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서울대병원, PA 간호사에 '법적 보호' 불가 통보"
입력: 2024.03.22 11:09 / 수정: 2024.03.22 11:09

"병동 통폐합으로 무급휴가까지 사실상 강제 권유"

21일 병원 노동자들이 병원이 정부와 발맞춰 간호사들에게 불법의료를 적극 시행하고 있다면서 병동 폐쇄에 따라 간호사들에게 무급휴가까지 권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윤경 기자
21일 병원 노동자들이 "병원이 정부와 발맞춰 간호사들에게 불법의료를 적극 시행하고 있다"면서 "병동 폐쇄에 따라 간호사들에게 무급휴가까지 권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윤경 기자

[더팩트ㅣ이윤경 기자]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정부가 간호사들의 의사 업무 일부를 허용한 가운데 서울대학교병원이 간호사들에게 법적 보호도 없이 사실상 강제적으로 이른바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업무를 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와 의사의 대립 속에 병원은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간호사에게 불법 의료행위를 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박나래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 사무장은 이날 "간호사들이 원하지 않은 일을 왜 해야 하냐고 부서 보직자들에게 물어보면 돌아오는 답은 '해야 한다'였다"며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냐는 물음에도 '너네가 선택하는 거니 보호받을 수 없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업무 전가를 거부할 시 간호사들 연차를 파악해 신규간호사에게 강요하고 있으며 '병원 돌아가는 상황 모르냐'고 언급해 전공의 업무를 전가시키는 등 간호사 개인이 거부하기 어려운 강요가 있다"면서 "이전에 불법이었던 업무들이 시범사업으로 가능해져 더 만연한 업무 전가가 진행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사무장은 "PA 업무를 하는 간호사들은 처치전담팀이라는 이름으로 30분~1시간 정도 교육을 받고 불법의료에 투입되고 있다"며 "병원에 중단하라 요구했지만 서울대병원은 그저 비상진료체계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사무장은 2018년 강원대학교병원 본원의 불법의료 행위로 많은 진료지원간호사들은 불법한 행위를 한 자로 낙인이 찍힌 채 경찰 조사를 받았다며 2018년의 악몽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예원 기자
정 사무장은 "2018년 강원대학교병원 본원의 불법의료 행위로 많은 진료지원간호사들은 불법한 행위를 한 자로 낙인이 찍힌 채 경찰 조사를 받았다"며 2018년의 악몽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예원 기자

정유지 의료연대본부 강원대학교병원분회 사무장 역시 "정부는 진료지원간호사 시범사업을 통해 전공의 공백을 메우고 법적으로 확실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으나 현장에서는 주먹구구식 시범사업으로 보고 있다"며 "모든 간호사들은 육체적 고통뿐 아니라 자신의 행위로 인한 문제발생, 법적 책임, 불안감 등으로 심리적 고통을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사무장은 "2018년 강원대학교병원 본원의 불법의료 행위로 많은 진료지원간호사들은 불법한 행위를 한 자로 낙인이 찍힌 채 경찰 조사를 받았다"며 "2018년의 악몽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연대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의료공백 여파로 주요 병원에서 통합·폐쇄된 병동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은 9개 병동이 통폐합됐다. 동아대병원은 6개, 충북대병원은 4개, 경북대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은 3개, 제주대병원은 2개, 강원대병원·동산의료원 1개 등이었다.

이로 인해 간호사들은 사실상 무급휴가를 강요받는다고 주장했다. 김동아 의료연대본부 정책부장은 "의료기관별로 1개 병동에서 최대 9개 병동을 통합하거나 폐쇄해서 운영하고 있다"며 "통폐합된 병동의 인력들은 타병동으로 재배치 되거나 연차소진을 강요받고 특별휴가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무급휴가 신청을 반강제로 권유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각 병원별로 인력 유연화 현황을 조사해보니 연차소진을 유도하고 그러지 않을 경우 병동 재배치, 무급휴가 수렴 등이 있었다"며 "간호사들은 타병동의 새로운 업무를 적응할 시간도 보장받지 못해 심적 부담감과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bsom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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