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이른바 '먹사연'을 통한 불법 정치자금 및 뇌물 혐의로 구속 기소된 송영길 전 대표의 재판에서 위법 수집 증거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송 전 대표가 지난해 6월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자진 출석하는 모습./박헌우 기자

[더팩트ㅣ김시형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이른바 '먹사연'을 통한 불법 정치자금 및 뇌물 혐의로 구속 기소된 송영길 전 대표의 재판에서 '위법 수집 증거'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증거 판단이 재판 향방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재판부의 결론이 주목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송 전 대표의 뇌물 등 혐의 3차 공판에서 "압수수색 영장의 범죄사실 자체는 정당법상 당 대표 금품 수수인데 결과적으로 기소된 사실은 먹사연 후원금 명목의 정치자금법 위반"이라며 "검찰은 영장을 증거로 제출하라. 재판부도 관련 판례를 분석하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3~4월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6650만원이 담긴 돈 봉투가 국회의원 등에게 살포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2020년 1월~2021년 12월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 연구소'(먹사연)를 통해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 "돈봉투 영장으로 먹사연 압수수색" vs "객관적 관련성 있어"

송 전 대표 측은 검찰이 돈 봉투 사건을 혐의로 발부받은 영장으로 먹사연 관련 정보를 통째로 압수했다며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한다. 설령 검찰이 돈봉투 사건의 '자금 출처'를 먹사연으로 의심해 증거를 압수했더라도 영장에 적힌 혐의와 무관했다면 수사를 중단했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자료를 폐기하지 않고 보관한 점도 문제삼는다. 검찰이 먹사연 자료를 근거로 별건 수사를 시작했다는 주장이다. 대법원은 혐의와 무관한 정보를 없애지않고 보관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반면 검찰은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은 객관적 관련성이 있어 압수물이 증거로서 적법하다는 입장이다.

송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대기 장소로 이동하는 모습./뉴시스

형사소송법은 검사가 수사에 필요한 때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해 법원에 청구해 발부받은 영장으로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은 '객관적 관련성'을 "혐의사실과 단순히 동종 또는 유사 범행이라는 사유만으로 관련이 있다고 볼 수는 없고, 혐의 내용과 수사의 대상과 경위 등을 종합해 구체적·개별적 연관 관계가 있으면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객관적 관련성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를 관건으로 본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을 하나의 사건으로 볼지 별개의 사건으로 볼지 여부에 달렸다"며 "만약 재판부가 별개 사건이라고 판단한다면 검찰이 사후에 새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않았기 때문에 위법수집증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 입장에서 돈봉투 사건에서 '돈의 흐름'과 관련돼 있다고 보고 이를 추적하기 위해 먹사연을 압수수색했다면 위법수집증거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법원도 압수물에 대한 위법수집 증거 배제 법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추세라는 것도 변수다.

rocker@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