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수술 절반 취소"…집단사직 확산에 '의료대란' 초비상
입력: 2024.02.19 17:32 / 수정: 2024.02.19 17:32

세브란스 전공의 무더기 사직…"수술 규모 50% 축소"
정부, 전체 수련병원 전공의들에 '진료유지 명령' 내려


서울 주요 5개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예고한 집단 사직서 제출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9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시민이 집단행동 대응 방안 논의 뉴스를 보고 있다. /장윤석 기자
서울 주요 5개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예고한 집단 사직서 제출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9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시민이 집단행동 대응 방안 논의 뉴스를 보고 있다. /장윤석 기자

[더팩트ㅣ조소현 기자·이윤경 인턴기자] "다음 주 검사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조금 전 취소 문자를 받았어요. 전공의들이 연락이 안 돼서 어쩔 수 없다네요."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는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본격화하면서 19일 일부 병원에서 검사나 수술 등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른바 '빅5' 병원을 비롯한 주요 병원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오는 20일부터 근무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의료대란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진료과목 전공의들은 이날 사직서를 제출하고 근무를 중단했다. 병원은 일찌감치 수술 일정을 조정하는 등 비상체제에 돌입했지만 일부 환자들의 검사나 수술이 연기됐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소아청소년과 1∼3년 차를 포함해 전공의들이 제출한 사직서가 계속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병원은 이번 주 예정된 수술의 50%가량을 취소했다.

아버지 눈 수술을 위해 경기 일산에서 오전 5시30분부터 병원에 대기 중이라는 정모(60) 씨는 "수술이 취소될까봐 며칠 동안 가슴을 졸였다. 주변에 수술이 취소된 사람들이 많다"며 "환자들은 아픈 사람들이다. 가슴을 졸이는 환자를 볼모로 한 집단행동에는 공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을 찾은 일부 환자들도 불편을 호소했다. 위암 환자 50대 이모 씨는 "수술 이후 경과를 보러 왔는데 진료가 예약했던 시간보다 30분 늦어졌다. 다행히 조금 기다린 것 외엔 문제가 없었다"면서도 "암 같은 경우 하루 빨리 수술을 해야 하는데 다른 환자들이 늦어질까봐 걱정이다. 난 다행히 수술을 마쳤지만 기다리는 시간조차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서울 주요 5개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예고한 집단 사직서 제출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9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전공의 전용공간에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장윤석 기자
서울 주요 5개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예고한 집단 사직서 제출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9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전공의 전용공간에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장윤석 기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검사와 수술 일정이 취소·연기됐다는 사례가 잇따랐다.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A 씨는 "오전 7시에 신경외과 모든 인턴 전공의가 파업으로 집에 갔다고 했다"며 "현재 빈 병상이 너무 많고 교수들만 있다고 들었다. 간호사들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검사를 받을 예정이었다는 B 씨는 "일방적으로 (검사) 취소 문자를 받았다"며 "병원에 문의했더니 검사해주는 전공의들이 연락이 안 돼서 어쩔 수 없이 (검사 등을) 다 취소하고 있다고 했다. (전공의들의) 복귀 소식이 들리면 검사 일정을 다시 잡아준다고 했는데 황당하고 속상했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한 전국 병원에서 전공의들의 사직 행렬이 이어지면서 정부는 전체 수련병원 전공의들에 '진료유지 명령'을 발령하는 등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민수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2차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시간부로 전국 221개 전체 수련병원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유지 명령을 발령한다"며 "정부는 오늘 현장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며, 현황이 파악되는대로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의사 집단행동 대응 관계장관회의'에서 "(일부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하면 공공의료 기관의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고 집단행동 기간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해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빅5 대형병원 전공의들은 이날 집단 사직서를 내고 오는 20일 새벽부터 근무를 중단한다고 예고했다. 전공의는 대형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 소속된 인턴·레지던트다. 전국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는 약 1만3000명에 달한다.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의료 현장의 혼선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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