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4년 전과 다르다…3월 넘기면 진짜 '의료대란'
입력: 2024.03.08 17:40 / 수정: 2024.03.08 17:40

전공의 사직 19일부터 유효
의대생 유급 데드라인 29일
교수들 "학생 다치면 집단행동"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의사들의 반발이 의대생에서 교수에 이르기까지 번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인천의 한 대학병원. 기사 내용과 무관 /장윤석 기자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의사들의 반발이 의대생에서 교수에 이르기까지 번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인천의 한 대학병원. 기사 내용과 무관 /장윤석 기자

[더팩트ㅣ사건팀]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의사들의 반발이 의대생에서 교수에 이르기까지 번지고 있다. 의사 파업에 증원 추진이 무산됐던 4년 전과 달리 정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양측이 접점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의대생들이 휴학을 신청한 지 한 달이 지나는 시점인 3월 말 이후 본격적인 의료대란 우려가 제기된다.

◆ 3월 말이면 사직서 제출 한 달…사직 인정될까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정부가 대규모 행정처분을 강행하면서 대부분 돌아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전공의들이 3개월 면허정지 처분을 받으면 수련기간을 채우지 못한다.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려면 사실상 1년을 더 수련해야 한다. 어차피 면허정지 3개월을 받아 수련기간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이번 기회에 1년을 쉬었다가 내년에 돌아오는 게 낫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A 교수는 "정부가 면허정지를 내리면 전공의들은 다 쉬려고 할 것"이라며 "어차피 면허정지가 3개월이라면 여행을 가고 쉬겠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B 교수도 "정부가 강경대응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해 지난달 19일부터 사직서를 내고 20일부터 본격적으로 근무지를 이탈했다. 민법 660조에 따라 오는 19일이면 사직서를 제출한지 한 달이 되면서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 민법 660조는 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근로자의 경우 사직 의사를 밝히고 1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사직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기 전 선제적으로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했기 때문에 사직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법 660조가 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근로자로 제한하고 있는 만큼, 수련기간이 정해진 전공의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사표 제출 사유가 진짜 개인적인 사정이 아니고 정부 정책 항의의 표시나 동료와 보조를 맞추는 목적이라면 진의 아닌 의사표시기 때문에 민법상으로도 무효가 된다"며 "병원이 충분히 법리적으로 다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은 전공의 사직서 수리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서울의 이른바 '빅5' 병원 관계자는 "아직까지도 전공의 복귀 움직임이 거의 없다"며 "(사직서 제출) 한 달이 되려면 기간이 조금 남아서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대학원 학위수여식. 기념촬영하는 한 졸업생 너머로 히포크라테스 동상이 보이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 /이새롬 기자
사진은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대학원 학위수여식. 기념촬영하는 한 졸업생 너머로 히포크라테스 동상이 보이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 /이새롬 기자

의대생들이 휴학 신청 및 수업 거부 등 형태로 집단행동을 하고 있는 대학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학사일정을 아무리 늦춰도 사실상 3월 말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3월 말이 지나도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할 경우 집단유급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서울의 한 의대 관계자는 "8일까지 개강을 미뤘는데 오는 29일까지 개강을 한 차례 더 연기했다"며 "이때도 해결되지 않으면 정말 어려워진다. 그때가서 학생들이 피해 보지 않는 방안을 찾을 예정이다. 지금 마지노선은 29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9일까지가 휴학 신청기간인데, 학사 일정을 미뤘기 때문에 굳이 휴학 신청을 먼저 해줄 필요는 없는 상태다. 어차피 수업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80일의 의무수업일이 있는데 충족하지 못하면 유급된다"고 덧붙였다.

◆ 집단행동 여전히 확산…의료현장은 악화일로

의사 집단행동은 이날도 이어졌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 기준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2907명 중 계약 포기 또는 근무지 이탈 전공의는 전체의 92.9%인 1만1985명으로 늘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이후 '유효한' 휴학 신청도 전체 의대생 1만8793명의 28.9% 수준인 5435명으로 증가했다. 정당한 절차나 요건을 지키지 않고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은 총 1만3698명에 이른다.

의대 교수들도 잇따라 사직서 제출을 결의했다. 서울아산병원과 울산대, 강릉아산병원 교수들로 구성된 울산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교수 긴급총회를 열고 사직서 제출에 합의했다. 사직서는 각 병원 비대위가 우선 접수를 받을 예정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서울대 의대 교수들도 조만간 집단행동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전의교협은 오는 9일 비공개 총회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11일 서울대병원 본원과 분원에서 집단행동 등 향후 대응방안을 정하기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한다.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은 "임시총회를 통해 서울대 병원 전체 교수님들의 의견을 모으려고 한다"며 "만약 이번 사태로 전공의나 학생들이 법적으로 다칠 경우 교수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3월 말 이후 사태가 더욱 악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공의 빈자리를 채우는 의료진도 한계에 다다르고 치료에 차질을 빚는 환자들의 피해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C 교수는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대형병원들은 사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진료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서울대병원, 아산병원에서는 병동을 통합하고 간호사들에게 무급휴가를 가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입원을 덜 시키고 외래를 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으니 환자분들의 피해도 커질 것"이라고 했다.

모 대형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인력 부족으로 타병원 환자 전원도 받지 않고 있다"며 "파업 전 당직 시간에는 전문의와 전공의 또는 전문의 2인이 근무했는데 파업을 하며 대부분 1인 당직을 한다. 특히 외과병동은 수술이 많이 취소돼 확실히 환자 수가 줄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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