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임기 3년·수사 범위 제한 등 문제
'고난이도 수사' 경험있는 지휘부 필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1기가 김진욱 처장의 퇴임으로 막을 내린다. 김 처장이 지난 1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간담회회를 진행하고 있다. /공수처 제공 |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1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김진욱 처장의 퇴임으로 막을 내린다. 그간 공수처가 보여준 부진한 성적표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수처의 초대 수장인 김 처장은 오는 20일 3년의 임기를 마친다. 김 처장은 "공수처라는 새로운 제도가 만들어지는 데 25년이 걸렸다. 새로운 제도가 우리 사회 안에서 잘 정착하고 뿌리내리려야 한다"며 "시행착오를 거쳐 공수처라는 제도가 잘 정착했으면 좋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 3년간 청구한 구속영장 5건 모두 기각
공수처의 수사 성적은 참담했다. 공수처 출범 이후 1호 기소 사건으로 알려진 이른바 스폰서 검사 김형준 전 부장검사 사건은 최근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2호 사건인 고소장 분실 검사 사건 또한 1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현재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공수처 기소 사건 중 가장 주목 받은 사건인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의 고발사주 의혹은 1월 말 선고를 앞두고 있다.
최근 공수처는 감사원 고위 간부의 뇌물 사건에 대해 공소제기 의견으로 사건의 증거와 의견을 송부했다. 검찰은 "공수처가 별도의 증거 수집이나 법리 검토를 진행해 범죄 혐의를 재검토하기보다는 공수처에서 추가 수사를 진행해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를 반려했다. 공수처가 다시 돌아온 사건의 접수를 반려하면서 검찰과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구속영장 청구도 번번이 기각됐다. 공수처는 3년 동안 △고발사주 의혹 손 검사장 사건 2회 △뇌물 혐의 감사원 간부 사건 1회 △뇌물 수수 경찰 간부 사건 2회 총 5번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인력 유출이 계속되는 와중에 현직 공수처 부장검사가 조직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는 등 내부 갈등도 불거졌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 인원의 정원은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남은 인원은 검사 24명, 수사관 38명으로 초기보다 줄어들었다. 이중 출범과 함께한 검사는 단 두 명뿐이다.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 임영무 기자 |
◆ '검찰 견제' 필요성…"수사 경험 있는 지휘부가 와야"
성과는 부족했지만 공수처의 필요성은 법조계에서도 인정한다. 김 처장은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이 조직은 25년 동안 논란이 됐고 대선 때마다 주요 후보들의 공약이었다. 필요한 조직이라는 의미"라고 공수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검찰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검사가 스스로를 수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검찰을 견제하는 역할로서 공수처는 필요한 기관" 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2기 공수처가 제 역할을 해내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공수처법 초안은 공수처가 검찰과 마찬가지로 관할 범죄에 수사권과 공소권을 가지고 있었다. 법무부와 국회를 거치면서 검사·법관·고위 경찰공무원만 기소할 수 있도록 범위가 축소됐다. 수사할 수 있는 혐의도 뇌물수수, 직무유기, 직권남용, 정치자금 부정수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으로 제한됐다.
김남준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수처는 검찰 견제라는 목적에 필요한 충분한 권한과 위상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개혁위안에서 삭제된 수사기관공직자범죄 수사기관의 개념을 회복시켜 검사, 경무관 이상의 경찰공무원의 모든 범죄에 대해 공수처가 관할권을 갖고 모든 대상 사건에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성원 신분 보장 미비는 조직의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지적된다. 처장과 차장 포함 공수처 검사의 임기는 3년으로 제한된다. 수사 검사는 3년마다 자신이 진행한 수사 및 공소제기 등 업무 실적에 대해 평가받고 인사위원회 심사를 받게 돼 있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수사 경험이 풍부한 지휘부도 필요하다. 초기 공수처장 인선 당시는 여야 모두 반대하지 않을 인물이 우선이고 수사 역량은 등한시됐다. 김 변호사는 "공수처는 수사 중에서도 난이도가 높은 뇌물 등 직무유기 수사를 하다 보니 어떤 리더가 지휘하느냐가 중요하다"며 "검찰도 마찬가지지만, 공수처는 조직의 규모가 작아 지휘부의 수사 경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chaezero@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