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환자 떠나냐고? 나 지키기도 어려워"…거리로 나온 의사들
입력: 2024.02.15 22:03 / 수정: 2024.02.15 22:03

의대 증원 반대 집회 의사 500여명 집결
"의사 수입 낮춰 필수의료 살린다는 망언"


서울시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 필수의료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 참석해 피켓을 들고 있다. /장윤석 기자
서울시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 필수의료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 참석해 피켓을 들고 있다. /장윤석 기자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의사 회원들과 국민을 위해 투쟁합시다. 함께 하시겠습니까?"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의사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 회장 겸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조직위원장이 "의대 증원을 강력하게 저지하자"고 외치자 의사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박 회장은 "목표는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저지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원점 재논의, 국가적 혼란을 야기한 책임자 문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 동시다발 집회…사직서 내고 온 전공의도

의협 산하 16개 시·도의사회는 이날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 집회를 열었다. 대전시의사회, 울산시의사회, 충북의사회, 전북의사회, 강원도의사회, 광주·전남의사회, 경남의사회, 제주도의사회 등이 지역별 상황에 따라 집회를 개최했다.

서울시의사회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의대정원 증원·필수의료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를 열었다. 대통령실 앞에는 주최 측 추산 500여명이 운집했다. 서울시의사회 관계자는 "예상했던 인원보다 많이 왔다"며 "회원들은 자리를 정돈해달라"고 당부했다.

의사들은 '의대정원 확대추진 국민건강 위협한다', '의대정원 확대 추진 의료체계 붕괴한다'라는 문구가 적힌 붉은 색 띄를 두르고 "준비 안 된 의대증원 의학교육 훼손된다", "무계획적 의대증원 건보재정 파탄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의대정원 증원 아웃(OUT)'이라고 적힌 팻말을 든 이들도 있었다.

국민의례 후 무대에 선 박 회장은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정부는 2000명 의대정원 확대 발표 후 바로 당일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전국 16개 시도의사회에게 보냈다. 또 수련병원장들에게는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렸다. 1만5000명 전국 전공의들의 휴대폰 번호도 수집했고, 이제는 개원의들 개인정보도 수집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강경 대응과 압박은 우리의 투쟁 의지만 높인다"며 "오늘 의대생들은 동맹휴학을 했고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사퇴했다. D-데이는 정해졌다. 서울시의사회는 개원의들과 함께 D-데이를 준비해달라"고 덧붙였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도 발언대에 올라 정부를 겨냥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라는 세트 메뉴에 썩은 당근을 넣고 우리에게 '썩은 당근을 줄 테니 2000명 증원을 받겠느냐'고 물어본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의사들은 월급이 많고 수입이 많은 전문직 카르텔이기 때문에 수급 의사들 카르텔을 파괴해야 된다'고 망언했다. 어떻게 의사의 수입을 낮춰서 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하고 있단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의대 정원 증원 · 필수 의료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 참석해 피켓을 들고 있다. /장윤석 기자
서울시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의대 정원 증원 · 필수 의료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 참석해 피켓을 들고 있다. /장윤석 기자

이날 집회에 참여한 내과 개원의 박모(65) 씨는 "오늘 (의협에) 힘을 보태고자 집회에 참석했다"며 "하루 평균 50명의 환자를 보는데 오늘은 (환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일찍 나왔다. 정부는 왜 의사들과 토론도 없이 갑작스럽게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너무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서울에서 20년 넘게 의사로 일했다는 50대 개원의 A 씨도 "2000명을 뽑든지 2만명을 뽑든지 필수의료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며 "수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의사들은 소아과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소아과는 레지던트들이 너무 부족하다. 수가를 높게 해주고 응급실이나 수술하는 과에 근무하는 의사들을 위해서는 사법 리스크를 줄여줘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집회에는 내과 1년차 전공의 김다인(가명) 씨도 참석해 발언했다. 김 씨는 전날 사직서를 내고 집회에 참여했다고 했다.

김 씨는 "더 이상 수련이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 자리에 나왔다"며 "어떻게 의사가 환자를 두고 떠나냐고 하겠지만 당장 저 자신을 지키기도 어렵다. 솔직히 다시 돌아가고 싶지만 의대정원 증원이나 필수의료 패키지 시행 후 보다는 이 길이 더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17일 의협 1차 비대위 회의서 투쟁방향 결정

이날 집회는 질서정연하게 치러졌다. 의협 비대위는 전날 "(집회는) 기본적으로 점심, 저녁시간에 진행하기 때문에 의료 차질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도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이번 집회는 점심 또는 저녁시간을 활용해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국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근무시간 외 시간을 활용해 합법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영역으로 존중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오는 17일 제1차 비대위 회의를 개최하고 향후 투쟁방안 및 로드맵 등 중요사항들을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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