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의대 정원 신청 앞두고 '쉬쉬'…학내 갈등 비화 조짐
입력: 2024.03.04 15:18 / 수정: 2024.03.04 15:18

서울 주요 대학들, 4일 오후 6시 마감 앞두고 막판 저울질
의대 교수·학생들 반대 목소리…대학본부와 갈등 장기화 우려


4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은 이날 의대 증원 신청 규모를 결정하지 못하고 막판까지 논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전날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대로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4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은 이날 의대 증원 신청 규모를 결정하지 못하고 막판까지 논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전날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대로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사건팀] 정부가 요구한 의과대학 학생 정원 신청 마감일인 4일 대학들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의대 증원 2000명을 추진 중인 정부 압박이 거세 당장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늘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다만 의대생은 물론, 의대 교수와 학장 등의 반발도 만만찮아 학내 갈등으로 번질 조짐도 보인다.

4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은 이날 의대 정원 신청 규모를 결정하지 못하고 막판까지 논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의대 정원이 135명으로 서울에서 가장 많은 서울대는 증원 여부 및 규모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의대 정원이 110명인 연세대와 경희대도 내부 논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연세대 관계자는 "오늘 오후 6시까지가 기한이라 현재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고려대와 성균관대, 동국대, 건국대 역시 이날까지 최종 결정을 미루고 논의 중이다. 현재 의대 정원은 고려대 106명, 동국대 49명, 성균관대 40명, 건국대 40명 등이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오늘 저녁을 넘기고 내일은 돼야 정확한 신청 규모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안이 민감하다 보니 아예 신청 규모를 비공개로 정한 대학도 있다. 의대 정원 76명인 이화여대와 의대 정원 110명인 한양대는 비공개를 결정했다. 한양대 관계자는 "증원 신청 여부 및 규모 모두 비공개로 할 방침"이라고 말을 아꼈다.

의대 정원 86명인 중앙대 역시 증원 신청을 앞두고 고민하는 모양새다. 중앙대 관계자는 "아직 신청은 안 했고 신청 규모 공개도 어렵다"면서도 "분위기상 지금 정원보다는 약간 더 증원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22일 의대를 운영하는 전국 40개 대학에 공문을 보내 2025학년도 의대 학생 증원 신청하라고 안내했다. 이후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장 등이 교육부와 대학에 증원 신청 연기를 공식 요구하자 지난달 29일 재차 공문을 보내 3월4일까지 기한 내 신청하라고 압박했다. /황지향 기자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22일 의대를 운영하는 전국 40개 대학에 공문을 보내 2025학년도 의대 학생 증원 신청하라고 안내했다. 이후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장 등이 교육부와 대학에 증원 신청 연기를 공식 요구하자 지난달 29일 재차 공문을 보내 "3월4일까지 기한 내 신청하라"고 압박했다. /황지향 기자

지방대의 경우 이미 증원 신청 방침을 정한 곳도 있다. 일부는 현재의 2~3배까지 늘어난 정원 신청 방침을 세운 곳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상국립대는 현재 76명인 의대 정원을 200명까지 늘려 신청할 방침이다. 대구가톨릭대도 40명인 정원을 80~10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의대 정원 110명인 경북대는 지난해 수요조사에서 요구한 것보다 2~3배 많은 정원을 증원해 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정원이 49명인 동아대도 100명 안팎의 정원을, 조선대와 전남대도 40~50명 규모 증원을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이날 자정까지 의대 학생 증원 수요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22일 의대를 운영하는 전국 40개 대학에 공문을 보내 증원 신청할 것을 당부했다. 이후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장 등이 교육부와 대학에 증원 신청 연기를 공식 요구하자 지난달 29일 재차 공문을 보내 "3월4일까지 기한 내 신청하라"고 재촉했다.

정부 입장이 확고한 만큼 결국 40개 대학 대부분이 이날까지 증원 신청서를 제출할 것으로 점쳐진다. 전체 증원 신청 규모는 의대 학장들이 요구하는 350명을 넘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날 오후 늦게야 신청서를 제출하는 대학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정확한 규모는 다음 날 발표될 전망이다.

동국대 의대 학생회 성명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비상시국대응위원회 SNS
동국대 의대 학생회 성명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비상시국대응위원회 SNS

다만 의대 반발이 거센 상황이라 향후 학내 갈등이 우려된다. 의대 교수와 학장, 의사 단체 등은 마지막까지 대학 총장들에게 증원 신청을 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의대생들도 성명 등을 통해 증원 신청서 제출을 만류했다. 현재까지 의대 학생회가 SNS를 통해 성명을 낸 학교는 가톨릭대·건국대·건양대·경북대·계명대·대구가톨릭대·동국대·부산대·아주대·영남대·울산대·제주대·차의과대 등이다.

경북대의 경우 최근 홍원화 총장이 의대 정원을 현행 110명에서 250~300명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가 의대 학장 및 교수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과도한 증원은 교육 여건을 악화시키고 지역의료 확충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대생들은 개강 이후에도 여전히 휴학 신청 및 수업 거부 등으로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어 대학의 의대 증원 신청에 따른 갈등이 확산할 가능성도 높다. 전날 기준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은 전체 1만8793명의 28.7%인 5387명으로 집계됐다. 정당한 절차나 요건을 지키지 않은 휴학 신청까지 포함하면 지난달 28일까지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은 총 1만3698명에 달한다. 대학은 학사일정을 조정하고 있지만 이들의 집단행동이 길어져 유급하게 되면 의사 배출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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