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의혹 유죄·실형…'수사력 꼬리표' 공수처 대어 낚았다
입력: 2024.02.01 12:59 / 수정: 2024.02.01 14:36

법원 "정치적 중립 위반" 실형 선고
전담수사팀 꾸려 8개월 수사 결실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가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고발사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01.31. /뉴시스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가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고발사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01.31. /뉴시스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수사능력 논란에 휩싸였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대어'를 낚았다. 직접 기소한 '고발사주' 사건 1심 유죄 판결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손준성 검사장(대구고검 차장검사)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증거와 도주 우려가 없다며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고발사주' 사건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검찰이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였던 최강욱 전 의원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을 고발하도록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측에 사주했다는 의혹이다.

재판부는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 검사장이 총선 미래통합당 후보였던 김웅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국가기관으로서 수사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검사가 지켜야 할 핵심 가치인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반해 책임이 가볍지 않다"며 "익명 제보자 정보를 누설하고 여권 정치인들을 고발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범행을 저질러 사안이 엄중하고 죄책 또한 무겁다"고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검찰 고위간부가 선거에 불법 개입했다고 인정하는 의미여서 파장이 적지않다. 당시 검찰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손 검사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때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게 정기 인사에서 대검 유임을 따로 요청할 만큼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난처해졌다. 대검은 지난해 3월 손 검사장을 감찰한 결과 비위 혐의가 없다고 결론냈다. 이어 정기인사에서는 검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당시 이희동 부장검사)는 2022년 9월 손준성 검사장의 공범으로 지목된 김웅 의원을 불기소 처분했다. 김 의원은 공수처의 직접 기소 대상이 아니라 검찰에 이첩됐다. 1심 판결은 사건의 실체를 인정하면서 김 의원의 범죄 혐의도 간접적으로 판단했다. 검찰이 '제식구 감싸기'를 했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여운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장이 2022년 5월4일 공수처 브리핑실에서 열린 고발사주 의혹 수사결과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더팩트 DB
여운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장이 2022년 5월4일 공수처 브리핑실에서 열린 고발사주 의혹 수사결과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더팩트 DB

이번 판결 전까지 공수처의 성적표는 참담했다. 2021년 출범 후 5차례 청구한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됐다. 직접 기소했거나 검찰을 거쳐 기소한 사건 중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는 2심까지 집행유예가 선고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혜 채용 의혹 뿐이었다.

공수처가 수사한 사건 중 가장 중량감이 있는 '고발사주' 사건 1심 유죄로 수사력 논란에 돌파구가 생긴 모양새다.

공수처는 여운국 전 차장검사 팀장으로 하는 전담수사팀을 꾸려 8개월가량 수사하는 등 총력을 쏟았다. 손 검사장에 대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이 총 세차례 기각됐고 1심만 1년 3개월이 걸리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실형 선고라는 결과가 나왔다.

다만 1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항소심에서 어떻게 입증할지는 숙제다. 항소 의사를 밝힌 손준성 검사장도 원심을 뒤집기 위해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손 검사장을 기소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등은 무혐의 처분했는데 상급심 결과에 따라 쟁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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