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지방대는 '적극'·수도권은 '눈치'…수백명 신청부터 비공개까지 온도차
입력: 2024.03.05 16:30 / 수정: 2024.03.05 16:30

우수 신입생 유치, 등록금 수입 확보 '두마리 토끼'

의과대학을 운영하는 전국 40개 모든 대학이 5일 의대 교수·학생들과 충돌하면서까지 학생 정원 증원을 신청했다. 대학 정원을 늘리고 재정을 확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한 군인이 의사 집단행동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브리핑을 시청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의과대학을 운영하는 전국 40개 모든 대학이 5일 의대 교수·학생들과 충돌하면서까지 학생 정원 증원을 신청했다. 대학 정원을 늘리고 재정을 확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한 군인이 의사 집단행동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브리핑을 시청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김영봉·조소현·황지향·이윤경 기자] 의과대학을 운영하는 전국 40개 모든 대학이 의대 교수·학생들과 충돌하면서까지 학생 정원 증원을 신청했다. 대학 정원을 늘리고 재정을 확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다만 비수도권 대학은 무려 2471명 증원을 신청한 반면, 수도권 대학은 930명 증원 신청에 그쳐 지역별로 차이를 보였다.

5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4일까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신청을 받은 결과 의대를 보유한 40개 대학 모두에서 총 3401명의 증원을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수요 조사 결과 최소 2551명, 최대 2847명을 상회하는 것이다.

40개 대학은 이번을 학생 정원을 늘릴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판단해 빠짐없이 의대 증원을 신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의대 입학 정원의 경우 제주대 의대가 신설됐던 1998년 이후 한 번도 확대된 적 없다. 당시 제주대 의대 신설로 3507명을 유지하다가 2000년 의약분업 때 정부가 의사들을 달래기 위해 정원을 감축하며 2006년부터 19년째 3058명으로 묶여 있다.

대학본부가 의대 학장 및 교수, 의대생들의 반발에도 정부의 의대 증원 신청 요구에 화답한 이유다. 정원 50명 미만의 소규모 의대들은 2배에서 5배에 달하는 증원을 신청했고, 거점 국립대 역시 적극적으로 증원을 요청했다.

모 사립대 관계자는 "대학본부는 정원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대학 입장에선 이번이 정원을 늘릴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의대 정원 증원 신청은 대학별로 차이를 보였다. 수도권 13개 대학은 총 930명 증원 신청에 그쳤다. 서울 8개 대학은 365명으로 가장 적었다. 경기·인천 5개 대학은 565명이었다. 이에 반해 비수도권 27개 대학은 2471명 증원을 신청했다. 전체 수요 중 무려 72.6%를 차지했다.

지방에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지방대 수요가 컸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수년째 위기를 겪고 있는 지방대 입장에선 신입생과 등록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인기 많은 의대에 지원자가 몰릴 경우 학교 위상을 높이고 지역 의료수요도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무엇보다도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등록금 수입 증가로 재정적 효과가 커 사활을 걸고 있다는 게 대학 측 설명이다. 또 다른 사립대 관계자는 "수치로만 본다면 등록금 수입이 늘어날 것이다. 의대는 전체 학과들 중에서도 등록금이 제일 높다"며 "의대 등록금이 한 번 들어오게 되면 6년간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의대 입학 정원의 경우 제주대 의대가 신설됐던 1998년 이후 한 번도 확대된 적 없다. 당시 제주대 의대 신설로 3507명을 유지하다가 2000년 의약분업 때 정부가 의사들을 달래기 위해 정원을 감축하며 2006년부터 19년째 3058명으로 묶여 있다. 사진은 디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에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대학원 학위수여식이 열린 가운데, 기념촬영하는 한 졸업생 너머로 히포크라테스 동상이 보이고 있다. /이새롬 기자
의대 입학 정원의 경우 제주대 의대가 신설됐던 1998년 이후 한 번도 확대된 적 없다. 당시 제주대 의대 신설로 3507명을 유지하다가 2000년 의약분업 때 정부가 의사들을 달래기 위해 정원을 감축하며 2006년부터 19년째 3058명으로 묶여 있다. 사진은 디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에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대학원 학위수여식이 열린 가운데, 기념촬영하는 한 졸업생 너머로 히포크라테스 동상이 보이고 있다. /이새롬 기자

이에 지방대의 경우 의대 증원 신청 규모를 적극적으로 공개한 반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서울 지역 대학은 눈치를 보느라 대부분 비공개 방침을 정했다.

현재 의대 정원 110명인 연세대와 경희대는 각각 10명과 30~50명 증원 신청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서울대와 고려대, 중앙대, 이화여대, 한양대, 성균관대 등 나머지는 정확한 증원 신청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서울 지역 대학은 아무래도 관심이 집중되니까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의대가 특수한 집단이라 조심스럽다. 우리 뿐만 아니라 다른 의대들도 눈치가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원 확대 및 재정 확충의 기회를 잡았다는 대학본부 입장과 달리 의대 구성원들은 여전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강원대 교수 10여명은 이날 오전 삭발식을 진행했다. 배대환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와 윤우성 경북대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SNS를 통해 사의를 표명했다.

동맹휴학, 수업거부 등 집단행동으로 반발을 이어가고 있는 의대생들은 학생회 SNS에 성명을 내고 증원 신청서 제출을 만류했다.

이에 한동안 학내 여파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또 다른 사립대 관계자는 "학교가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신청했다"며 "수용 가능한 범위를 벗어날 경우 역풍이 더 우려가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학교 입장에선 시설 규모나 교수님들의 상황 등도 고려해야 한다"며 "증원에 반발하는 내부 의견도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속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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