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자동 가입…제1 의사단체
개원의 중심, 교수·봉직의 참여 한계
의과대학 증원 추진을 놓고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위기에 놓였다. 경찰이 전공의 집단행동의 배후로 의협 전·현직 간부들을 지목하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의문까지 제기하며 대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택우 의협 비상책위원장 겸 투쟁위원장(왼쪽 네 번째)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에서 열린 '의대 정원 증원 저지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장윤석 기자 |
[더팩트┃박준형·조소현 기자] 의과대학 증원 추진을 놓고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시험대에 놓였다. 경찰이 전공의 집단행동의 배후로 의협 전·현직 간부들을 지목하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정부는 의협 대표성에 의문까지 제기하며 대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의협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모든 의사가 소속돼 있는 제1의 의사단체다. 다만 의료계 안팎에선 개원의 중심으로 운영되는 의협의 한계도 지적하면서 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1908년 11월15일 창립한 의사연구회를 모태로 한다. 이후 1915년 12년11월 한성의사회, 1930년 2월21일 조선의사협회로 명맥을 이어가다 일제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해방 이후 1947년 5월10일 전국의사회 중앙회로 조선의학협회가 창립된 후 1948년 9월21일 대한의학협회로 개칭했다. 1995년 5월26일에는 대한의사협회로 명칭을 변경,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의협은 의료법 28조에 근거한 법정단체다. 대한민국 모든 의사는 의사 면허를 받는 순간 의협에 자동 가입된다. 개원의뿐만 아니라 봉직의, 교수, 군진의 등 의료계 전 직역 13만7754명 의사를 대표하는 단체다. 산하에 개원의협외희와 전공의협의회, 병원의사협의회, 병원장협의회 등이 속해 있다.
일각에선 개원의만 대변하는 단체라는 지적도 받아왔다. 전체 회원 중 개원의는 2만7243명에 불과하지만 의협 조직이나 회원 구성이 개원의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체 회원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6만6770명이 교수, 봉직의 등이지만 이들의 참여는 미미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교수나 봉직의는 의협이 아닌 소속 병원이나 학회, 협의회 등에 소속감을 갖는다는 평가도 있다.
의료계 안팎에선 의협이 전공의들 입장을 대변하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도 나온다. 지난 2020년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 무산은 전공의들 집단행동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개원의 중심 의협의 집단휴진 참여율은 채 10%가 되지 않았다. 반면 전공의들은 80% 이상이 의료현장을 이탈했다.
서울시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 필수의료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 참석해 피켓을 들고 있다. /장윤석 기자 |
의사들은 의협의 대표성은 인정하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대체로 공감했다. 서울 지역 한 개원의는 "그동안 의협이 개원의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향이 있다 보니 오해를 사는 면이 있다"며 "개원의 중심의 의협에서 각 직역이 함께하는 의협으로 변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한 개원의는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갖고 시비를 거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면서도 "의협이 대표성을 갖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사실 신뢰도가 높지는 다"고 말했다. 이어 "의협이 개원의 중심이라 교수들이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에도 의협이 직접 나서 처절하게 싸우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지난달 "의협은 의료계의 대표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접촉해 말씀을 들어보면 의협이 대표성을 갖기는 좀 어렵다"고 대표성에 의문 부호를 달았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의협 전·현직 간부 5명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은 전공의들 집단사직을 교사·방조한 혐의로 보건복지부로부터 고발당했다.
ju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