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교수 집단사직 '시한폭탄'…정부 "제자 지키기 이유 안돼"(종합)
입력: 2024.03.13 15:50 / 수정: 2024.03.13 15:50

정부-의사 실질적 대화, 전공의·의대생 복귀 '요원'

의과대학 증원 추진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의대 교수들의 사직 결의가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박민수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2차관). /임영무 기자
의과대학 증원 추진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의대 교수들의 사직 결의가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박민수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2차관).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황지향·김영봉·이윤경 기자] 의과대학 증원 추진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의대 교수들의 사직 결의가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자제를 촉구하면서도 증원 규모 2000명에서 조금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라 조만간 의대 교수 집단사직이 현실화할 조짐이다.

◆ "증원 1년 유예·규모 축소, 대화 전제조건 받아들일 수 없어"

한덕수 국무총리는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교수님들께 국민의 생명과 건강보다 중요한 가치가 대체 무엇이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명분 없는 집단행동에 동참하는 대신, 제자들이 환자 곁으로 돌아오도록 적극 설득해 달라. 그것이 전공의들을 위하고, 제자들을 위하고, 환자분들의 생명을 지키는 길"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정부는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중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제자들의 불이익을 막기 위해 사직한다는 것은 사직의 이유가 될 수 없다"며 "환자 곁을 떠나는 것이 제자를 지키는 것이라는 주장은 국민이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는 어떤 경우에도 환자가 죽음에 이르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의사로서 가장 기본적인 직업윤리"라며 "여러분이 환자를 등지고 떠난다면 남아 있는 전공의와 의대생은 물론 국민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의대 2000명 증원 규모도 변함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 총리는 "정부의 결정 근거는 명확하다"며 "의료계가 과학적 분석과 협의가 부족하다느니 말하는 것은 안타까운 노릇"이라고 했다. 이어 "과거 정부는 의약분업을 실시하며 의료계 반발에 밀려 의료계의 요구대로 의대 정원을 감축했다"며 "과거의 단견과 적당한 타협이 겹쳐 작금의 의사 부족 사태를 불렀다는 점을 아프게 되새겨야 한다"고 2000명 증원에 타협의 여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도 이날 모 라디오 방송에 출연, "(증원 결정을) 1년 연기하자는 것은 의료개혁을 1년 늦추자는 것인데 그건 생각할 대안이 아니다"며 의대 교수들의 증원 1년 유예 중재안을 일축했다. 앞서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에 의대 증원 1년 유예 및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 여야 정치권, 국민이 참여하는 대화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미복귀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 절차를 진행 중인 정부는 의대 교수들 역시 집단사직할 경우 법적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장 수석은 "의대 교수들이 의사로 하는 일은 의료법을 적용받는다"며 "개인적, 특별한 사유가 아닌 것으로 나갈 경우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면 (법) 위반이 된다"고 강조했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 복귀 움직임은 여전히 미미한 것으로 파악됐다. 복지부에 따르면 복귀를 원하는 전공의들을 보호하기 위해 전날부터 운영에 들어간 핫라인(직통전화) 등 '전공의 보호·신고센터'에 약 20건이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공식적인 애로사항은 2건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단순 질의였으며, 욕설이나 비난도 있었다고 한다. 지난 11일 기준 100개 수련병원에서 계약을 포기하거나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총 1만2001명까지 늘었다. 전체 전공의 1만2907명의 93%에 해당하는 수치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은 누적 5954명(31.7%)으로 늘었다. 전날 하루에만 511명이 추가로 휴학을 신청했다. 정부가 집계에서 제외한 학칙상 요건에 부합하지 않은 휴학 신청까지 합치면 지난 8일 기준 누적 1만4081건(74.9%)에 달한다.

박 차관은 의료공백 악화 우려에 "만나서 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대화의 전제로서 증원을 1년 연기한다든지, 규모를 축소하라든지 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하는 대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전국 19개 의대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교수들은 12일 온라인 회의를 열고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기로 했다. 정부 경고에도 의대 교수들의 집단사직은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사진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정공의들의 집단행동 사태가 4주째에 접어든 자난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종합병원에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임영무 기자
전국 19개 의대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교수들은 12일 온라인 회의를 열고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기로 했다. 정부 경고에도 의대 교수들의 집단사직은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사진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정공의들의 집단행동 사태가 4주째에 접어든 자난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종합병원에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임영무 기자

◆ 19개 의대 교수 비대위 결성…"동참 의대 늘어날 것"

정부 경고에도 의대 교수들의 집단사직은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의대 교수들은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 무사 복귀와 동맹휴학에 참여한 의대생 유급을 막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전국 19개 의대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교수들은 전날 온라인 회의를 열고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기로 했다. 비대위원장은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선출됐다.

특히 이들은 오는 15일까지 소속 대학 교수와 수련병원 임상진료 교수의 의사를 물어 사직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공동 비대위에는 서울대와 연세대, 울산대, 가톨릭대, 제주대, 원광대, 인제대, 한림대, 아주대, 단국대, 경상대, 충북대, 한양대, 대구가톨릭대, 부산대, 충남대, 건국대, 강원대, 계명대 의대가 참여했다. 향후 비대위에 참여하는 의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지난 11일 총회를 열고 정부가 사태 해결에 진정성 있는 합리적 방안 도출에 나서지 않을 경우 18일을 기점으로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의결했다. 울산의대 교수협 비대위도 지난 7일 전원 사직서 제출을 결의했다. 중앙의대 교수협 비대위와 단국의대 교수협 비대위 역시 전날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피해가 발생하면 행동에 돌입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소아심장 전문의들로 구성된 대한소아심장학회는 이날 호소문을 내고 "정부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겠다는 미명 아래 일선에 있는 전문가 의견 수렴은 물론 충분한 논의조차 제대로 거치지 않고 의대 정원 확대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며 젊은 의사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며 "정부의 빈약한 의대 증원 정책이 필수의료과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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