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사직·휴학에 "선처 없어"…강대강 치닫는 의대 증원 (종합)
입력: 2024.02.16 16:57 / 수정: 2024.02.16 17:13

'빅5' 전공의 20일 오전 6시 이후 근무 중단
의대생도 같은 날 동반 휴학계 제출 결의


서울 주요 5개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 근무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16일 오전 한 의료진이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로 들어서고 있다. /이새롬 기자
서울 주요 5개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 근무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16일 오전 한 의료진이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로 들어서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는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른바 '빅5' 병원 전공의들은 집단 사직서 제출을 결의하고, 의대생들은 동시에 휴학하기로 했다. 정부는 예고했던 강경 대응 방침을 밀고 나가면서 강대강 대치가 정점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은 이날 SNS를 통해 "전날 오후 11시부터 이날 오전 2시까지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전공의 대표들과 현안 대응 방안에 대해 긴급하게 논의했다"며 "5개 병원 전공의는 19일까지 전원 사직서를 제출한 후 20일 오전 6시 이후에는 병원 근무를 중단하고 병원을 나오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전날 자신의 사직 의사를 밝히며 "부디 집단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입장을 변경, 집단사직 방침을 발표했다. 전공의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서지 않을 경우 의대 증원을 저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자정 기준 근무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모두 154명(병원 7곳)으로 나타났다.

병원별로 원광대병원 레지던트 7명, 가천대길병원 레지던트 17명·인턴 4명, 고대구로병원 레지던트 16명·인턴 3명, 부천성모병원 레지던트 13명·인턴 전원 23명, 조선대병원 레지던트 7명, 경찰병원 레지던트 6명, 서울성모병원 인턴 전원 58명이다. 다만 아직 사직서가 수리된 병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민수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2차관)은 16일 이번에는 사후 구제나 선처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은 박 본부장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임영무 기자
박민수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2차관)은 16일 "이번에는 사후 구제나 선처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은 박 본부장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임영무 기자

의대생들도 오는 20일 동시에 휴학계를 제출하기로 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전날 오후 9시 긴급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결의했다. 이 회의에는 전국 40개 의대 가운데 35개 의대 대표 학생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전국 의대생들에게 '휴학계 제출일자를 20일로 통일해 40개 의대가 모두 함께 행동하는 것에 대해 참석자 35명이 만장일치로 찬성했다'는 내용의 공지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즉각 강경대응 방침을 강조하고 나섰다. 박민수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번에는 사후 구제나 선처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도 정부가 굉장히 기계적으로 법을 집행한다는 점을 십분 감안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의대 증원 반대 파업을 겨냥한 말로 풀이된다. 당시 개원의 파업 참여율이 한 자릿수에 그친 반면 전공의 파업 참여율은 약 80%에 달했다. 정부는 수도권 전공의 일부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으며, 업무개시명령을 어기고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와 전임의 등 10명을 고발했다. 하지만 고발 이후 막판 의협과 합의해 고발을 취하했다.

박 본부장은 "2020년에 10명의 고발이 이뤄졌는데 나중에 9·4 의정합의를 하면서 의료계의 간곡한 부탁으로 취하했다"며 "그것이 집단행동을 쉽게 입으로 담고 또 행동으로 옮기는 대한민국 의료계 문화를 더 강화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집단행동 현실화에 안타까움과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빅5 병원의 집단행동이 예고됐지만 실행하지 않기를 촉구한다. 현재 현장에 나와 있지 않고 집단행동을 실행하고 있는 전공의들은 조속하게 복귀해 달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전체 수련병원에 집단연가 사용 불허 명령을 냈다. 복지부는 출근을 하지 않은 전공의가 있는 병원에는 이날 중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출근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는 즉시 문자메시지·서류 발송 등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박 본부장은 "(업무개시명령 문자 송달을 위해) 전공의 연락처를 확보하도록 결재했다"며 "법률적 근거에 따라 모든 법적 검토를 마쳤다"고 했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발송 이후 전공의들이 명령에 응하지 않으면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관련해서는 "극단적인 집단행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절차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휴학계를 내려면 학부모 동의서가 필요하다"고 학칙 준수를 촉구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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