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별 수가 제도 개편…내·외과 중증·응급질환에 5조원 투입"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5일까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 지원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총 1414건으로 집계됐다. 509건은 피해 사례로 접수됐고 이 중 350건이 수술 지연 신고였다. 사진은 박민수 복지부 2차관 /임영무 기자 |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의과대학 증원 추진에 반발한 의사 집단행동으로 지난 한 달여 간 350건의 수술이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의대교수 집단행동 결의를 우려하면서도 필수의료 분야 보상을 강화하기 위해 현행 수가 제도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5일까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 지원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총 1414건으로 집계됐다. 복지부는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지난달 19일부터 진료 차질 등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피해신고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1414건 중 509건은 피해 사례로 접수됐다. 이 중 절반 이상인 350건이 수술 지연 신고였다. 이어 진료 취소 88건, 진료 거절 48건, 입원 지연 23건 등으로 조사됐다. 진료 과목별로는 외과와 정형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등 외과 계열이 전체의 39%인 197건이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정부는 피해 접수 사례를 지자체로 연계해 현장 점검과 행정지도를 실시하고 현장 조사가 필요한 사항은 즉각 대응팀으로 연계하는 등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중증도가 높은 환자에게 무기한 수술 연기 통보를 하거나 진료 예약을 반복해 변경한 경우에는 수술 일정을 잡거나 진료 예약을 앞당길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수술과 입원 조치가 이뤄진 사례는 15건, 수술 일정 예약이 이뤄진 사례는 4건이다. 진료 거부나 설명 의무 위반 등 법 위반이 발생하지 않도록 85건의 행정지도도 이뤄졌다.
박 차관은 "신고자가 희망한 총 174건에 대해서는 법률 상담을 지원했다"며 "주요 내용은 수술 지연에 따른 검사 비용 보상 56건, 질병 악화 우려 37건, 의료과실 의심 14건, 소득활동 차질 7건"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 여의도에서 열린 '전공의 수련제도 개선'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한 조규홍 복지부 장관 /서예원 기자 |
정부는 이날 건강보험의 공정한 보상체계가 뒷받침돼야 의료개혁이 가능하다고 판단, 현행 수가 제도를 개편하겠다고도 발표했다. 행위별 수가 제도 내 상대가치 점수를 재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차관은 "우리나라 수가 제도는 모든 개별 행위마다 단가를 정해 지불하는 행위별 수가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며 "지불의 정확도가 높은 장점이 있는 반면 행위량을 늘릴수록 수익이 생기기 때문에 치료의 결과보다는 각종 검사와 처치 등 행위량을 늘리는 데 집중하게 돼 치료 성과나 의료비 지출 증가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상대가치 점수'를 재조정하기로 했다. 상대가치 점수란 행위별 수가의 기본이 되는 '의료 행위별 가격'을 의미한다. 크게 수술·입원·처치·영상·검사 등 5개 분야로 나뉘는데, 수술·입원·처치료는 저평가된 반면 영상·검사 분야는 고평가돼 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박 차관은 "치료에 필요한 자원의 소모량을 기준으로 삼다보니 오랜 기간 경험을 쌓은 의료인의 행위보다는 장비를 사용하는 검사에 대한 보상이 커졌다"며 "정부는 지난 2012년부터 2017년, 2024년 세 차례에 걸쳐 상대가치 점수를 개편해 왔지만 각 분야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달라 고평가된 항목에서 저평가된 항목으로 수가를 조정하는 작업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개편 주기를 2년으로 단축하고 그 이후 연단위 상시 조정체계로 전환할 방침이다. 박 차관은 "제3차 상대가치 개편안은 중증 수술 분야의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보상 수준을 높였다"며 "그럼에도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제4차 상대가치 개편 시에는 필수의료 분야의 입원, 수술, 처치에 대해 대폭 인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내에 정부와 전문가, 의료계가 참여하는 의료비용분석위원회를 구성, 올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정부는 오는 2028년까지 필수의료 분야에 1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구체적 배분 계획도 밝혔다. 정부는 심뇌혈관질환 등 내·외과 중증·응급질환에 5조원을, 소아청소년과와 분만에 3조원을, 의료기관 연계 협력에 대한 보상으로 2조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박 차관은 사직 의사를 밝힌 의대 교수들을 향해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하고 있다"면서도 "교수들이 떠나게 되면 중증 진료 의료체계에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 현실이 일어나리라고 믿고 싶지도,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미복귀 전공의들에게는 "병원의 소유주가 학교 또는 재단이기 때문에 학교와 재단의 의사결정에 따라 (민사소송 등이)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이라며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나서 진료가 대폭 축소되고 인건비도 제대로 주지 못할 만큼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무 인수인계 등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주고 병원과 협의해서 이뤄진 사직이 아니고 집단적으로 일시에 이뤄졌기 때문에 집단행동이라는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sohyu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