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전공의·의대생 집단행동 확산…정부 경고에도 의료공백 '눈덩이'(종합)
입력: 2024.02.22 16:47 / 수정: 2024.02.22 17:41

사직서·근무지 이탈 전공의 증가
의대생 60% 이상 휴학계 제출
응급실·수술실 가동률 하락 추세


22일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의 사직과 병원 이탈이 사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피켓이 설치돼 있다. /이새롬 기자
22일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의 사직과 병원 이탈이 사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피켓이 설치돼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이른바 '빅5' 병원을 필두로 전공의들의 근무지 이탈이 사흘째 지속되면서 환자들 불편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집단행동 주동자 및 배후세력은 물론 업무개시 명령을 받고도 복귀하지 않은 개별 전공의도 기소하겠다고 밝히는 등 엄포를 놨지만 집단행동에 동참하는 전공의와 의대생은 오히려 늘어나는 상황이다.

22일 보건복지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총 9275명(74.4%)으로 집계됐다.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8024명(64.4%)으로 조사됐다. 사직서 제출 전공의와 근무지 이탈 전공의는 전날보다 각각 459명과 211명 늘었다.

이에 따라 의료현장에선 이날도 혼선이 이어졌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의료 현안대응 현황판'에 따르면 전국 409개 응급의료기관의 응급실 일반병상 가동률은 19일 오후 1시 48.4%에서 이날 같은 시간 28.5%로 떨어졌다. 응급실 일반병상 가동률은 전공의 근무지 이탈이 본격화한 지난 20일 34.8%, 21일 29.9%에서 이날 28.5%까지 사흘째 하락 추세다.

응급실 소아병상 가동률은 19일 오후 1시 27.2%에서 이날 같은 시간 9.2%까지 떨어졌다. 응급실 수술실 가동률도 19일 오후 1시 45.9%에서 이날 같은 시간 31.8%로 하락했다.

서울 빅5 병원은 전공의 이탈에 따라 수술을 30~50% 정도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 중환자실을 제외한 병동에서는 경증 환자 조기 퇴원 조치가 잇따랐고 입원 취소 사례도 속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이탈로 응급실과 수술실을 최대한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대위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대위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들도 늘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기준 전국 40개 의대 중 22개교에서 3025명의 의대생이 휴학 신청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휴학 신청을 한 의대생은 모두 1만1778명, 대학은 총 34개로 파악됐다. 지난해 4월 기준 한국교육개발원(KEDI) 통계에 따르면 전국 의대 재학생 규모는 총 1만8793명으로 이중 약 62.6%가 휴학을 신청한 것이다.

현재까지 휴학이 허가된 인원은 총 44명이다. 모두 입대와 유급, 건강 등 학칙에서 정한 휴학 사유가 인정된 학생들이다. 전날 휴학을 신청한 학생 가운데 5개 학교 10명에 대해서도 휴학이 허가됐다. 교육부는 "동맹휴학에 대한 허가는 한 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수업 거부 등 집단행동도 곳곳에서 확인됐다. 교육부는 전날 10개 의대에서 수업 거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의대협)은 20일을 기점으로 전국 40개 의대 학생이 동맹휴학 또는 이에 준하는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엄정 대응 방침을 고수했다. 복지부는 현장점검에서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전공의 6038명 중 이미 업무개시 명령을 받은 5230명을 제외한 808명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발령했다. 교육부는 각 대학들이 학생들 휴학 신청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허가 여부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업 거부 등 단체행동도 학칙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할 것을 요청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사의 힘은 집단행동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환자의 곁에서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때 비로소 여러분의 목소리에 힘이 생길 것"이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환자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대위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대위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의사 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사실 확인을 하기도 어려운 숫자들을 선택적으로 나열하고 있지만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홍보위원장은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근거가 있는 주장이라고 했지만 KDI,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울대학교 책임 연구자들은 절대로 당장 의대 정원 2000명을 증원하라고 밝힌 적 없다"고 반박했다.

의협 비대위는 "정부가 지금까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정원 증원을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수 차례 논의했다고 밝혔지만 사실이 아니다"며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포함된 내용 중에 혼합진료 금지, 개원면허제 및 면허갱신제, 미용시장 개방, 지역필수의사제, 공사보험 연계를 통한 실손보험 이용 억제를 비롯한 무수한 독소 조항들은 논의 자체가 이뤄진 적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집단행동을 한 적이 없다"며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에 실망해 자유의지로 자신의 미래를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사 단체들은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거리 시위에도 나선다. 의협 산하 16개 시·도의사회 중 하나인 서울시의사회는 이날 오후 7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두 번째 '의대정원 증원·필수의료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를 연다. 오는 23일 오후 3시30분에는 KBS 1TV 사사건건에 출연, '의대 증원 논란의 본질을 묻다'라는 주제로 공개토론에 나설 예정이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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