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파견 공보의는 의료기관 책임"…법적 논란에 정부 ‘책임 회피’
입력: 2024.03.14 13:59 / 수정: 2024.03.14 13:59

유효한 휴학 신청 의대생 6000명 돌파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이 14일 오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정부가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파견한 공중보건의사(공보의)와 법적 보호책임을 민간이 대부분인 병원에 맡기는 내용을 뼈대로 한 지침을 내려보낸 것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의료기관의 책임하에 운영한다고 말했다. /임영무 기자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이 14일 오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정부가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파견한 공중보건의사(공보의)와 법적 보호책임을 민간이 대부분인 병원에 맡기는 내용을 뼈대로 한 지침을 내려보낸 것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의료기관의 책임하에 운영한다"고 말했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정부가 최근 병원에 파견한 공중보건의사(공보의)와 군의관을 "의료기관의 책임하에 운영한다"고 밝혔다.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파견 명령을 해놓고 정작 법적 보호 책임은 회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14일 오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을 열고 "지금 파견된 분들이 전공의는 아니기 때문에 전공의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현장의 의료 상황이 매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복지부는 전날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의사 집단행동 대응 대체인력(공보의·군의관) 지원·운영 지침'을 배포했다. 지침에는 '근무 기관에서는 의료 사고 등에 대비, 대체인력도 의료기관 소속 의사로 간주해 소속 의사에 준하는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한다'고 명시돼 있다. 보험에 가입된 병원인 경우에는 기존 보험에 중간 배서(계약 변경)를 하고, 미가입된 병원의 경우에는 파견 기간 의료사고를 병원 자체 법무팀에서 처리한다고도 적혔다.

이에 정부 명령으로 파견 나간 공보의·군의관의 공적 책임을 민간 병원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공보의를 파견한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 차관은 "법적인 제도를 들이대기보다는 단기 파견인 만큼 가급적 현장에 필요한 의료 수요에 맞춰서 기존의 의료진들과 한 팀이 돼서 일을 해주길 부탁드린다"면서도 "의료사고를 책임지는 보호장치는 정부가 추가적인 보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의대생과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의대 재학생 누적 6051명이 절차와 요건이 맞는 휴학계를 제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의대생의 32.2%가 휴학을 신청한 것이다. 다만 동맹휴학을 승인하지 말라는 교육부의 입장에 각 대학이 휴학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수업 거부는 전날 6개 대학에서 확인됐다.

전국 19개 의대 교수 대표들은 지난 12일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오는 15일까지 사직서 제출 여부를 결의하기로 했다.

이에 정부는 "의대 정원 문제를 두고 특정 직역과 협상하는 사례는 없다"고 못 박았다.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이 14일 오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집단 사직 움직을 보이는 의대 교수들을 향해 환자 곁을 지키라며 호소하는 한편 협상하지 않으면 환자의 생명은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식의 제안에는 더더욱 응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의대 재학생 6051명이 절차와 요건이 맞는 휴학계를 제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임영무 기자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이 14일 오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집단 사직 움직을 보이는 의대 교수들을 향해 환자 곁을 지키라며 호소하는 한편 "협상하지 않으면 환자의 생명은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식의 제안에는 더더욱 응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의대 재학생 6051명이 절차와 요건이 맞는 휴학계를 제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임영무 기자

박 차관은 교수들에 "환자와 그 가족의 고통을 외면한 채 환자의 생명을 버린다면, 의료현장에 남아있는 제자들과 국민을 잃게 될 것"이라며 "협상하지 않으면 환자의 생명은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식의 제안에는 더더욱 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차관은 전날 과학기술한림원 토론회에 참석해 필수 의료 해결을 위한 제도적 방안을 논의한 결과 정부와 의료계가 생각하는 의료 개혁 방향과 내용은 다르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국립대병원 등 지역 거점병원의 역량도 수도권 주요 5대 병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역 거점병원의 소관부처를 복지부로 이관한다. 또 교육 역량을 균형적으로 강화하고 필수 의료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수 있도록 총액 인건비와 총정원 규제를 혁신하기로 했다.

지역에서 의료기관의 허리 역할을 하는 지역 종합병원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 약 3~4개의 지역 종합병원을 육성해 골든타임을 필요로 하는 응급, 심·뇌, 외상 등 중증 응급 환자에 대한 치료 역량을 강화하고 소아, 분만 등 특화된 기능도 강화할 예정이다.

지역 의료기관이 우수한 의료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역인재 전형 비율은 현행 40%에서 대폭 늘린다. 새로 증원되는 인력은 지역 의료기관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의대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의대생 실습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지역 의료에 대한 실습을 지원한다. 의대생은 방학 동안 수련 지정병원 등 공모 기관에서 2주간 필수 의료 실습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하기 위해 지역에 대한 투자에도 나선다. 정부는 현재 분만 분야에 적용하고 있는 지역 수가를 향후에는 맞춤형 지역 수가로 도입할 계획이다. 지역 수가 지급을 위한 의료 수요와 의료진 확보 가능성 등 의료 공급 요소를 지표화한 '의료 지도'도 만들 방침이다.

또 '지역의료 발전 기금'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연구비 사용 관련 규제도 개선하는 등 올해 안에 법 제·개정을 거쳐 2025년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박 차관은 "의사를 늘려야 하는 시기에 직역의 주장에 밀려 의사를 감축했던 지난날의 과오 때문에 지금의 개혁이 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에는 과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의료 개혁을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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