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비대면진료 늘었지만 대부분 감기…환자 분산 효과는 '글쎄'
입력: 2024.03.03 00:00 / 수정: 2024.03.03 00:00

전면허용 후 급증…1차 병원 이용자 다수
복지부 "애초 상급병원 대상 제도 아냐"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이탈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했지만 기대했던 환자 분산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달 23일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계 혼란을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했다. 사진은 지난 26일 경기 수원시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 /이동률 기자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이탈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했지만 기대했던 환자 분산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달 23일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계 혼란을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했다. 사진은 지난 26일 경기 수원시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조소현 기자·이윤경 인턴기자] 정부가 전공의 집단 이탈 대책으로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했지만 기대했던 환자 분산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현재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병·의원은 전국 4500여곳이다. 상급종합병원은 2곳, 2차 병원은 10여곳이다. 이른바 '빅5' 병원 중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곳은 서울대병원이 유일하다. 다만 서울대병원도 기존 환자 중 희귀질환자 등만 화상진료를 하고 초진 비대면 진료는 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3일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계 혼란을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했다. 그간 비대면 진료가 원칙적으로 금지됐던 초진 환자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도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

정부는 경증 환자를 비대면 진료로 흡수해 중증·응급환자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비대면 진료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전공의 이탈이 심한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응급환자 진료에 역량을 집중해 의료진 소진을 방지하고 중등증 이하 환자는 지역 2차 병원급에서, 경증 외래 환자는 의원급에서 각각 진료토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신규 진료 요청 건수는 2200여건으로 전날 대비 2배 급증했다. 비대면 진료 전면 확대 후 첫 주말이었던 지난달 24~25일 진료 요청 건수도 일평균 1900건으로 이전 주말 대비 1.9배 늘었다. 또 다른 비대면 진료 플랫폼 굿닥 관계자는 "많이 늘었다"며 "과거에는 재진이나 제한된 특이질병에 한해 비대면 진료가 진행됐는데 초진 규제가 풀리니 수요가 늘었다"고 전했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민수 복지부 2차관 /임영무 기자
사진은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민수 복지부 2차관 /임영무 기자

다만 비대면 진료 폭증이 상급종합병원 환자와 직접적 연관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비대면 진료 대부분이 1차 병원인 의원급 병원에서 진행되고, 대부분 감기 등 경증 환자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대한 환자 분산 효과는 없는 셈이다. 닥터나우 관계자는 "감기 환자가 20% 정도를 차지한다"며 "소아청소년과가 37%고, 나머지도 대부분 피부과, 산부인과 등을 방문하는 경우"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한 이후에도 상급종합병원은 평소와 비슷한 규모의 외래 환자들로 붐비는 상황이다. 딸이 아파서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에 방문했다는 주부 A(49) 씨는 "아이가 중증을 앓고 있어서 대형병원에 방문할 수밖에 없었다"며 "감기 같은 경증이나 약만 받고 가는 경우는 몰라도 (대형)병원에 방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병원에 남아 있는 의료진들 역시 업무 완화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아직은 (의료진들의) 업무 부담이 감소했는지 잘 모르겠다"며 "그런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도 "의료진들이 중증·응급환자 진료에 전념하고 있다"며 "비대면 진료 확대 후 눈에 띄게 업무가 줄었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 확대가 업무 가중의 직접적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비대면 진료 확대로는 1차 병원이 2·3차 병원 환자들을 흡수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모 비대면 진료 플랫폼 관계자는 "1차 병원과 2·3차 병원이 소화하는 환자가 다르다"며 "상급병원에 방문하는 이들은 수술할 필요가 있고 응급처치 등이 필요한 환자들이다. 1차 병원에는 경증 환자들이 주로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복지부는 "애초에 (비대면 진료 확대) 대상은 병원급이 아니었다"며 "경증 환자들이 비대면 진료를 활용해 상급병원에 안 가고, 상급병원에 있는 의료진이 중증·응급 진료에 집중하는 동안 하급 병원에서 의료 차질을 줄이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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