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사찰노예 의혹'의 핵심인물로 지목돼 지적장애인을 장기간 착취했다는 혐의을 받은 승려가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판결을 받았다./더팩트 DB |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이른바 '사찰노예 의혹'의 핵심인물로 지목돼 지적장애인을 장기간 착취했다는 혐의를 받은 승려가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서울 노원구 한 사찰 주지 A 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A 씨는 2008년 4월~2017년 12월 지적장애 3급인 '노전스님'(불공의식을 담당하는 승려) B 씨가 보시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예불, 기도, 마당쓸기 등 노동을 시키고도 급여 약 1억2929만원을 주지않는 등 악의적으로 금전 착취를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1,2심은 모두 A 씨의 혐의를 인정해 각각 징역 1년,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차별행위를 인정하려면 장애인을 비장애인보다 불리하게 대했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했다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차별의 고의·지속·반복·보복성 등 악의성도 증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는 이같은 전제조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다. 사찰 내 노동을 비장애인 승려에게만 시켰다거나 종교인이 아닌 사찰 직원인 사무장을 제외하고는 보수를 지급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A 씨는 부모가 양육을 포기한 B 씨를 30여년 전부터 맡아 사찰에서 의식주를 해결해줬고 수술비, 임플란트 비용 등 의료비, 국내외 여행비, 노후를 위한 아파트 비용도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공소사실로 적시한 미지급 급여는 1억3000만원가량인데 A 씨가 그동안 B 씨를 위 부담한 액수가 더 큰 것으로 보여 금전적 착취 자체가 의문스럽다고 했다.
이 사건은 상고심 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여럿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측이 설득 끝에 피해자 가족의 협조로 확보한 의료 관련 자료, 사건 발생 이후 흩어진 신도들에게 얻은 사진자료 등이 유리하게 작용했다. 1,2심에서 유죄의 증거가 된 사진자료의 조작 의혹도 적극 제기했다.
A 씨의 법률대리인 오영신 변호사(법무법인 여의)는 "지적 장애인이 종교단체에 맡겨진 경우가 많은 현실에서, 종교적 신념으로 지적 장애인을 돌보고 차별없이 대우한 종교단체 구성원들의 역할을 존중해야 한다고 대법원이 적극 입장을 표명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 악의성 등 모호하고 불명확한 장애인차별금지법 형벌구성요건의 해석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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