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암환자·소아까지 돌려보내…돌파구 없는 의·정 갈등(종합)
입력: 2024.02.21 17:44 / 수정: 2024.02.21 17:44

전공의 사직 이틀째, 입원 불가 통보·퇴원 권유 속출
검·경, 사직서 제출·진료 거부 지시 배후세력 수사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공백이 현실화된 21일 오후 인천의 한 대학병원 의자에 의사 가운이 올려져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장윤석 기자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공백이 현실화된 21일 오후 인천의 한 대학병원 의자에 의사 가운이 올려져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장윤석 기자

[더팩트ㅣ조소현 기자·이윤경 인턴기자] 이른바 '빅5' 병원을 필두로 전공의들의 근무지 이탈이 이틀째 지속되면서 환자들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수술이나 검사 차질은 물론이고, 사실상 강제 퇴원하는 환자들까지 속출했다. 정부는 의사들 집단행동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체포 및 구속 수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의사단체들은 독재국가 수준의 탄압이라며 맞서고 있어 양측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21일 서울 주요 병원에서는 전공의들이 떠난 지 이틀째를 맞아 입원 불가 통보를 받거나 퇴원을 권유받는 경우가 속출했다.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두 달여간 입원 중인 이모(51) 씨는 전날 전공의가 없다는 이유로 퇴원을 권유받았다고 전했다.

이 씨는 "전공의 선생님들이 오전과 오후에 한 번씩 병실에 들렸는데 어제부터 안 왔다. 교수님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게 환자 입장에서는 불편하다"며 "공실도 많아졌고, 입원을 안 받고 퇴원을 빨리 시키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 18일 폐가 아파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는 50대 김모 씨도 "드레싱 등이 늦어지고 있다"며 "원래 전공의들이 해주는데 간호사들이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암환자들도 사실상 강제 퇴원 상황에 놓였으며 소아환자들도 병원 권유에 퇴원해야 했다. 서울대병원에서 항암 치료 중인 40대 환자는 전공의 공백에 퇴원하게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남편 A(45) 씨는 "지금 퇴원할 때가 아닌데 병원 측의 권유로 내일 퇴원하게 됐다"고 했다.

전날 밤 아이가 아파 응급실에 왔다는 이모(43) 씨는 "입원이 필요해 짐도 다 싸왔는데 당분간 입원이 불가능하다고 들었다"며 "급한 대로 약을 추가 받고 뇌파를 찍었는데 2주 뒤에 다시 오라고 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어 "뇌파 찍고 (집에) 다시 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이가 경기를 일으켜서 밥도 못 먹고 탈수도 있을 거라고 했더니 가까운 작은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으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기준 전국 주요 100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71.2%에 해당하는 8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직서 제출자는 지난 19일 대비 2401명 증가했다. 근무 이탈자는 전공의의 63.1%인 7813명으로 집계됐다. 근무 이탈자는 19일 대비 6183명 늘었다.

전날 오후 6시 기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도 92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정부는 업무개시 명령을 받고도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 3377명에 대해 불이행확인서를 징구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19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부터 출근하지 않겠다고 한 게 당초 전공의들의 계획"이라며 "계획대로 이행했기 때문에 전날(19일)보다 숫자가 늘어났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료계 집단행동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료계 집단행동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특히 정부는 의료계의 집단행동 움직임이 확산하는데 대해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법무부와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후 의료계 집단행동 대책회의를 진행한 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집단행동 주동자 및 배후세력은 물론 업무개시 명령을 받고도 복귀하지 않은 개별 전공의도 정식 기소를 통해 재판에 회부하겠다고 경고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정부가 미래를 대비해 추진하는 의료개혁 정책임에도 일부 의료인들이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해 정부 정책 철회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법 집단행동으로 발생하는 국민 피해에 대해서는 피해 회복을 위한 민·형사상의 법률 지원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한법률구조공단, 법률홈닥터, 마을변호사 등 법률지원 인프라를 활용해 법률상담, 소송구조 등의 방식으로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찰도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체포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수사 단계에서 출석 요구를 했는데도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거나 고의로 불출석 의사를 보이는 경우 체포영장을 신청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공의들에게는 의료법 위반이나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될 방침이다. 신자용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처벌 죄명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과거에도 의료계 파업이 있었다"며 "업무방해죄나 의료법상 처벌 조항이 있다"고 했다.

의사 단체들은 정부의 강경 대응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첫 비대위 정례 브리핑을 열고 정부를 향해 "이성을 상실한 수준의 탄압"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주수호 비대위 홍보위원장은 "정부의 전공의 기본권 탄압은 이성을 상실하는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무리한 법 적용 남용이 가능한 독재국가인 줄 몰랐다"고 꼬집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전날 긴급 총회 이후 성명서를 내고 "정부는 과학적 근거 자료 공개는 거부하고 정치적 표심을 위해 급진적인 의대 정원 정책을 발표했다"며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2000명 의대 증원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라"고 주장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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