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다가오는데…해묵은 정치인 수사 '감감 무소식'
입력: 2024.01.14 00:00 / 수정: 2024.01.14 10:20

이준석 '무고' 송치 1년 4개월째 '수사 중'
'이낙연 댓글 의혹' 압수수색 후 무소식
울산 조국·임종석 재수사…김건희 오리무중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무엇과 싸울 것인가 조응천 북콘서트에서 생각에 잠겨있다./남용희 기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무엇과 싸울 것인가' 조응천 북콘서트에서 생각에 잠겨있다./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해묵은 주요 정치인 수사가 잠들어 있다. 이들은 대부분 4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사표를 던졌거나 출마가 예상되는 상황이라 결론은 더욱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총선은 이제 석달 남짓 남았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무고 혐의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0월 경찰에서 송치된 지 1년4개월이 지났다.

사건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하던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줄을 대달라며 이 전 대표에게 성접대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방송이 나온 2021년 12월 시민단체는 이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와 성매매처벌법 혐의로 고발했다. 이 대표는 혐의를 부인하며 가세연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김 대표의 변호인 강신업 변호사는 이 대표를 무고죄로 고발했다. 이 대표가 실제 성접대를 받고도 가세연이 제기한 의혹을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알선수재 혐의는 불송치, 무고 혐의는 송치했다. 이 대표는 "일방적으로 제3자의 진술만을 들어 이 사건을 송치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자료사진/20200629/사진=이새롬 기자/서울 서초동 중앙지방검찰청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자료사진/20200629/사진=이새롬 기자/서울 서초동 중앙지방검찰청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면서 성접대 의혹 실체를 인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검찰의 기소 여부 판단에 관심이 쏠린 이유다. 검찰은 배당 반년이 지난 후에야 김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지난해 5월 김 대표의 수행비서이자 성상납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장모 씨를 조사했다. 이어 6월 김 대표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렀다.

이후 송치된 지 1년 4개월이 지나도록 별다른 진전은 없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고발인인 강 변호사도 "수사 부서에 연락 해봐도 법리 검토 중이라는 말뿐"이라며 "송치 후 시간이 꽤 지났는데 아직 피의자 조사도 안 하는 것은 의아하다. 검찰에 수사 촉구 요청을 여러 차례 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을 탈당해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댓글 조작 의혹' 사건 수사도 지지부진하다. 김민석 서울 강서구의원은 지난해 5월 이 전 대표와 성명불상의 선거 캠프 관계자 등이 2021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댓글을 조작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김 의원은 "3~4월 민주당에서 일했다는 A 씨에게 민주당에서 매크로로 여론을 조작한다는 제보와 함께 자료를 받았다"며 관련 문건을 담은 USB를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은 선거범죄 전담부서인 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에 배당했으나 한 달 후 경찰로 사건을 이송했다. 경찰은 같은 해 8월 성남시의 카카오 사옥 판교아지트를 압수수색했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사용자 정보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해가 넘어갔지만, 수사에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 전 대표 측 변호인도 "압수수색 이후 출석 통보를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국 민정수석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saeromli@tf.co.kr 사진영상기획부/이새롬 기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국 민정수석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saeromli@tf.co.kr 사진영상기획부/이새롬 기자

울산시장 선개 개입 사건과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도 오리무중이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자를 당선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는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들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범행에 가담한 의심이 든다면서도 2020년 1월 두불기소처분했다. 이듬해 국민의힘이 불기소에 항고하면서 서울고검은 이들의 혐의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1심 선고 후 대검찰청도 서울고검에 재수사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소식은 없다.

내달 8일 자녀 입시비리와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등으로 2심 선고를 앞둔 조국 전 장관은 싱크탱크 '리셋코리아행동' 출범을 준비하는 등 총선에서 역할을 주목받는다. 총선 출마를 선언한 임종석 전 실장도 최근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을 통과했다.

김건희 여사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15일 오후 서울공항을 통해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출국하기 위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성남=임영무 기자
김건희 여사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15일 오후 서울공항을 통해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출국하기 위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성남=임영무 기자

지난 2020년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고발로 시작된 김 여사의 도이치 모터스 의혹 수사도 행방이 묘연하다. 최 전 의원은 "김 여사가 2012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실행자로 지목된 이모 씨에게 10억 원이 든 통장을 맡기는 증 주가 조작에 연루됐다"며 고발했다. 2020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에 배당된 사건은 마찬가지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도이치모터스 사건 1심 재판부에 제출된 검찰 의견서에는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거래로 23억 원을 벌었다는 내용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다만 법무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 직후 낸 보도자료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이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과 결혼 전인 12∼13년 전 일을 이미 2년 넘게 무리하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강도 높게 수사하고도 김 여사는 기소는커녕 소환조차 하지 못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검찰이 실제 처분만 남겨놨을 뿐 사실상 무혐의로 결론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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