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과 입학정원 및 배정 대화 없었다"
"백지화가 0명은 아냐…정확한 추계 기반해야"
전국 39개 의대가 참여한 전의교협은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입학정원 증원은 의대 교육의 파탄을 넘어 의료체계를 붕괴시킬 게 자명하다"며 "현 인원보다 4배 증가하는 충북의대와 부산의대 등에서는 교육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 발언 모습/ 김영봉 기자 |
[더팩트ㅣ김영봉 기자]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예정대로 자발적 사직과 주 52시간 근무에 돌입한다.
전국 39개 의대가 참여한 전의교협은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입학정원 증원은 의대 교육의 파탄을 넘어 의료체계를 붕괴시킬 게 자명하다"며 "현 인원보다 4배 증가하는 충북의대와 부산의대 등에서는 교육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입학정원 2000명 증원은 수용 가능하지 않다. 교육을 도저히 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올바른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고 병원에서 적절한 수련을 받을 기회도 박탈하는 것을 협의의 대상으로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서류상 만들어진 숫자에 불과하다는 게 전의교협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행정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낸 상황"이라고 했다.
전의교협은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도 "입학정원 및 배정은 협의 및 논의의 대상도 아니며 대화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의교협은 "전공의 처벌은 의과대학 교수의 사직을 촉발하고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전달했다"면서 "또 전공의와 학생을 비롯한 의료진에 대한 고위 공직자의 겁박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며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날 대화에서는 주체나 내용이 너무 모호했다"며 "대화에 책임질 수 있는 분이 나와야 건설적 대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저희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고위 공직자를 향해서도 "사태 악화의 가장 큰 책임은 전공의 혹은 의사 집단에 대한 고위 공직자의 비아냥과 겁박에서 시작됐다고 본다"며 "고위 공직자는 국민에게 발언할 때 가져야 하는 언어의 품격이 있는데 오히려 겁박이나 입에 담기 어려운 비아냥 등으로 의사 개인에게도 심각한 상처를 줬다"고 비판했다.
전공의 파업과 의대 교수 사직 등으로 의료대란이 이어지고 있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외벽에 정부의 의료개혁 관련 홍보 영상이 송출되고 있다./이동률 기자 |
전의교협은 "입학정원의 일방적 결정과 연이어 대학이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정원 배분으로 촉발된 교수들의 자발적 사직과 누적된 피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주 52시간 근무, 중환자 및 응급환자 진료를 위한 외래진료 축소는 금일부터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전의교협은 의대 증원을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숫자가 조정된다면 증원 자체를 수용할 가능성은 열어뒀다. 김 회장은 "정부에 의한 입학정원과 정원 배정의 철회가 없는 한 이 위기는 해결될 수 없으며, 정부의 철회 의사가 있다면 국민들 앞에서 모든 현안을 논의할 준비가 돼있다"며 "백지화가 0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학적 사실과 정확한 추계, 현재 교육 및 수련 여건에 기반한 결과가 나오면 누구나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kyb@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