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석, 송영길에 '돈봉투 잘 전달하겠다'"…검찰 공소장 적시
입력: 2024.01.17 00:00 / 수정: 2024.01.17 07:34

정당법 위반 기소…공소장 보니
경선 지지 확보 위해 살포 계획
민원 도움 주고 먹사연 통해 뇌물


검찰이 돈봉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돈봉투 살포 당시 직접 돈봉투를 확인했고, 의원들에게 잘 전달하겠다는 취지의 대화를 나눴다는 내용을 공소장에 적시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검찰이 돈봉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돈봉투 살포 당시 직접 돈봉투를 확인했고, 의원들에게 잘 전달하겠다는 취지의 대화를 나눴다는 내용을 공소장에 적시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검찰이 돈봉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돈봉투 살포 당시 직접 돈봉투를 확인했고, 의원들에게 잘 전달하겠다는 취지의 대화를 나눴다는 내용을 공소장에 적시했다. 폐기물 처리 시설의 인허가 문제에 도움을 주고 대가로 후원금을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16일 <더팩트>가 확보한 송 전 대표의 49쪽 분량의 공소장에는 송 전 대표가 돈봉투를 직접 확인하고 전달하겠다는 취지의 대화가 오간 정황이 담겼다.

윤관석, 돈봉투 든 종이봉투 올려놓고 '잘 전달하겠다'

송 전 대표는 2016년과 2018년 당대표 경선에 후보자로 출마했으나 각각 예비경선에서 탈락하거나 2위로 낙선했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두 차례 낙선한 원인으로 경쟁후보들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는 높으나 당내 지지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해 돈봉투 살포를 계획했다고 봤다. 당시 경선 캠프 내에서 조사한 전국대의원들의 지지율 분석 결과 송 전 대표의 2021년 1월 29일 51.8%로 분석된 이래 계속 하락세인데 경쟁 후보들은 상승하는 상황이었다.

공소장에 따르면 윤 의원은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게 '지금 우리 쪽 상황이 조금 불안정하지 않냐. 들리는 소문으로 경쟁 후보 캠프에서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린다고 하는데 우리도 회의를 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송 전 대표의 보좌관 박모 씨하고 상의를 해볼 테니 너도 박 씨에게 전화를 해줘라'라는 취지로 돈봉투 살포를 처음 제안했다.

이에 강 전 위원은 같은 날 저녁 이 전 부총장에게 윤 의원에게 연락받은 상황을 공유했고, 다음날인 2021년 4월 25일 박 씨에게 전화해 '관석이 형이 자금을 필요로 하는 것 같으니 마련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취지로 말하며 윤 의원의 요청사항을 전달했다. 그 결과 돈봉투 살포 계획이 수립됐고, 2021년 4월 27~28일 의원들에게 돈봉투 20개가 전달됐다.

이 과정에서 현금 300만 원이 든 봉투 10개를 보관하던 이 전 부총장은 윤 의원을 만나 그대로 전달했다. 윤 의원은 송 전 대표의 경선캠프 사무실 테이블에 돈봉투 10개가 담긴 종이봉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송 전 대표와 의원들에게 '잘 전달하겠다'는 취지로 얘기를 나눴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핵심 피의자로 거론되는 윤관석 의원이 지난해 8월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핵심 피의자로 거론되는 윤관석 의원이 지난해 8월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 '민원 해결사' 송영길 해결 대가는 '불법 정치자금'

검찰은 송 전 대표가 여수의 한 폐기물 업체 A사의 인허가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자신의 정치 후원 단체인 '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를 통해 후원금 4000만 원을 수수했다고 봤다.

공소장에 따르면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폐기물 처리업체 A사가 인허가 문제로 2019년부터 어려움을 겪어왔다. 박 전 회장은 평소 후원해 오던 송 전 대표에게 인허가 청탁을 위해 접근했고, 2021년 6월26일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송 전 대표를 만나 도움을 요청했다.

송 전 대표는 자신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국토교통부 국장 출신인 김모 전 민주당 국토교통수석전문위원을 소개해 주기로 하고 2021년 7월 전남 강진 수해 지역 및 고흥 나로우주센터 방문 일정에 특별한 업무적 관련성이 없는 김 위원을 데려갔다. 폐기물 처리 업체와 관련된 민원 처리를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검찰은 공소장에 송 전 대표가 박 회장에게 김 위원을 소개하며 '국토부 국장까지 지낸 분인데, 앞으로 A사를 도와주실 분이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적었다.

이후 김 위원은 2021년 7월23일부터 9월6일까지 A사의 소각처리시설 관련 개발계획변경 허가 신청에 대한 국토부 담당자들에게 12차례 전화해 국토부의 검토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잘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은 송 전 대표의 도움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총 4000만 원을 먹사연 계좌에 보냈다. 검찰은 제3자인 먹사연에 뇌물로 공여하게 했다고 봤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지난 4일 정당법 위반 등 혐의로 송 전 대표를 구속기소했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경선 캠프 조직을 이용해 불법 선거자금을 마련한 후 선거운동 관계자 및 선거인들에게 돈봉투를 살포하는 방법으로 총 6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6650만 원의 금품을 살포한 혐의(정당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2020년부터 먹사연을 자신의 정치 활동을 지원하는 외곽조직으로 운영하며 각종 정치활동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기업인들 7명에게 후원금 명목으로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 7억6300만 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있다.

검찰은 먹사연을 통한 후원금을 놓고는 여수 지역 기업인에게 총 3억500만 원의 정치자금을 먹사연으로 지속적으로 기부받아 오던 중 사업 현안 청탁을 받아오기도 했다며 청탁과 결부된 후원금 4000만 원은 국회의원 직무와 관련된 뇌물에 해당한다고 봤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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