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정부·학생 사이 낀 대학당국…집단휴학 사실상 속수무책
입력: 2024.02.20 00:00 / 수정: 2024.02.20 00:00

개인사정 이유 휴학 신청하면 막을 방법 없어
학부모 동의도 강제규정 아냐…학교마다 달라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대표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20일 일제히 1년 동안의 집단 휴학계 제출하겠다고 예고하면서 대학가가 대응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대표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20일 일제히 1년 동안의 집단 휴학계 제출하겠다고 예고하면서 대학가가 대응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사건팀]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추진에 반발하며 의대생들이 20일 집단휴학을 예고하면서 학교 측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엄정한 학사관리를 당부했으나 학생들이 절차상 요건에 맞게 휴학을 신청하면 막을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20일 대학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경희대 등 서울 주요 의대에서 휴학계를 제출한 학생들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화여대 의대생들은 집단 휴학계 제출을 의결했으나 전날까지 실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이날 일제히 1년 동안의 집단 휴학계를 제출하겠다고 예고하면서 학교마다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등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고려대는 "아직 집단적으로 휴학계를 내지는 않은 상황"이라면서 "계속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 이화여대도 "현재 학생들과의 면담과 회의를 통해 소통 중"이라며 "휴학계 제출 일정은 미정"이라고 했다.

특히 대학들은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교육부는 의대를 둔 대학 총장들에게 엄정한 학사관리를 해달라고 당부했지만 학교 측은 학생들이 개인사정을 이유로 들거나, 요건에 맞게 휴학을 신청할 경우 별다른 수단이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엄정한 학사관리 해달라고 당부하지만 학교 측은 학생이 절차에 맞게 휴학 신청을 하면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새롬 기자
교육부는 엄정한 학사관리 해달라고 당부하지만 학교 측은 "학생이 절차에 맞게 휴학 신청을 하면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새롬 기자

학교별 휴학 신청 관련 규정은 서로 다르다. 일부 대학 의대에서 학칙에 지도교수의 승인을 요구하고 있지만 집단행동이 아닌 개인사정을 이유로 휴학을 신청할 경우 검증할 방법이 없다. 학부모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지도 않다.

서울대는 '(허가권자)학장은 소속 학생이 휴학 또는 복학을 신청한 경우에는 사유 및 허가 요건 등을 검토해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의대의 경우 휴학원을 제출하기 위해선 지도교수, 학년담임교수, 학생부학장, 교학행정실을 순서대로 경유해야 한다.

연세대는 '일반휴학을 신청하기 전 반드시 보호자와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동의를 받아야 하는 강제 규정은 없다. 의대의 경우 서울대와 마찬가지로 지도교수의 의견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고려대 의대도 '휴학 또는 복한 신청 시 사전에 지도교수의 승인을 득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경희대 의대의 경우에도 학년 지도교수, 학과장 교수와 상담 후 휴학원서에 서명을 받아야 한다. 성균관대와 한양대, 이화여대 등 나머지 대학 의대의 경우 별도의 제출 서류 없이 휴학 신청이 가능하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교육부에서는 집단행동일 경우 휴학을 승인하지 마라는 것 같은데 학교 입장에선 학생이 절차에 맞게 휴학을 신청하면 방법은 없다"며 "학생들 개인으로 보더라도 휴학 신청 이유가 합당한지 학교가 판단할 수는 없다"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사립대 관계자도 의대생들 휴학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학생들의 휴학을 학교가 막을 수 있는 길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 관계자 역시 "학생이 가사 관련으로 휴학 사유를 낸다면 걸러내기 어렵다"고 했다.

학교 측에서 휴학 신청을 승인하지 않아도 의대생들이 당장 이날부터 집단행동의 일환으로 수업 거부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대학 관계자는 "휴학이 승인되지 않은 채 나오지 않으면 결석으로 처리할 수 있다"며 "실제로 휴학을 하거나 수업 거부를 할 경우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날 "당장 오늘부터 학생들의 수업 거부가 곳곳에서 발생할 수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의사로서의 꿈을 이루려는 학생들이 오히려 이에 반하는 단체행동에 참여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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