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32주 전 태아 성감별 금지' 의료법 위헌 결정
입력: 2024.02.28 15:56 / 수정: 2024.02.28 15:56

재판관 6대3…"알 권리보다 태아 생명이 우선" 반대의견도

헌법재판소가 임신 32주까지 태아의 성별을 부모에게 알려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의료법 조항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지난해 3월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유남석 전 헌법재판소장이 헌법재판관들과 함께 법정으로 입장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헌법재판소가 임신 32주까지 태아의 성별을 부모에게 알려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의료법 조항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지난해 3월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유남석 전 헌법재판소장이 헌법재판관들과 함께 법정으로 입장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헌법재판소가 임신 32주까지 태아의 성별을 부모에게 알려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의료법 조항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28일 헌재는 의료법 20조 2항의 헌법소원 심판에서 6대3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아이의 성별 정보가 태아의 인격 정보이고, 부모가 미리 알고자 하는 것은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욕구라고 봤다. 이에 따라 부모가 누리는 천부적이고 본질적인 권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성별에 따라 낙태 여부를 결정할 우려를 두고는 "성별 고지 행위가 아니라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 행위"라며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해 국가가 개입해 규제해야 할 단계는 성별 고지가 아닌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가 발생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이은애·김형두 재판관은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이들은 "단순 위헌 결정은 태아 생명 보호를 위한 수단 없이 폐지하는 결과가 된다"며 "태아의 성별고지 제한 시기를 앞당기는 것으로 개선 입법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남아선호사상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 없다"며 "태아의 생명보호 책임은 태아의 성별 정보에 접근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보다 우선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법 제20조 2항은 의료인은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나 임부를 진찰하거나 검사하면서 알게 된 태아의 성(性)을 임부, 임부의 가족, 그 밖의 다른 사람이 알게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조항은 남아선호사상에 따른 성 선별 출산과 성비 불균형 심화를 막기 위해 1987년 제정됐다. 2008년 헌재는 임신 기간 내 태아 성별 감정을 금지한 의료법 조항에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임신중지가 의학적으로 어려운 임신 후반기까지 전면 금지하는 것은 의료인 직업수행의 자유와 부모의 태아 성별 정보 접근 방해받지 아니할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2009년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32주부터 태아의 성별 고지가 허용됐다.

그러나 2022년과 2023년 태아의 성별을 확인하지 못한 임부 당사자와 임신한 배우자 등 청구인은 모든 임신 기간에 성별 고지를 허용해야 한다며 각각 헌법소원을 냈다. 이들은 자녀 성별 선호에 따른 사회적 인식을 비춰볼 때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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