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산 넘어 산]② 의사만 늘리면 뭐하나…지방 졸업생 43% 수도권 취업
입력: 2024.03.21 17:24 / 수정: 2024.03.22 09:52

"단순 증원보다 수익 보장 필요"
지역필수의사제도 실효성 의문
빅5급 지방국립대병원 만들어야


21일 교육부가 전날 발표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에 따르면 증원분 2000명 중 1639명(82%)이 비수도권에 배정됐다. 지역의료를 살리겠다는 의도인데, 진짜 과제는 증원이 아니라 졸업 후에도 지역에 정착시킬 유인책을 찾는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 20일 수원 장안구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 /뉴시스
21일 교육부가 전날 발표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에 따르면 증원분 2000명 중 1639명(82%)이 비수도권에 배정됐다. 지역의료를 살리겠다는 의도인데, 진짜 과제는 증원이 아니라 졸업 후에도 지역에 정착시킬 유인책을 찾는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 20일 수원 장안구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 /뉴시스

[더팩트ㅣ조소현·김영봉 기자] 정부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 규모를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 전부 배정했다. 지역의료를 살리겠다는 의도인데, 진짜 과제는 증원이 아니라 졸업 후에도 지역에 정착시킬 유인책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교육부가 전날 발표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에 따르면 증원분 2000명 중 1639명(82%)이 비수도권에 배정됐다. 나머지 361명(18%)은 경인에 배정됐으며, 서울 8개 의대는 한 명도 증원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비수도권 의대 정원은 현원 2023명에서 3662명까지 늘어난다. 경인은 현원 209명에서 570명으로 증가한다. 지역의료 강화를 위한 조치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크게 세 가지다. 지역의료 인프라를 강화하고 지역필수의사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지역 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지역완결형 의료 체계'를 구축해 인프라를 강화한다. 지역필수의사제는 대학 입시 단계에서 장학금과 거주 비용, 수련 비용 등을 지원받은 학생이 의사가 된 뒤 일정 기간 지역에서 근무하는 제도다. 지역 필수 의료기관과 장기 근속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재정 확대 계획도 내놓았다. 건강보험 체계상으로 지원할 수 없는 분야는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해 지역수가제로 보완한다. 건보 이외에도 재정을 통해서 지원할 수 있도록 '지역 의료 발전 기금'을 신설해 활동하도록 할 계획이다.

문제는 지역 의대 졸업생들의 수도권 유출을 막을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정주여건 개선 등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비해 열악한 지역 인프라 개선이 병행돼야 뿌리를 내리고 안정적으로 의료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다. 이미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비수도권 의학계열(치의대·한의대 포함) 졸업자 중 근무지가 파악된 1만3743명 중 43.1%는 수도권 병원에 취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의대를 졸업한 뒤 지역에 취업한 의사는 30.3%에 그쳤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력 4대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력 4대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 지역 유입 위한 중장기 대책 마련 시급

전문가들은 지역 맞춤형 제도 마련이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단순한 인력 증원보다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중장기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 재정을 투입하고 졸업 이후 지역에 유입될 수 있는 수익 보장 등 유인책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충북 지역 의대 A 교수는 "지역에 계속 남게 하려면 단순히 교육뿐만 아니라 공공의료, 지역의료 개념 등 지역 맞춤형 의대 커리큘럼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래야 지역 내에서 의사로서 봉사할 수 있는 사명감과 희생정신을 고취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역 할당제를 통해 외부에서 온 학생이라도 의사 면허 취득 이후 일정기간 복무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입학 당시부터 혜택을 줘서 지역 수련병원에 남아서 지역 의사로 훈련받게 하는 등 제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상우 일산동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의대 정원만 늘려서는 안 된다"며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의료 활성화를 위해 투자를 해서 지역 병원을 육성하고 지역 병원에 공적 자금이 들어가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오 교수는 일본의 사례를 들며 "일본은 '자치 의대'가 있어 지자체가 인력을 뽑아서 학비 등을 지원해준다. 대신 그 의사는 졸업 후에도 10년 정도 (지역에서) 근무를 해야 한다"며 "의사가 공공의료인 셈이다. 의사가 지역사회에 근무하는 동안 국가는 어느 정도 수익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역 병원의 의료 질 제고도 필요하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1차적으로는 지방 국립대에 '빅5' 병원 못지 않은 시설의 병원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지금은 의술 장비 의존도가 높다. 학생들은 아무래도 잘 배우고 싶어 하기 때문에 좋은 시설을 갖춘 병원을 만들어야 (지역에서) 수련을 받으려고 할 것이다. 시설에 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지역필수의사제 도입을 두고도 실효성 논란이 인다. 비슷한 형태의 공중보건장학제도가 있지만 정원 대비 지원율이 50%에 그치는 등 이미 유명무실하다. 전문의 자격을 얻은 후에도 지역 거점 공공병원에 근무해야 한다는 점 등 때문에 의대생들의 신청률이 저조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문의 및 간호사 면허 취득 후 지역거점공공병원에서 2~5년간 근무할 것을 전제로 장학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공중보건의사 같은 경우 월급이 200만원 정도인데 정부는 지역의료 해결책을 딱 그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며 "지역 의사가 부족하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정원만 늘렸는데 그마저도 대우를 제대로 해주는 게 아니라 군의관이나 공보의 정도의 비용으로만 묶어놓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각 전공을 고려해야 하고 인구구조나 인프라 등 지역의 특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고도의 계산과 예측으로 최소한 10년 이상 정책을 다져놔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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