마 아프면 안 되는데 걱정"

정부와 의사 간 한 치 양보없는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병원 현장에선 의료대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의대 교수 집단사직이 오래 되지 않아 다행히 별다른 혼선은 없었지만 환자들은 일제히 불안감을 내비쳤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날 오전부터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로 북적였다. 60대 이모 씨는 "특별히 불편한 건 없었는데 오늘 약 받으러 오면서도 연락이 안 오면 어쩌나 걱정했다"며 "사람이 살아야지, 이게 할 짓이 아닌 것 같다. 심혈관질환이 있어 가슴이 조이면 응급실에 와야 하는데 자식들이 ‘엄마 아프면 안 된다’고 걱정 많이 한다"고 말했다.

심뇌혈관 질환으로 서울성모병원을 찾은 구모(66) 씨는 "다행히 빨리 진료받고 가서 불편은 없었다"면서도 "사실 의사들 외래진료 축소하면 오늘 진료 못 받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고 전했다. 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를 방문한 A(55) 씨는 "크게 불편한 건 없었는데 진료 보는데 15분 정도 지연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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