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전공의 돌아오지 않을 것"…의대 교수들도 집단행동 초읽기
입력: 2024.03.06 16:43 / 수정: 2024.03.06 19:40
사진은 지난달 26일 경기 수원시의 한 대학병원. 기사 내용과 무관 /이동률 기자
사진은 지난달 26일 경기 수원시의 한 대학병원. 기사 내용과 무관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사건팀] "전공의들이 떠난 이유는 기대감이 없어서입니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철회하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추진에 반발한 전공의들 집단사직 사태가 보름 넘게 이어지면서 병원 현장에 남은 의료진의 피로도는 극에 달하고 있다. 미복귀 전공의 면허정지 절차에 돌입하는 등 정부의 강경 대응에 오히려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의대 교수들도 정부 방침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집단행동 초읽기에 들어갔다.

◆ 병원 남은 의료진 피로 누적 호소

6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병원 현장에 남아 있는 의료진은 한목소리로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대규모 행정처분을 강행함에 따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A 교수는 "전공의가 빠져서 (교수들이) 돌아가면서 당직을 하고 연구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정부가 강경대응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B 교수도 "정부가 면허정지를 내린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아마 전공의들이 다 쉬려고 할 것"이라며 "어차피 면허정지가 3개월이라면 여행을 가고 쉬겠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남은 의료진은 한계에 임박한 상황이다. B 교수는 "오전 7시30분에 출근해 외래를 보고 오후에는 회진을 돈다.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는 당직을 선다"며 "이번 달에 7번 야간당직을 하고 3번 주간당직을 설 것 같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나올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공의들 업무를 떠맡고 있는 간호사들도 피로 누적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의 한 상급 종합병원 간호사는 "체계가 무너졌다"며 "의사의 일을 대신하고 의사소통이 안 되고 있다. 업무가 밀리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날이 갈수록 위험한 일과 인턴 업무를 거의 다 맡고 있다"며 "동의서는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가 전담하고 있다. 상처가 심한 외상 드레싱도 드레싱 주기를 늘렸다. 제대로 드레싱이 안 되는 경우가 있거나 미뤄져 결국 간호사가 간단하게라도 조치 중"이라고 덧붙였다.

백찬기 대한간호협회(간협) 홍보국장은 "전공의 부재로 간호사 업무가 아니던 일까지 모두 떠맡게 된 상황"이라며 "주 6일 근무를 강요하는 사례도 접수됐다. 원래는 5일 근무인데 일주일에 하루만 쉬고 6일 근무를 한다"고 전했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기사 내용과 무관 /서예원 기자
사진은 지난달 2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기사 내용과 무관 /서예원 기자

전공의 부재에 따른 진료 및 수술 축소로 환자가 줄어들자 일부 병원에서는 간호사들에게 사실상 무급으로 쉴 것을 강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대병원은 전날 병동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일주일 단위 단기 무급 특별휴가 제도를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서울아산병원과 경희의료원도 간호사 등에게 무급 휴가 시행을 안내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간호사는 "모든 과에서 공공연하게 무급 휴가를 종용하고 있다. 다른 간호사랑 무급 휴직 기간을 겹치지 않게 짜야 하기 때문에 원하는 날에 쉴 수도 없다"며 "일주일 쉬면 세후 100만원 정도를 받지 못하는데, 의사가 파업을 하는데 간호사가 도움을 주고 피해를 입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무급 휴가로 근무하는 간호사 수가 줄면서 1인당 환자 수는 더욱 늘었다는 게 간호사들 주장이다.

최근 수도권의 한 병원에서는 병원장이 신규 간호사들에게 PA 간호사 업무교육을 받으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신고도 간협에 들어왔다. 신규 간호사의 경우 현장 경험이 없어 수련기간이 필요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PA 간호사 업무교육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 서울대병원 임상교수들 "정부에 강력히 얘기해야"

정부가 전날부터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전공의들에게 면허정지 사전통지서를 발송하고, 전국 40개 대학에서는 의대 3401명 증원까지 신청하면서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도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의대 증원에 반대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을 보호하라고 요구해 온 서울대병원 임상교수들은 이날 김영태 병원장과 간담회를 열었다. 참담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는 임상교수 250여명이 참석했다. 김 병원장에게 "정부에 현 상황을 강력히 얘기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고 한다.

다만 김 병원장 사퇴 요구나, 교수들의 향후 집단행동 관련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교수는 "병원 상황이 상당히 어려워 환자 안전을 위해 축소 진료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병원장은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얘기가 있는데, 교수협의회에서 하는 것처럼 얘기하기는 힘들다. 충분히 할 만큼 하고 있다'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향후 집단행동을 할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며 "어떤 형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가능성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대병원 교수 일부는 지난 4일 긴급 교수간담회를 열고 전공의 보호에 나서지 않는 김 병원장과 김정은 의대 학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일부는 이들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대 교수 10여명은 전날 삭발식을 진행했다. 이들은 "새학기가 됐지만 의대에는 학생이 없고, 강원대는 일방적인 140명의 증원 규모를 제출함으로써 학생들이 학교에 돌아올 통로를 막았다"고 비판했다. 배대환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와 윤우성 경북대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SNS를 통해 사직 의사를 밝혔다. 울산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교수 77.5%가 전공의 사법처리에 반발하는 의미의 겸직 해제 또는 사직서 제출에 찬성했다는 내용의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의 한 의대 교수는 "교수들 사이에 집단행동을 하자는 분위기가 있다"며 "사태가 심각한 만큼 교수들 사이에서도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한 개원의도 "과거와 달리 교수님들도 일어설 것 같은 분위기"라며 "교수님들까지 가세한다면 병원이 (수술 등을) 절대 소화하지 못 할 것이다. 교수님들이 제자들도 고소당하고 하면 일어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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