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2000명' 입장차 극명…의대 교수들 결국 집단사직(종합)
입력: 2024.03.25 16:34 / 수정: 2024.03.25 16:34

25일부터 의대 교수들 사직서 제출 돌입
"철회 조건" vs "양보 없다"…대화는 요원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철회 불가 방침에 전국 의대 교수들은 예고한 대로 25일부터 일괄 사직서 제출을 시작했다. /임영무 기자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철회 불가 방침에 전국 의대 교수들은 예고한 대로 25일부터 일괄 사직서 제출을 시작했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 ┃ 김영봉·황지향·이윤경 기자]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결국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했다. 의대 교수들은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 복귀를 위해 '의대 2000명 증원'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의사들과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겠다면서도 2000명 증원 철회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 의대 교수들, 일괄 사직서 제출하고 단축 근무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철회 불가 방침에 전국 의대 교수들은 예고한 대로 이날부터 일괄 사직서 제출을 시작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국의대 비대위)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의대정원 2000명 증원안을 대학별 정원 배정으로 기정사실화하는 시도는 그동안 파국을 막고자 노력한 수많은 희생을 무시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가볍게 여기는 정부의 오만함"이라며 "파국을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교수직을 던지고 책임을 맡은 환자 진료를 마친 후 수련병원과 소속대학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직서 제출에 동참한 대학은 강원대와 건국대, 건양대, 경상대, 계명대, 고려대, 대구가톨릭대, 부산대,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원광대, 이화여대, 인제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한양대 등 19곳이다.

고려대 의대 교수들이 먼저 사직서를 제출했다. 고려대의료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오전 고대안암병원·고대구로병원·고대안산병원 전임·임상 교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온라인 총회를 열고 단체로 사직서를 냈다. 교수들은 총회에서 전공의와 의대생 비방과 위협을 즉시 멈추고, 정원 확대 추진을 철회하고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울산대 의대 교수 433명도 이날 사직서를 던졌다. 서울아산병원과 울산대병원, 강릉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는 울산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정부의 의료개혁은 의료개악임이 이미 자명해졌다. 이로 인해 시작된 지난 한 달간 의료 파행에 대한 정부의 대응 과정에서 온 국민은 의료 붕괴의 피해자가 됐으며 교수들의 정신적, 육체적 피로 또한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파국을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교수직을 포기하고 책임을 맡은 환자 진료를 마친 후 수련병원과 소속대학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는 의대생, 전공의, 전임의, 교수가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근거 없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철회하고 당장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연세대 의대 교수들도 이날 오후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세브란스병원과 용인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연세의대 교수 비대위는 "오늘 오후 6시 예정대로 사직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도 이날 오후 5시 사직서 일괄 제출 전 마지막으로 총회를 진행한다.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이자 전국의대 비대위원장인 방재승 교수는 "사직서 제출은 대학별로 자율에 맡기고 있다"며 "고려대를 시작으로 오늘부터 사직서 제출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충북대 의대는 이날 교수 50여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어 사직서를 내는 교수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중국 충북의대 교수협의회장은 "개별적으로 전산에 들어가기 때문에 하루 정도 시차를 둬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4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25일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및 배정 철회’ 없이는 현 사태가 해결될 수 없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사진은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 발언 모습/ 김영봉 기자
지난 24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25일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및 배정 철회’ 없이는 현 사태가 해결될 수 없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사진은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 발언 모습/ 김영봉 기자

전국 39개 의대가 참여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자발적 사직과 주 52시간 근무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전의교협은 "입학정원의 일방적 결정과 연이어 대학이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정원 배분으로 촉발된 교수들의 자발적 사직과 누적된 피로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주 52시간 근무, 중환자 및 응급환자 진료를 위한 외래진료 축소는 금일부터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전의교협은 사직서가 수리될 때까지 진료는 이어갈 방침이다.

◆ 정부 "대화는 하지만 2000명은 반드시 완수"

의대 교수들의 사직이 본격화했지만 정부와 의사 간 타협은 불투명하다. 특히 양측 모두 대화의 전제조건인 의대 2000명 증원을 두고는 입장차가 크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에서 의료계와 건설적인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하고, 당과 협의해 전공의 행정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나서 전의교협과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지만 관건인 2000명 증원을 놓고는 대화가 없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의료계와의 대화를 위한 실무 작업에 즉시 착수했으며, 빠른 시간 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며 "의료공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행정처분에 대한 유연한 처리 방안을 당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대 2000명 증원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조 장관은 "27년 만에 이뤄진 의대 정원 확대를 기반으로 의료개혁 과제를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재확인했다.

의대 교수들은 반발했다. 전국의대 비대위는 전공의 사법조치를 거두고 명예 회복과 정부와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계가 함께 협의체를 마련해 의대 정원을 비롯한 의료정책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수립할 것을 대화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전의교협은 "전날 한동훈 비대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입학정원 및 배정은 협의 및 논의의 대상도 아니며 대화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전의교협은 "입학정원과 정원 배정의 철회가 없는 한 위기는 해결될 수 없으며, 정부의 철회 의사가 있다면 국민들 앞에서 모든 현안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백지화가 0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학적 사실과 정확한 추계, 현재 교육 및 수련 여건에 기반한 결과가 나오면 누구나 수용할 수 있다"고 했다.

kyb@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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